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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27. 2020

30개월 아기 기저귀 떼기 성공담

아기 배변 훈련 

더운 여름이 되면 아기의 엉덩이는 땀띠로 범벅이 된다. 무더운 날 기저귀를 차고 있으니 얼마나 더울까... 하루빨리 아기 기저귀를 떼고 싶었다. 하지만 아기가 준비되지 않은 채 무턱대고 했다가 처음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칠 수도 있다. 섣불리 시도할 수는 없었다. 6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쳤다. 올봄부터 본격적인 '기저귀 떼기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아기가 변기에 친숙해질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어른 화장실 문 앞에 아기 변기를 뒀다. 어른 변기에도 아기용 변기커버를 설치했다. 어른 변기에 아기가 쉽게 오르내릴 수 있도록 발 받침대를 마련하였다. 아기에게 배변과 관련된 책도 읽어줬다. 아기는 배변활동에 관심을 보였다. 때로는 민망하게도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있는 엄마, 아빠를 유심히 관찰하기도 했다. 아기는 팬티를 벗기고 변기에 앉아 볼일을 보는 과정을 알려주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것도 좋아했다. 


아기는 생후 28개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담임선생님은 주기적으로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로 가셨다. 아직 기저귀를 못 뗀 아이들은 변기에 앉아있는 연습을 했다. 하원 후 집에 돌아온 아이가 비슷한 행동을 보였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29개월 아기가 기저귀를 스스로 벗고 어른 변기에 앉아 있었다. 아기가 배변 훈련을 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저귀를 벗기고 팬티를 입혔다.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시간을 천천히 늘려나갔다. 처음에는 1~2시간으로 시작했다. 익숙해지자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낮 시간 동안에는 팬티를 입혔다. 


"또르르르~"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이런 것일까... 생후 30개월 아기가 첫 소변을 어른 변기에 앉아 누기에 성공했다. 천상의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한 달 전에는 바나나처럼 길쭉한 대변을 유아 변기에 봤다. 아기는 엄마, 아빠를 부르며 유아 변기에 대변본 것을 알렸다. 아기의 예쁜 행동에 폭풍 칭찬을 해줬다. 이후 아기는 대변이 마려우면 변기로 달려가 잘 봤다. 앉아서 대변을 보는 게 익숙지 않았을 텐데 아기는 끙끙거려도 열심히 힘줬다. 반면 소변은 실수가 잦았다. 집안 곳곳에 묻은 아기 소변을 닦아내느라 지칠 때도 있었다. 힘들 때는 아기에게 기저귀를 채웠다. 아기가 실수를 하더라도 혼내지 않고 인내심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기는 소변이 마려운 느낌을 잘 몰랐던 것 같다. 신나게 놀다가 자신도 모르게 소변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일정한 시간이 되면 화장실을 데려가기로 했다. 내가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때면 아기와 함께 가서 아기를 변기에 앉혔다. 


30개월부터는 외출하는 경우에도 팬티를 입고 나갔다. 짧은 시간 동안 바깥 산책을 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아기는 쉬가 마려우면 우리에게 알려줬다. 집이 아닌 외부 화장실에서 첫 소변을 봤다. 기저귀 없이 생활하는 것에 점차 자신감을 얻었다. 하지만 어둡거나 더러운 화장실은 가지 않으려고 했다. 아기는 소변이 마려워도 참았다. 낯선 환경에서는 쉬가 마렵다고 수차례 화장실을 들락거리기도 했다. 애써 찾은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지 않아서 애먹은 적도 있었다. 아기가 정서적으로 불안함을 느낀 것이다. 아기에게 친숙한 휴대용 아기 변기커버를 챙겼다. 아기가 실수할 때 갈아입힐 수 있는 여벌 옷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아기는 낮 동안 소변을 잘 가리게 되었다. 기저귀 떼기 마지막 단계가 왔다고 생각했다. 야간 소변 가리기 연습을 했다. 아기에게 잠자기 전과 아침에 일어나면 소변을 봐야 한다고 알려줬다. 기저귀를 채운 채로 며칠간 훈련을 했다. 자고 일어난 뒤에도 뽀송뽀송한 마른 기저귀가 여러 날 계속되었다. 이제는 밤에도 아기에게 팬티를 입힐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 한편으로는 걱정도 있었다. 아기가 밤 소변을 못 가려 소변으로 얼룩진 이불빨래를 하는 상상을 했었다. 하지만 아기는 엄마의 걱정을 보란 듯이 무너뜨렸다. 아기는 밤 동안에도 소변을 잘 가렸다. 이렇게 우리 아기는 30개월에 기저귀 떼기를 완성하였다. 


진료실에서 배설장애와 관련된 상담을 받을 때가 있다. 만 6세인데도 아이는 대변을 보고 싶으면 기저귀를 채워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었다. 아이는 설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팬티에 변을 지린다고 걱정하는 부모들을 보기도 했다. 대개 아이의 심리적 또는 환경적 요인들로 인한 대소변 가리기 훈련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다. 이런 경우 배변활동을 방해하는 스트레스 상황들을 파악하는 게 필요하다. 우리 아기의 배변 훈련을 하면서 나도 배운 게 많았다. 배변 훈련을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아기의 마음을 읽고 준비가 되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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