여러분은 은퇴 후 어떤 생활은 꿈꾸시나요?
도시를 벗어나 공기 좋은 시골에서 그림 같은 전원주택을 지어 자연과 어우러지며 꽃과 나무를 돌보는 여유로운 삶을 상상하시나요?
아니면 도심의 넓고 편안한 아파트에서 부부가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고, 가끔 자식들과 손주들이 찾아와 웃음꽃을 피우는 시간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요?
저는 은퇴 후 아침마다 동네 뒷산을 산책하고, 가까운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는 나날을 보내고 싶습니다. 저녁에는 아내와 함께 아름다운 노을을 바라보며 맛있는
식사를 즐기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새로 나온 영화를 보다가 잠드는 행복한 일상을 꿈꿉니다.
근처 작은 텃밭에 아담한 농막을 두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선물할 신선한 채소를 키우는 재미도 누리고 싶습니다.
바쁘게 흘러간 젊은 시절에는 누리지 못했던 이런 여유로운 일상을 누구나 소망하는 은퇴 후의 모습이겠지요.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이와 많이 다릅니다.
2023년 1월 국민연금연구원에서 발표한 "제9차 중고령자의 경제생활 및 노후준비 실태"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60대의 경제활동 인구가 58.9%입니다.
그리고 60대 구직자의 구직활동 이유가 16.3%만 활기차고 보람된 생활이라고 답변하였고 73.5%는 생계유지, 10.2%는 장래 노후 생활 대비라고 답변하여 은퇴준비 부족으로 노후에도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며 경제적으로 여유를 누리는 것은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일해야 한다면, 그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리고 60대 취업자의 월평균 급여도 49.4%가 200만 원 이하로 조사되었는데 이는 부부 기준 적정 노후 생활비 369만 원은 물론 부부기준 최소 생활비 25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입니다.(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노후 준비 진단과 거주지 선택 조건”)
실제로 보건복지부 자료 (통계로 보는 사회보장 2022)를 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43.2%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OECD 평균이 14.9% 임을 감안하면 순위뿐 아니라 절대적인 수치도 매우 높습니다.
상대적 빈곤율이 유럽 국가들보다 높다고 해서 단순히 우리나라 노인들이 더 가난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한 나라의 중위소득(소득을 크기 순으로 나열했을 때 중간값) 대비 소득이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말합니다. 즉,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중위소득보다 현저히 낮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지요.
예를 들어, 2019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7.2%에 불과한 반면, 우리나라는 43.2%에 달합니다. 그리스의 1인당 GDP는 한국의 60% 정도에 그치지만, 노인 빈곤율은 우리나라의 5분의 1에 불과합니다. 이는 그리스 노인들의 소득이 은퇴 후에도 크게 감소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반면, 우리나라 노인은 은퇴 후 소득이 급격히 줄어들어, 중위소득의 50% 이하에 속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즉,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이 높다는 것은 고령층의 은퇴 후 소득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크게 낮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는 은퇴 후의 삶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공적 연금이 부족하거나, 은퇴 준비가 미흡하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반면 유럽 국가들은 공적 연금과 복지 제도로 인해 은퇴 후에도 소득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어 상대적 빈곤율이 낮은 편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나라의 은퇴자들은 체계적인 은퇴 준비를 하지 않으면 노후 빈곤의 위험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일본 역시 유사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더 나은 노인 복지 체계를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고령자들이 노후 준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015년 일본의 베스트셀러 『하류노인』의 저자 후지타 다카노리는, 은퇴 전 안정적인 직업을 가졌던 사람들도 노후 빈곤에 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원 출신이라 하더라도, 질병, 과도한 의료비 지출, 자녀의 경제적 의존, 황혼 이혼 등 다양한 이유로 빈곤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은 누구나 빈곤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계획적인 노후 준비의 필요성을 일깨워줍니다.
경제적 빈곤은 젊은 사람들보다 노인들에게 더 큰 위협이 됩니다. 생활비에서 병원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우울증 등 정신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이유도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래의 그래프와 표를 보면 한국의 노인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OECD 평균 자살률이 10.6명인 반면, 한국은 22.6명에 달하며, 특히 80대 이상의 자살률은 60.6명으로 매우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노인이 자살을 생각하는 주요 이유로는 경제적 어려움(27.7%)과 건강 문제(27.6%)가 꼽힙니다.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들고 의료비가 증가하면서 많은 노인들이 경제적 부담을 겪고 있으며, 2019년 기준으로 노인 1인당 월평균 의료비는 40만 원을 넘습니다. 안정적인 연금과 체계적인 노후 준비는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오스카 와일드가 "젊을 때는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어 보니 그 생각이 사실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라고 말했듯이, 노후의 경제적 안정은 인생의 행복을 결정짓는 필수 조건입니다. 우리는 은퇴가 멀게 느껴질 때, 지금의 생활이 계속 유지될 거라 생각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은퇴는 황금기가 아닌 고통스러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잘 준비된 은퇴는 인생의 아름다운 황금기를 맞이하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노후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해야 하는 혹독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젊을 때는 인생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다. 나이가 들고 보니 그것이 사실이었음을 알겠다"라고 한 1800년대 아일랜드 작가 작가 오스카 와일드 말처럼 노후의 경제적 안정은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조건인 것입니다.
아직 은퇴가 많이 남아 있는 사람들은 막연히 지금의 삶이 계속 유지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잘 준비된 은퇴는 인생의 아름다운 황금기가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노후는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 혹독한 인생의 후반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