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꽁커리어 Aug 15. 2021

'자존감'느껴야 '재미'도 오래간다.

나는 소중하다며?, 뭐가 소중하냐고?

하늘이 내려준 인연. ‘내 짝이 있을까’라는 환상이 화석시대 염원처럼 비치듯이 직업도 ‘나만의 천직이 있을까’라는 일말의 기대도 여지없는 환상뿐일까?

맞다. 짤 없는 환상일 뿐이다. 더 정확히는 자신에게 ‘딱 맞춤 직업’이 있다 한들 그것을 찾아내기까지는 많은 시간 속에 시행착오적 판단과 경험들이 수반되어야 한다. 천직이 굳이 있다면 그것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기 때문이다.      


가까운 주변 지인들부터 둘러보자. 자신의 일을 처음부터 천직으로 느끼고 진정 일 자체를 행복해하는 사람이 있는 지를. 누가 봐도 생계형으로 해나간다는 분들은 제쳐두더라도 하다 보니 숙련되고, 남들이 인정해주니 전문가가 되었다는 부류도 있고, ‘이제는 그 일이 딱 내 일이 되었다’는 사람도 모든 사람 관계와 소득 활동이 자신의 라이프사이클에 최적화되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이 회사에서 저 회사로, 이 일에서 다른 일로 옮겨 다닌다. 옮기는 주기도 빨라지고 판단의 기준도 극히 현실적이다. 그런 시류에서도 현명한 일부 MZ세대는 자신에게 맞는 옷이나 스타일을 찾아가듯 자신에게 좀 더 맞는 직업으로 다가가고 있다는 시그널을 스스로 찾아내려고 한다. 나를 위해 태어난 반쪽, 딱 맞는 나만의 명품 옷 같은 것은 없다. 다양한 패션의 옷과 굿즈들을 연출해가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찾아가는 것이다. 내게 맞는 직업을 찾는 과정도 그래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을 하든, 공무원 시험만 노리든, 지방의 중소기업을 찾아다니든, 나만의 브이로그로 유튜버를 하든, 모든 것은 그다음의 일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맞는 직업(또는 비즈니스)을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더 정확하게 또는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발견해가기 위한 시그널을 무엇으로 감지해가느냐다.

그 시그널의 단초나 근거를 다음의 컨설팅 구조에서 그 발견의 계기를 찾아야 한다.

① 단계 : 정체성-자존감-의미와 재미

② 단계 : 방향성-구체성(진정성)-효율성-전문성    

컨설팅을 요청한 고객들을 보면 대부분이 어떤 기업, 어떤 분야를 지원하고 또 어떻게 준비하고 대응해야 하는지 목표와 방법에 대한 즉답을 먼저 원할 뿐이다. ①단계는 패싱 돼버리고 ②단계 속성 코스만 바랄 뿐이다. 진로·취업컨설턴트 입장에선 새삼스러운 현상들은 아니지만 ①단계는 손절이 아닌 간절한 꿈의 단서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 고객들의 상담 수요에 대한 컨설팅 맥락을 보면 방향성-구체성(진정성)-효율성-전문성으로 이어지는 구조화된 상담과 지원으로 진행된다. 진로 결정이나 취업, 이·전직을 준비한 이들의 첫 번째 키워드인 ‘방향성’은 정말 중요하다. 그런 고객들일수록 자신의 방향성을 앞서 ①단계 : 정체성-자존감-의미와 재미라는 선순환 사고와 성찰을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 그렇게 방향성을 확립해야 지속할 동기와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장에서는 ①단계 컨설팅 구조를 사례를 통해 함께 살펴보자     


[사례] 우리도 나름 대학봅니다.”

미취업 취준생이 중견 식품기업의 최종 면접에서 있었던 얘기다.

면접관이 “살아오면서 자신이 이룬 가장 큰 성취가 무엇인지 말해보라”는 질문에 그는 아프리카 르완다 봉사활동을 들었다.

고아원 봉사활동 초기부터 현지 음식 부적응과 풍토병으로 견디기 힘들었다. 귀국까지 고려될 정도로 심신이 지쳐있을 때였다. 당시 함께 봉사활동을 펼쳤던 학과 동기는 모두에게 모범일 정도로 솔선하고 활동적이었다. 그러나 그도 밤이 되면 힘들어했다. 그 친구와 나는 묘한 라이벌 관계처럼 되어 말 한마디 섞지 않던 동기였지만 모든 자존심을 접고 그에게 ‘제일 미안하고 더 배우고 싶다’했다. 내게 늘 거리를 두었던 그도 한참을 바라보더니 나를 뜨겁게 안아주었다. ‘부족함은 먼저 인정하자, 뭐든 잘하는 사람은 입장이 어떻든 무조건 배우고 존중하자’는 마음자세를 그때 가졌단다. 학과 동기와 그는 각자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서로에 대한 교감으로 느낀 것이다.

‘저의 대학생활이 진짜 큰 성취였다’라고 자신 있게 답변을 마무리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르더니 옆에 있던 면접관이 쓴웃음을 보이면서 말한다.

“우리도 나름 대학 봅니다.”

지원자는 보람과 의미를 찾고 자신의 자존감까지 회복했던 훌륭한 대학시절이었지만 면접관은 그것을 훌륭한 대학(생활)이라고 인정하지 않고 손절해버린 것이다.

결국 다른 회사에 입사한 그는 르완다 봉사 시절의 어려움을 감내하는 힘과 배려와 인정을 통한 진정한 동료애, 협업의 힘을 그때 경험함으로써 자신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체감한 것이다. 그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자신이 ‘잘하는 일’, ‘내게 맞는 일’을 찾아가는 힘과 동기를 가진 것이다. 내가 ‘잘하는 일’은 ‘정체성-자존감’에서 찾아내고 찾아낸 일이나 사건에서 ‘의미와 재미’라는 맥락으로 증명된다.     


그 일이 00 씨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남들이 부러워하고 추켜세우는 성공보다 자신이 뿌듯해하는 성취, 기념하고 싶은 일과 사건 속에 자신의 정체성이 있다.

사람 상대가 좋은 지, 장비나 기계를 만지는 게 좋은 지, 데이터나 자료를 다루는 게 좋은 지(직무유형),  불확실한 도전을 즐기는지, 확실한 안정성을 선호하는지(추진 성향), 개별적 업무를 선호하는지, 협업이 필요한 업무를 선호하는지(비즈니스 스타일) 등을 내담 고객의 성공스토리나 유의미한 경험 등에 대한 질문*이나 반대 성찰을 통해 그의 정체성과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     

* “그 일이 00 씨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예요?”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에서 그 재미를 느꼈어요?”


돈 잘 버는지 보다 그 일이나 역할이 얼마나 자율적인지, 요즘 핫한 사업인지, 잘나가는 기업에 다닌 지보다 조직 내에서 존재감이 인정되고 자신의 일에 의미와 가치를 느끼는지, 지금 하는 일이 힘들다면 업무량이 버겁고 어려워서 힘든 지, 누구에게라도 인정을 못받아서 힘든 상황인지, 그래도 몰입해서 일할 때는 즐거운 지 등을 따져보게 하라.

고객이 해왔던 경력만 볼 게 아니라 그가 무던히 원하거나, 꺼내 들지 못했지만 그 사람만의 에너지가 꿈틀대는 욕구를 들춰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진로취업컨설턴트의 ①단계 사명이 되는 별의 지점이다.     

이전 04화 현재는 분석이고, 미래는 해석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