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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약돌 Dec 02. 2020

사교육 빨 좀 받아야 수능 영어 고득점?

[수능 영어 Q-A 두 번째 이야기]


이전 회차 수능 영어가 어렵다면 정말 '영어' 때문일까? 에 이어, 총 5개 항목으로, 수능 영어 관련 Q-A 답변을 하고 있다.


1. 난이도 (이전 회차)
2. 측정 영역 (이전 회차)
3. 영어 노출 기간과 수능 영어 점수의 상관관계  (이전 회차)
4. 사교육의 필요와 정도
5. 자생력 키우는 최고의 방법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사교육의 필요와 정도와 함께, 수능 영어 1등급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을 말한다. 또한 2020 수능에서 가장 높은 오답률을 기록한 문제를 잠시 들여다 보기로 한다.




4. 어쩔 수 없이 '수능'이라는 관문을 거쳐야 한다면, 외부 도움을 꼭 받아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교육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필요악이다. 부족한 점이 있어서 보완이 필요한 경우, 시험 문제 유형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비해야 하는 데 혼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에는 외부 도움을 받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장기간,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악영향을 유발한다. 첫째, 공부한 내용을 되새김질하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시간을 현저히 감소시킨다. 둘째,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재구조화할 수 있는 능력 및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감소시킨다. 또한 누구나 학원 다니고 누구나 과외를 받을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수의 학생들은 학원에 다닌다. 고등학생의 경우라면, 상당수 정도가 아니라 거의 백 퍼센트에 육박하는 학생들이 무슨 학원이든지 다니고 있다. 주변도 다 다니니까, 안 다닐 수가 없다고 한다.


'자기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학습 계획을 세운다'를 기본 원칙으로 두어야 한다. 이 점을 전제로, 혼자 하는 공부에 도움이 필요한데 학원 등의 여건이 여의치 않다면, EBS 등 무료 인강을 활용해서 공부하는 방법도 추천한다. 훌륭한 콘텐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EBS가 사설 인강에 비해 '노잼'이라는 오명을 입기도 한다.  그 원인을 추측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현장 강의가 아니라 주로 녹화 수업으로 진행되어 생동감이 떨어질 수 있다. 둘째, 공영방송 특성상 '정제되고 선별된 언어'를 지향해야 한다. 강사가 쓰는 '비속어'에 오히려 신선한 자극을 받는 일부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마이너스 요소이다.


그러나, 공교육(EBS 강의 포함) 또는 사교육, 떤 교육 소스를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논쟁을 벗어나, 본질 생각해 볼 필요가 있. '과연 어렸을 때부터 무조건 수동적으로 많은 강의를 듣고,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가?'이다. 교사든 강사든 학생이 최대한 잘 씹을 수 있도록 재료 손질을 해 주고, 예쁘게 플레이팅까지 해서 입에 쏙 넣어 주면 학생 입장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을 절감할 수 있다. 그러나, 외부에서 만들어진 음식 받아먹기에만 익숙해지면,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순간에는 두려움이 생기고, 점차 자생력을 잃는다.




5-1. 과한 사교육을 방지하고,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영유아부터 시작된 사교육은 초등, 중등, 고등을 거쳐가며 점점 심화되고, 그 갈래가 세분화되며 부모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동년배 다른 친구들과의 비교 및 부모의 불안사교육의 양의 팽창을 불러온다. 물론, 필요하다면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적정량이 중요하다.


과연 어디까지가 적정량이고, 무엇을 목표로 공부해야 할까?


'과한 사교육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올바른 방법은, '유년기부터 생각하는 힘 기르기'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방법은 무엇일까? 가장 저변에 깔려 있어야 할 것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부모와의 상호작용(대화, 토론 등을 통한 의견 나누기),그리고 독서다. 동영상이 범람하는 시대에, 또한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텍스트만이 답이라고 볼 수는 없겠으나, 디지털 문해력과는 또 별개로, 텍스트 문해력을 키우는 훈련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텍스트 문해력을 키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는 '책읽기'다.

너무나 쉽지만, 너무나 뻔한 말처럼 들려서 막상 제대로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독서는, 추후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힘을 발휘한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글의 주제, 글쓴이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 해 왔던 아이들과 그렇지 않았던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修學) 능력'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설령 입시가 아닐지언정 정해진 답이 없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듬직한 길잡이가 되어 준다.


'유년기의 독서'가 반드시 영어책 독서여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실력 향상에 원서 읽기가 중요한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원서 읽기가 수능 고득점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렸을 때부터 영어 유치원을 다녔거나 해외 체류 경험이 있어서 회화나 영어 원서 읽기에 큰 지장이 없는 친구들임에도 불구하고, 비문학 지문 위주인 수능에서 고전을 겪는 학생들이 꽤 많다. 그 이유는 회화나 듣기에서의 유창성을 영어 실력과 동일시하는 우를 범했기 때문이다.


우리말로 된 책부터 충실히 읽도록 한다. 모국어로 된 인문학 서적 등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문해력을 갖추지 못하였다면, 외국어(영어)로 쓰여진 동일한 글을 이해하는 문해력 역시 없다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다. 텍스트에 대한 문해력이 없는 학생이, 시험을 잘 보기 위한 기술만 습득해서 목표 점수를 얻고자 했을 때, 고전을 겪을 확률이 높다는 것 역시 당연한 이치이다.




5-2. 문학 작품 뿐 아니라, 비문학 책을 읽는 훈련도 해야 한다.


