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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제의 누리 Mar 10. 2024

디폴트 옵션(사전지정운영제도)

과거 10년을 자료를 기준으로 보면 DC형의 수익률이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급여상승률에 미치지 못해

 DB형이 더 유리했다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C형을 선택해서 우수한 수익률을 달성한 퇴직연금 가입자도 있고
또 DB에서 DC형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임금상승률이 낮은 직장이거나 또는 이직이 잦아 근속연수가 짧은 직장인이라면 DB형의 장점이 상대적으로 낮아 DC형이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점점 증가한 이유로 DC형 가입자가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아래 표를 보면 2022년 기준 퇴직연금 가입금액이 330조를 넘어서는 큰 증가세임을  알 수 있고 더불어 

확정급여형 퇴직연금 (DB형)의 비중이 매년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015년 69%였던 비중이 2022년에는 57%까지 하락하였네요.
반대로 가입자의 적극적인 운용이 필요한 DC형과 IRP의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출처: KOSIS DATA 활용 작성)

이처럼 DC형 가입자의 비율과 가입금액은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률이 낮아 근로자들은 큰 고민거리입니다. 이는 퇴직연금을 통해 근로자들이 안정적인 노후 생활을 하기를 바라는 국가의 고민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퇴직연금제도를 시행한 국가들의 연금 수익률은 어떨까요?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최근 5년간 DC형 수익률이 미국은 7.4%, 호주는 8.0%, 영국은 9.8%로 한국의 2.4%보다 매우 높습니다.

어떤 이유가 이런 수익률의 차이를 만들었을까요?
가장 큰 원인은 한국의 DC형은 위에 언급한 국가보다  원리금 보장형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겁니다.

2022년 우리나라 DC형 적립금 83조 원 중 79%인 65조 원이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는 아무 운용 지시도 하지 않아 방치된 금액도 제법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반면 호주의 퇴직연금 자산배분 비중(2021년 기준)을 보면 현금 11%, 채권 18%, 주식 55%, 부동산 등 

기타 자산이 16%로 원리금 보장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자산에 분산투자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DC형은 선진국 대비 원리금 보장형 비중이 높으니 DC형의 수익률이 낮을 수밖에 없겠지요.
특히 저금리가 지속될 때에는 그 차이가 더 벌어질 거고요.


그래서 도입된 제도가 "사전지정운용제도" 즉  디폴트옵션입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의 자산이 제대로 운용되지 않고 방치되고 있어 이를 좀 더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수익률을 올리자는  취지로  2022년 7월 12일부터 “사전지정운용제도”, 디폴트옵션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디폴트의 사전적 의미는 "응용 프로그램에서 사용자가 특별한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시스템에 자동으로 적용하는 미리 정해진 값이나 조건"입니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 모든 조건들을 일일이 매번 명령어를 입력해서 사용하면 너무 번거롭고 불편하잖아요.
이런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미리 정해져 있는 옵션을 디폴트 옵션이라 합니다.

예를 들면 제 노트북에서 엑셀 프로그램을 열면 글씨체는 맑은 고딕, 글씨 크기는 11로 설정되어 있거든요. 이게 바로 디폴트 옵션입니다.


퇴직연금에서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에서 가입자가 적립금의 운용방법을 스스로 선정하지 아니한 경우 사전에 지정한 운용방법으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제도라고 정의하고 있는데요.

즉 가입자가 사전에 금융회사에 적립금 운용 방법을 정해놓고 있다가 일정기간이 지나도 적립된 퇴직연금을 운용하지 않고 있다면 금융회사가 미리 정해 준 금융 상품으로 운용을 합니다.

가입자의 운용지시가 필요하니 디폴트 옵션은 당연히 DC형 가입자와 IRP ( 개인형 퇴직연금 ) 가입자가 대상입니다. 

DB형 가입자는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요.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퇴직연금 가입자는 상품의 위험도에 따라 4단계에 해당하는 상품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단계는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으로 구분됩니다. 
단일 상품으로 선택해도 되지만 위험단계에 맞게 구성된 포트폴리오 상품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일정기간이라 함은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요.
퇴직 연금 신규 가입자인 경우는 운용지시가 없는 상황에서 부담금이 입금되면 다음날까지 디지털 옵션 통지를 하고  2주 후 적용, 그리고 기존 금융상품 만기가 도래한 경우에는 4주가 지났는데도 운용지시가 없으면 디폴트옵션 운용됨을 알리고 2주 후 적용이 됩니다.

즉 신규 가입의 경우는 2주가, 상품 만기 도래가 된 경우는 6주가 걸린다고 보면 되겠네요.


그럼 과연 디지털옵션이 퇴직연금 수익률을 올리는데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 호주, 영국 등 우리나라 보다 먼저 이 제도를 시행한 국가들의 퇴직 연금 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앞서 

설명드렸고요.
제도 도입 후 1년의 유예를 거쳐 2023년 7월 12일 이후 판매 중인 디폴트 옵션 상품의 2023년 4분기 말 

기준 연 수익률은 약 10.1%로 우수한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 시행 초기이므로 앞으로의 수익률을 지켜봐야 하겠지요.


그리고 미국, 영국, 호주 등은 디폴트 옵션이 투자상품만 지정이 가능하나 우리나라는 원리금 상품도 지정할 수 있도록 되어 있어요.

그런데 2018년부터 제도를 도입한 일본이 우리나라처럼 원리금 보장 상품도 포함하고 있는데 도입 이후에도 70% 이상이 원리금 보장상품으로 운용되어 제도 도입의 효과가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제도의 성공여부를 판단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서 디지털옵션과 같은 제도의 도입도 중요하지만 가입자의 관심과 노력이 더 중요합니다.

가입자의 판단으로 DC형을 선택했다면 본인의 투자 성향 분석을 하고 이에 맞는 적극적인 상품의 선택과 

사후관리는 필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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