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별빛들이 쏟아져 내려 걸어가는 길이 은하수처럼 반짝이는 가을날입니다.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아르바이트를 가는데 바람에 우수수 낙화하는 은행잎들 사이를 달리다 보면 아무 이유 없이 그 풍경 속을 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 가득 차오릅니다. 어떤 꽃보다 화려하고 어느 축제보다 화려한 모습에 잠시 멈춘 채 감탄하게 됩니다. 이 시간이 끝나면 나무는 잔가지 가득 눈꽃을 달고 다시 빛나는 겨울을 지내게 되겠지요. 화려한 색채의 향연도 좋지만 단색의 여백미 넘치는 겨울도 운치가 있어 좋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풍요로운 가을 속에서는 그 계절이 주는 화려한 기쁨을 만끽하는 것도 삶을 즐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달팽이들의 만찬장
거름만 주고 비료나 약을 전혀 안 한 탓에 우리 집 배추들은 달팽이와 벌레들의 가을 만찬장이 되어버렸지만 차마 속을 헤집어 그들의 축제를 방해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덕분에 이번 김장은 너덜너덜해진 배추를 가지고 해야겠지만 직접 기른 배추와 무, 당근과 파를 가지고 만들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텃밭 가는 길
텃밭에서 돌아오는 길은 여름은 푸르른 녹음 가득한 그늘이 생기고 가을은 이렇게 멋진 노란 길이 되곤 합니다. 그 길을 오며 가며 텃밭을 돌보는 일은 일상의 기쁨 중에 하나였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겨울 동안 마늘이라도 심어둘까 싶지만 너무 욕심이겠지요?
오늘, 가을비가 내리고 나면 날도 추워지고 낙엽들도 빠르게 흩어지겠지만 아직 남은 가을날들이 있으므로 더욱 부지런히 이 아름다움을 즐겨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