가령, 제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총 균 쇠>는, 재미있는 줄거리가 있는 소설책과는 달리 책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스스로 지식 습득에 즐거움을 갖고 있지 않다면, 의지를 갖고 읽기 힘들다. 수능의 원전은 주로 이러한 '비문학 원전'에서 발췌된다. 부모가 억지로 읽으라고 해서 읽힐 수는 없다.


최필승 저자의 <공부머리 독서법>에서는 비문학 책을 '지식도서'로 칭하며, 연령별로 지식도서를 가까이하게 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영유아기 : 평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읽어주다가 이따금 아이가 호기심을 보일 때 지식도서를 보여주면 됩니다. 이것이 영유아기 최고의 교육입니다

초등 고학년 or 중학생 : 이미 지식도서에 호기심이 없는 상태라면, 아이가 솔깃해할 만한 당근을 제시한다든지, 유아동용 지식 전집 활용 등 현재 수준보다 쉬운 책으로 개념을 이해하는 훈련을 시킵니다.

중고등학생 이상 : 첫째 머리말을 완벽하게 읽습니다 -> 둘째 핵심 문장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에 밑줄을 그으며 읽습니다.

출처 : <공부머리 독서법> 최필승 지음 P.276-295 부분 발췌




보너스로, 2020 수능(2019년 11월 실시)의 최고 오답률(정답률 39%) 문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당장 수능을 앞둔 학생보다, 시험이 급하지 않은 영유아 ~ 초중등 자녀의 부모님들이 눈여겨보셨으면 한다. 영어로 된 텍스트 문해력에 앞서 모국어 사고력의 기초 체력은, 본격적인 시험공부 이전인 유초등, 중등 시기에 다져 지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수능 영어는 시험 유형이 존재하는, 영어로 된 국어 시험이다.


[20 수능 39] 글의 흐름으로 보아, 주어진 문장이 들어가기에 가장 적절한 곳을 고르시오.      

Still, it is arguable that advertisers worry rather too much about this problem, as advertising in other media has always been fragmented.     

The fragmentation of television audiences during recent decades, which has happened throughout the globe as new channels have been launched everywhere, has caused advertisers much concern. ( ① ) Advertisers look back nostalgically to the years when a single spot transmission would be seen by the majority of the population at one fell swoop. ( ② ) This made the television advertising of mass consumer products relatively straightforward ― not to say easy ― whereas today it is necessary for advertisers to build up coverage of their target markets over time, by advertising on a host of channels with separate audiences. ( ③ ) Moreover, advertisers gain considerable benefits from the price competition between the numerous broadcasting stations. ( ④ ) And television remains much the fastest way to build up public awareness of a new brand or a new campaign. ( ⑤ ) Seldom does a new brand or new campaign that solely uses other media, without using television, reach high levels of public awareness very quickly.

* fragment: 조각내다 ** at one fell swoop: 단번에, 일거에


이 글의 원전은 Advertising: A Very Short Introduction By Winston Fletcher이다. 혹자는 수능이 원서 혹은 논문 짜깁기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최근 수능 기출문제를 분석 후 엄밀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문항은 짜깁기가 아니라 '원서 부분 발췌'다. 많은 맥락이 존재하는 원서 통으로 읽기에 비해, 원서 부분 발췌로 만들어진 문항은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다가온다.


EBSi에서 제시한 우리말 해석본으로 문제를 다시 보자. 제대로 된 영-한 번역본이 아니라, 문체의 어색함이 존재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역시 난해하다.


[20 수능 39] 글의 흐름으로 보아, 주어진 문장이 들어가기에 가장 적절한 곳을 고르시오.

그렇다고 하더라도, 다른 미디어를 이용한 광고들은 늘 단편적이었으므로, 광고주들이 이 문제에 대해 오히려 너무 많이 걱정하는 것일 수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다.

최근 몇십 년 동안 텔레비전 시청자의 분열은 도처에서 새로운 채널들이 생겨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일어났는데, 이는 광고주들에게 많은 우려를 안겨주었다.  ( ① ) 광고주들은 한 군데에서 전송하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에 보게 되었던 시절을 향수에 젖어 회상한다. ( ② ) 이것은 대량 소비 제품의 텔레비전 광고를 상대적으로 단순하게―쉬웠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만들어 주었는데, 반면에 오늘날에는 광고주들이 별도의 시청자가 있는 다수의 채널에 광고를 함으로써, 자신들의 목표 시장의 점유 범위를 시간을 두고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 ③ ) 게다가, 광고주들은 수많은 방송국들 간의 가격 경쟁으로부터 상당한 이익을 얻는다. ( ④ ) 그리고 텔레비전은 새로운 브랜드나 새로운 캠페인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형성하는 단연코 가장 빠른 방법으로 남아있다.  ( ⑤ ) 텔레비전을 이용하지 않고, 다른 미디어만을 이용하는 새로운 브랜드나 새로운 캠페인이 아주 빠르게 높은 수준의 대중 인지도에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전 회차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해석이 되었다는 가정하에도 


첫째, 모국어를 기반으로 한 논리적 사고력

둘째, 수능 문제 유형 중 '문장 넣기' 풀이 방법 숙지


가 되지 않았다면 풀기 까다롭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p.s.

혹시라도 '그래서 저 문제 답이 뭐냐고?' 궁금해하는 분들을 위해, 아래 자체 제작 교재의 일부를 첨부한다. 문제의 답은 ③번이다. 주어진 문장의 Still이 '여전히'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할지언정'의 용례로 쓰인다는 것을 이용해야 하는 문항이다.


전반적 내용 파악에 더하여, 연결사 still의 용례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풀 수 있는 문항이다.


주어진 문장이 들어갈 위치는 3번이었다.


이전 06화 수능 영어가 어렵다면, 정말 '영어'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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