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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꽁커리어 Aug 08. 2021

현재는 분석이고, 미래는 해석이다.

기대되는 미래와 현재 욕구 연결은 해석의 차이.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지휘부는 해군 전투기의 생존율을 올리고자 전투를 마치고 복귀한 전투기들을 대상으로 각 비행기마다 총탄을 맞은 위치별로 취합해보았다. 엔진부위, 조정석, 날개, 연료계, 동체 전위와 후위 등 위치별로 피탄 흔적을 조사해서 기체 부위별로 표시해본 것이다. 미 지휘부는 이를 참고해서 동체에 철판을 덧대는 작업으로 전투기의 생존율을 올리고자 했다. 그런데 해당 조사의 자문역을 맡았던 한 교수가 이 조사의 허점을 비판하고 나섰다.

“총탄을 많이 막고도 무사 귀환한 전투기들만 조사해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총탄 흔적이 없는 곳을 보강해야 합니다. 돌아오지 못하는 전투기는 그 부분에 총알들을 맞았을 것입니다.”

분석의 맹점을 간파한 맥락을 본 것이다. 총탄 흔적이 많은 위치들을 비교, 확인해서 우선 동체 철판을 덧대야 할 곳을 파악하는 것이 분석이라면, 분석 내용 자체에 대한 치명적인 오류를 짚어내서 보이지 않은 데이터를 끄집어내는 것은 새로운 성찰에 의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분석’은 나누거나 분류하고 단순한 요소로 분해하는 것이고, ‘해석’은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라고 개념적으로 구분된다.(참고 : 국어대사전)

진로취업컨설팅에서 방문 약속된 취준생의 스펙과 취업준비 내용, 계획들을 먼저 확인해보고 상담 계획을 짜는 것이 ‘분석’이라면 이들의 취업지원 분야와 비전을 연계하여 그 취준생의 방향성이 맞는지, 맞다면 그의 강점과 추가 보완점을 찾아내서 향후 취업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행동은 무엇인지 등을 직시하는 것이 바로 ‘해석’이라고 본다.

‘분석’에 기반한 ‘해석’이 진로취업컨섵턴트에게 왜 핵심적인 역량이 되는지 함께 살펴보자.     


심층심리학 연구보고에 따르면 먼 미래의 일은 뇌가 반응이 없거나 더딘 반응이지만 지금 당장의 일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매일 아침 일정 시간 조깅을 하는 것에는 ‘시간과 몸을 써야 하는 비용개념’과 ‘비만, 당뇨 예방과 핏감이 넘치는 옷 맵씨가 나는 미래’라는 편익이 맞설 때 매일 아침 조깅을 하다가 포기해버리는 것은 현재의 부담과 미래의 편익을 비교해서 의사 결정한 것이 아니란다. 미래 비전에 대한 생각은 꺼져버리고 현재의 비용만 크게 보는 것이란다. 이때 뇌가 미래의 비전을 더 우선하도록 현재의 좋은 계기로 교체해주는 조치가 중요하다. 그때 ‘분석’과 ‘해석’ 역량이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보다 현실적인 동기부여를 통해 미래의 편익과 비전에 접근해가도록 하려면 말이다.

예를 들어 조깅을 끝내고 시원하게 들이켜는 생수병을 딸 때마다 뚜껑에 복권번호를 부여한다면 조깅의 지속성은 높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컨설턴트들은 상담고객에게 무엇으로 동기 부여할 수 있을까.

상담 회차별로 꾸준히 방문하는 고객에게 처음 방문 때와 달라진 부분이나 좋아진 점을 명확하게 알려주는 인정의 멘트나 손편지. 또는 지원서를 제출하거나 면접을 본 고객에게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그들의 강점이나 적극성 등 긍정적인 부분들을 먼저 부각해주는 것이 ‘생수병의 복권번호’와 같은 것이다.

이것이 상담고객과 그 고객의 진로취업 이슈와 관련한 담당 컨설턴트의 분석과 해석역량이 중요한 이유다.     


