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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제의 누리 May 10. 2023

일찍 시작할수록  노후 준비

 명심보감 성심편(省心篇)에는 “대부유천 소부유근(大富由天 小富由勤)”이라는 글이 있습니다.

큰 부자는 하늘이 내리지만, 작은 부자는 근면으로 이룰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재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더라도 부지런함으로 경제적 여유를 누릴 정도의 부는 이룰 수 있다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노후 준비도 미리 준비하는 부지런함이 있으면 목표 달성이 더 수월합니다. 

연금에 대해 공부하면서 은퇴 준비는 가능한 한 빨리, 최소한 20대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아직 안정된 직업이나 수입이 없을 수도 있는 20대에 노후 준비는 너무 이르다고 하는 분도 있겠지만 20대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이유는 네 가지입니다.


첫 번째 이유는 국민연금 가입기간을 최대화할 수 있습니다.

은퇴 준비의 가장 기본은 국민연금 가입입니다. 비록 연금 고갈이라는 우려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책무를 법(국민연금법 제3조의 2. 국가는 이 법에 따른 연금급여가 안정적ㆍ지속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ㆍ시행하여야 한다)으로 정하고 있으며 민간 연금 상품에서는 제공할 수 없는 막강한 장점이 있는 노후 보장제도가 국민연금입니다.


국민연금의 수령액을 높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기간을 최대한 늘리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노후 빈곤 주요 원인이 연금 가입 기간이 짧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연금 제도가 잘 갖춰진 유럽 국가들의 평균 연금 가입 기간은 30년 이상인 반면, 한국은 평균 17년에 불과합니다. 국민연금은 최소 10년을 납입해야 연금으로 수령할 자격이 주어지며, 20년을 납부해야 연금 지급률이 100%가 됩니다. 또한, 40년을 채워야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소득대체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가입을 시작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연금 가입 연령은 만 18세부터 가능하며, 소득이 없는 임의가입자의 경우 최소 보험료는 2024년 기준 9만 원입니다. 경제적으로 부담이 되는 경우, 부모님이 대신 납부해도 증여세 문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저의 딸은 사관학교 재학 중임에도 임의 가입자로 국민연금을 납부하고 있습니다. 사관학교 졸업 후 20년간 군복무를 하면 군인연금 대상이 되지만, 만약 중간에 진로를 바꿔 전역을 하더라도, 사관학교 재학 시 납부한 국민연금과 군인으로서 납부한 연금을 모두 국민연금 납입으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딸아이가 만 20세부터 국민연금을 납부했으니 60세까지 40년 동안 납부가 가능합니다. 반면, 대학교를 졸업 후 취업을 하고 30세부터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또래 친구들은 현재 제도 기준으로 최대 64세까지만 국민연금을 납부할 수 있어 40년을 채워 국민연금법에서 정한 소득대체율을 모두 적용받을 수 없습니다. 10년 먼저 준비를 시작하여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수령액을 최대한 늘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는 딸아이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게 되는 겁니다.


두 번째 이유는 경제. 금융 교육에 도움이 됩니다.

‘금융문맹’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금융문맹’은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문맹처럼, 금융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전 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문맹은 생활을 불편하게 하지만, 금융문맹은 생존을 어렵게 만든다"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는 금융 지식이 개인의 재정적 안정과 직결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사실 금융 교육은 국가가 주도해야 할 중요한 분야입니다. 우리나라도 학교나 금융감독원 등에서 금융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아직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청년들이 금융 지식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젊은이들이 낮은 금융 이해력으로 자산 관리나 신용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됩니다. 이러한 문제는 결국 경제적 어려움으로 이어져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금융 교육이 더욱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그린스펀의 말처럼,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 개인이 자발적으로 금융 지식을 쌓는 노력도 필수적입니다. 20대부터 은퇴 준비를 시작하게 되면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하고, 펀드나 ETF와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하면서 금융 지식을 쌓아가는 좋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적은 금액이라도 투자와 저축을 경험해 보는 것은 돈의 흐름과 가치에 대해 배우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다양한 금융 상품을 경험하다 보면 투자 리스크 관리, 복리의 효과, 장기적인 재정 계획 수립 등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됩니다. 예를 들어, 소액의 펀드에 투자해 보고 수익이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보거나, ETF를 통해 분산 투자 전략을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됩니다. 이러한 경험은 단순히 금융 지식을 쌓는 것을 넘어서, 자신의 자산을 안전하게 운용하고 노후를 대비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줍니다.

