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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8. 2020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

마지막글


의사인 나도 상상을 못 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여느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사그라들 줄 알았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퍼진 코로나바이러스는 달랐다. 발생한 지 9개월이 넘도록 그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평범했던 우리의 생활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아이와 나갈 곳이 없었다. '띠리릭~' 올해 1월 말 문자를 받았다. 25개월 아기와 다녔던 문화센터 수업이 휴강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예방 차원에서 공공기관 문이 닫혔다. 수업이 열렸던 어린이 회관도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2주일 뒤면 다시 수업이 시작될 줄 알았다. 계속된 바이러스 확산으로 수업은 뒤로 미뤄졌다. 결국 겨울학기 수업은 폐강되었다. 이번 여름에도 문화센터 수업은 열리지 못했다. 마치 희망고문을 당하는 것 같았다. 아이와 즐겨 찾았던 공원 놀이터도 들어갈 수 없었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출입을 막는 안전테이프가 둘러쳐졌다. 아이와 가끔씩 책을 펼쳐보던 공원 도서관 마찬가지였다.  9개월째 도서관 문을 꽁꽁 걸어 잠갔다.


아이를 맡길 곳도 없었다. 아기가 어려 집에서 돌보는 동안 아이가 어서 자라기를 바랐다. 두 돌은 넘겨 어린이집을 보내자는 남편의 말을 얼마나 곱씹었는지 모른다. 어린이집 등원 서류를 작성하고 올해 3월 입학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어린이집 입학식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정부가 모임을 금지했기 때문이다. 얼마간의 시간을 아이와 집에서 보내야 했다. 시간이 흘러 국내 확진자 증가 추세가 다소 안정적이라는 뉴스가 들려왔다. 아이는 입학식 없이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는 친구들과 노는 재미에 흠뻑 빠졌다. 다행히 아이는 어린이집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가을이 시작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최근 바이러스가 재확산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가능하다면 가정에서 아이를 돌볼 것을 권했다.


마스크가 필수품이 됐다.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일상화되었다. 아기와 자주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여름이 되니 덥다고 마스크를 쓰기 싫어했기 때문이다. 특히 엘리베이터에서 그랬다. 더욱이 32개월의 아이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는 것도 좋아했다. 주변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좁고 밀폐된 공간은 위험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손을 꼼꼼히 씻었다.


놀이터는 썰렁해졌다. 예전처럼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졌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스크를 쓰고 혼자 그네를 탔다. 조용히 혼자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기 위해서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마음이 불안해져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어디서 어떻게 걸릴지 모르는 바이러스 때문에 야외에서도 마음껏 활동을 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모르는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병원 진료실에 앉아 있으면서 불안해졌다. 내가 무증상자로 바이러스를 전파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마스크를 항상 쓰고 손 씻기와 창문 환기를 자주 했다. 열이 나는 환자를 볼 땐 더욱 조심했다. 아크릴로 된 투명 가리개를 얼굴에 쓰고 환자를 진찰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와 간단히 눈인사를 하고 바로 샤워실로 들어갔다.


반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좋은 점도 있었다. 언제부턴가 우리나라는 겨울이 되면 미세먼지가 심해졌다. '삼한사온'대신 유행하는 말이 생겼다. 미세먼지의 첫 글자를 따서 '삼한사미'라는 신조어가 돌 정도였다. 희뿌연 세상은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온 거대한 흙먼지 바람이 불어닥친 것 같았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런 미세먼지를 몰아냈다.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대기오염을 일으키는 공장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의 원인인 자동차와 공장이 멈추니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환경운동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를 자연의 경고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아이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다.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아이를 따라 신나게 춤을 추었다. 아이는 갖고 놀고 싶은 장난감을 들고 우리에게 왔다. 퍼즐 맞추기, 소꿉놀이, 그림 그리기, 블록 쌓기 등 앉아서 하는 놀이를 통해 집중력도 쌓을 수 있었다. 아이는 부모랑 하는 놀이를 좋아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4살 아이와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다양한 놀이 방법을 알 수 있었다. 혼자 논는 아이가 안쓰러워 장난감도 이전보다 많이 샀다.


무엇보다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하자 병원에 찾아오는 소아과 환자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원장 선생님은 당분간 휴직을 권하셨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한동안 우울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육아 경험을 책으로 내고 싶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일상에 지쳐 식어가던 열정이 다시 깨어났다. 글을 쓰느라 밤늦도록 앉아있어도 피곤한 줄 몰랐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나에게 시간을 선물했던 것이다.


"엄마 괜찮아~

아빠 괜찮아~

나도 괜찮아~"


요새 우리 아이가 부르는 노래다. 작사, 작곡은 모두 우리 아이가 했다. 단순한 가사이지만 내 귀에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외출을 못하고 우울해진 우리의 마음을 위로해 주는 노래로 들린다.

우울한 코로나지만 아기 덕에 오늘도 웃는다.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다.


'과연 이 상황은 언제 끝나게 될까?'

'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있을까?'

'예전처럼 세계여행을 할 수 있을까?'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갈 미래가 궁금하다. 학교, 친구, 여행 등 당연하게 여기고 살았던 것들이 우리 아이에겐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예전처럼'이라는 말을 잊어야 할지도 모른다. 익숙했던 가치관을 버려야 할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불안해진다.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는 것이 두렵다. 너무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 무섭기도 하다. 희망이 있다면 이 글을 책으로 읽는 날에는 이런 날들이 있었던 것을 추억하듯이 떠올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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