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터 증후군
"왜엥~"
한밤중 귓가에 모깃소리가 들렸다. 반사적으로 졸린 눈을 반쯤 뜨고 몸을 일으켰다. 방의 불을 환하게 켜고 눈을 부릅떴다. 아기 얼굴에 모기한테 물린 자국이 선명했다. 생각해보니 이것 때문에 아기가 자다가 칭얼거렸던 것 같기도 했다. 한참 두리번거리며 찾아보니 하얀 천장에 검은 모기가 납작하게 붙어있다. '얄미운 모기...' 전기모기채로 모기를 잡고 자리에 누웠다. 나도 물린 곳이 간지러워 긁느라 한참 동안 잠에 들지 못했다.
아기는 모기에 물리면 피부가 붉어졌다. 처음에는 어딘가에 부딪혀서 붉은 자국이 생긴 줄 알았다. 반나절이 지나자 땡땡하게 부어오르고 아기는 긁기 시작했다. 간지러움 때문에 수없이 긁었다. 상처 부위에서 진물이 나거나 피가 났다. 아기는 모기에 물리면 어른에 비해 부어오르는 것이 심했다. 상처 자국도 오래갔다. 생후 7개월 아기 이마는 여름 모기한테 물리느라 남아날 리가 없었다. 나이가 어려 일본뇌염 예방접종을 못했을 땐 걱정도 했다. 국내에서 작은 빨간 집모기가 발견됐다는 뉴스를 들으면 긴장이 되었다.
여름이 되면 벌레에 물려 진료실에 오는 아기들이 많다. 대게 모기가 원인이다. 보호자들이 놀래서 온다. 1~2일 전 아기가 모기한테 물린 자리가 심하게 부어오르기 때문이다. 한쪽 발 또는 손등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경우도 있었다. 부은 곳을 눌러도 아기는 아파하지 않고 상처 주위 피부가 멀쩡한 것이 대부분이다. 모기 침에 대한 우리 몸의 과도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생긴다. '스키터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증상에 대한 치료를 하면 낫는다. 간지러움과 염증을 조절할 수 있는 경구 약이나 연고를 사용한다. 세균 감염이 의심될 때는 항생제를 처방한다. 간혹 피부 아래 속까지 염증이 생긴 '봉와직염'이 진행된 경우는 항생제 주사가 필요할 수 있다.
아기는 유난히 잠이 들기 전, 모기에 물린 부위를 긁었다. 딱지가 앉아 상처가 나아질만하면 손톱으로 딱지를 뗐다. 새로운 딱지가 생기면 또 긁었다. 2차적 세균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했다. 아기용 반창고를 붙여서 상처 부위를 보호했다. 아기 손톱의 날카로운 부위를 잘랐다. 반창고 붙이기는 생후 두 돌 전후로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다. 처음에 아기에게 반창고를 붙여줬을 때가 기억난다. 아기는 자다가 눈을 떠서 몸에 붙인 반창고를 확인했다. 반창고를 보고 눈을 다시 감을 만큼 반창고를 신기해하고 좋아했다. 덕분에 상처가 아물 때까지 몸에 잘 붙이고 있었다. 32개월이 되니 반창고 따위는 신경도 안 쓴다. 간지러우면 아예 반창고를 떼고 열심히 긁는다. 모기를 물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아기가 어릴 때는 모기장을 쳤다. 원터치 형식이라 설치는 쉬우나 부피가 커서 잘 사용하지 않았다. 집안 벌레를 유인하는 트랩도 켜놨다. 그러나 그다지 효과를 못 봤다. 요새는 창문을 열고 환기가 잘 되는 상태에서 전기 모기향을 틀고 잔다. 선풍기도 약하게 틀어 놓는다. 일단은 모기에 안 물리는 것이 중요하니깐 이 방법을 한동안 계속 쓸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에도 켰던 모기향이니깐 가습기 살균제처럼 위험한 것은 아니겠지...라는 믿음이 있어서이다.
올해는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유난히 모기가 많은 것 같다.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가 지난 지 2주가 넘었다. 초가을 모기가 더 극성인 것 같다. 아이가 크면 자다가 모기 한 마리 잡으려고 깨어났던 이날을 추억하겠지? 그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