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학기에 큰 아이 친구 중에 강원도 원주로 농촌유학을 떠난 친구가 있었습니다. 서울을 떠나 자연에서 아이들을 키워보고 싶었던 소망이 비슷해서 이사를 간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러다 얼마 전 냉이와 쑥이 제법 자랐다는 말을 핑계 삼아 오늘은 원주로 봄 소풍을 다녀왔습니다. 몇 달 만에 만났지만 가끔 연락을 주고받아서인지 짧은 안부인사만으로도 금방 어색함이 사라졌습니다. 그렇게 손을 잡고 근처 산비탈과 강기슭 쪽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가 저녁 준비를 위해 숯불을 준비했습니다.
작은 전원주택 단지에 자리 잡은 새 터는 산자락 끝동네라서 조용하고 한적했습니다. 서울에선 보기 힘든 별도 하나둘씩 떠오르고 작은 모닥불 같은 숯불 위에선 고기가 맛있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가져간 버섯도 굽고 포일로 예쁘게 감싼 군고마도 야식으로 던져두고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풀기 시작하니 산자락 짧은 해가 어느새 기울어 밤이 왔습니다. 만두도 굽고 묵은지도 볶고 화룡정점으로 라면까지 먹으니 더 이상 움직일 힘도 남지 않을 만큼 배가 불렀습니다. 그렇게 서늘한 밤공기와 작은 온기로 마음을 덥혀주는 숯불과 마음껏 뛰어노는 아이들의 경쾌한 웃음으로 행복한 봄 소풍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