이처럼 젊을 때부터 금융 경험을 쌓는 것은 단순히 재산을 불리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이고 풍요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더불어, 이러한 금융 지식은 은퇴 후에도 경제적 자립을 유지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장기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률 달성이 가능합니다.
 
장기 투자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힘을 이용해 손실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짧은 기간 동안의 투자에서는 시장 변동에 따라 손실을 볼 확률이 높지만,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손실 확률이 급격히 줄어듭니다.

미국 월가의 스타 투자자 리처드 번스타인은 그의 저서 '소음과 투자'에서 주식 투자 기간에 따른 수익률과 손실확률을 공개하였는데요 자료에 따르면 연 환산 수익률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10년 이상 투자 시 손실 확률은 0%로 떨어집니다. 

번스타인은 장기투자의 장점이 수익률을 손해 보지 않으면서 손실 확률은 급격히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특히 개별 주식이 아니라 KOSPI 나 S&P 500 같은 지수에 장기 분산 투자한다면 수익의 안정성은 더 높아지겠지요.

(출처: 리처드 번스타인. “소음과 투자” 자료 활용 차트 작성)

그리고 장기 투자에서는 ‘복리 효과’가 큰 힘을 발휘합니다. 단순히 매년 일정한 수익을 얻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 쌓여 원금과 함께 재투자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납니다. 예를 들어, 5%의 수익률로 10년간 투자한 경우와 20년간 투자한 경우, 자산이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것도 복리의 힘 덕분입니다.


연금저축을 활용하면 매년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연금을 받을 때까지 세금이 유예되는 과세이연 효과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세금을 나중으로 미루면 그동안 불어난 이자도 계속 운영할 수 있어, 복리의 힘을 더 크게 발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는 자기 통제를 통한 노후 준비 자금 확보가 쉬워집니다.

여유롭고 안정적인 노후를 꿈꾸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현재의 소비를 줄이고 미래를 위해 저축을 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특히, "인생은 한 번뿐이다. 지금을 즐기자!"라는 욜로(You Only Live Once) 정신을 외치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 20대에 노후 준비를 시작하는 것은 참 많은 인내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우스와 사이렌" 이야기를 기억하시나요? 아름다운 목소리로 항해자들을 유혹해 배를 좌초시키는 마녀 사이렌의 노래를 들으며, 오디세우스는 유혹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돛대에 묶습니다. 눈앞의 달콤한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그는 선택권을 제한한 것이죠. 우리의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소득이 높아도, 눈앞의 유혹에 이끌려 소비를 먼저 하고 남은 돈으로 저축하려고 한다면 충분한 저축을 하기 어렵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오디세우스의 결단’입니다. 저축액을 먼저 정하고, 남은 돈으로 생활하는 방식으로 소비를 통제하는 것이죠. 소비의 유혹을 참아내고, 계획적으로 저축하는 20대는 오디세우스처럼 어려움을 극복하고 궁극적으로는 안정적인 노후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곧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은퇴가 멀게만 느껴지는 20대이지만, 이 시기에 작은 씨앗을 심듯 저축을 시작한다면, 수십 년 후 아름답게 열매 맺는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디세우스가 스스로를 돛대에 묶어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낸 것처럼, 일찍부터 노후 준비는 미래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합니다. 지금의 소비를 조금 줄이고 미래를 위한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야말로, 나중에 후회 없는 삶을 보장해 줄 가장 확실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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