고객이 자주 쓰는 말’, ‘표정이 바뀌는 말’, ‘반응이 커지는 말     

컨설턴트의 분석과 해석역량은 상담고객의 욕구, 상담 절차, 기대되는 결과를 좌우한다. 진로취업 상담 계층과 상담 욕구, 유형 등에 따라 상담의 구조화와 그에 따른 준비작업이 달라지지만 상담고객에 대한 사전 조사, 상담 과정의 이슈와 내용 확인 작업에 따른 분석과 해석이 뒤따라야 기대하는 성취를 위한 동기부여 요소를 찾을 수 있어서다.


이처럼 보다 더 높은 수준의 진로취업 상담과 근본적인 처치를 위해서는 해석 단계를 거치는 상담이 되어야 한다. 상담고객이 말하지 않은 욕구나 수요 등을 알아내고, 그들의 잠재된 끼와 에너지를 찾아내 주는 것. 진짜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것을 스스로 구분해보게 하는 것,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고객이 주도적으로 찾고 결정해보게 하는 것 등이다. 그러려면 상담고객이 써내는 취업계획서나 입사지원서는 물론, ‘고객이 자주 쓰는 말’, ‘표정이 바뀌는 말’, ‘반응이 커지는 말’ 등을 잘 보고 기록하는 것은 분석이지만, 이 기록과 단서들을 통해 고객 변화관리의 지점과 그것을 찾은 단서와 그것을 고객에게 어떻게 표현할 지에 대한 방법을 판단하는 것이 ‘해석’의 진짜 역량이다.

그렇다. 분석은 직역이지만 해석은 의역이다.     


현실의 컨설턴트들은 조사하고 수집은 잘한다. 분류하고 분석하는 것은 자주 하진 않는다. 안타깝게도 분석하고 난 후 해석은 거의 하지 않는다. 물론 대다수 컨설턴트들이 정부나 지자체 위탁사업이나 정책사업이 정한 지침과 실적에 급급한 현실이라 그런 정도의 분석과 해석 작업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현실이긴 하다. 그러나 알고 있어야 하고 해보아야 한다. 10명의 상담고객 중 단 1~2명의 고객이라도 말이다.

상담고객에게 멀리 보이는 아득한 미래를 가까이 다가선 비전과 기대의 미래로 바꿔주는 상담이 진로취업컨설턴트의 찐 소명이기 때문이다.         


[사례]

회사 내부 면접과 지자체 위촉 외부 면접 등 대면 면접만 매년 200여 명 이상은 보는 것 같다. 여러 유형과 계층의 사람들과 접하다 보면 판단의 공정성을 사이에 두고 최대한 선입견과 오픈마인드가 부닥치는 경우를 맞게 된다. 그때부터 필자는 피 면접자에 대한 메모와 분석을 해보았다. 단 한 문장이라도.

피 면접자들의 입사지원서 하단에 그들의 외적 이미지(외모가 아닌 전체적인 인상과 복장 등), 인상적인 멘트(없었다면 물음표 표시), 그리고 면접 후 나의 느낌(합격, 불합격 판단이 아닌 드는 생각) 등 3가지 내용을 한 문장씩 메모해둔다. 지원자의 이미지, 콘텐츠, 나만의 생각 등이다. 즉 짧은 ‘분석’ 글이다. 후일 그 직원의 근속기간, 근태나 평가를 보면 그때의 세 문장을 소환해서 보면 적잖은 재확인 부분이 생긴다. 면접 당시엔 언변이 좋고 주도적인 듯 보였는데 지금은 어떻게 평가받는지 등이다. 당시의 메모와 현재의 평가나 결과가 언뜻 보아도 유의미한 상관성을 보이는 부분도 있다.      


다만 그 세 문장을 다 못 적거나 물음표가 많은 지원자는 거의 불합격 처리(면접관들의 합의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도통 판단이 서지 않는 경우다.

시차적으로 본 그 사람에 대한 이런 재확인을 통해 새로운 성찰을 해보게 된다.

바로 그 결정적인 ‘해석’의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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