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배꼽 관리)
"큰일 났어!"
다급한 남편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달려가 보니 놀란 남편이 아기의 옷을 가리켰다. 천사같이 잠들어 있는 아기 배냇저고리에 붉은 핏자국이 보였다.
'대체 이게 어디서 나온 피일까?'
'자다가 다친 걸까?'
'아뿔싸!'
아기의 기저귀를 열고나서야 원인을 알게 되었다. 배꼽 주변으로 검게 굳은 피딱지가 보였다. 아직 덜 아물었던 배꼽에 물이 닿으니 피가 난 것이다. 신생아 배꼽 관리가 중요한 이유였다.
산후조리원에서 3주 있는 동안 제대(아기의 탯줄 묶었던 부위)가 떨어졌다. 생후 2주 만에 아기의 배꼽이 저절로 잘 떨어져서 더 이상 관리는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조리원에서 집에 돌아와 생후 27일째부터 아기를 통목욕시켰다. 겨울의 차가운 기운에 노출되면 배가 아플까 봐 기저귀를 배꼽까지 올려서 잘 채워줬다. 문제는 바로 다음날 발생했다.
만약 소아과 의사가 아니었다면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을 것이다. 의사라도 내 아기의 피를 보면 가슴이 떨린다. 평소처럼 환자를 보는 듯한 태도로 임했다. 우선 아기 배꼽 주변에 감염 소견이 보이지 않는지 살펴봤다. 배꼽 주변 피부가 붉게 보이거나 열감이 있지는 않는지... 고름이 있거나 안 좋은 냄새가 나지는 않는지... 배꼽 주위를 눌렀을 때 아기가 아파하지 않는지 얼굴 표정도 관찰했다. 체온계로 아기의 온도를 재고 열이 나거나 늘어지지는 않는지 전신 활력징후를 확인했다.
다행스럽게도 배꼽에서 피가 난 것 외엔 겉에서 보이는 이상은 없었다. 일회용 알코올 면봉으로 아기의 배꼽을 조심스레 닦았다. 배꼽에 피가 고여있는 건지 계속적으로 출혈이 있는 건지도 살펴봤다. 피가 고여있을 뿐 새로운 출혈은 없었다. 배꼽에 염증이 생긴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소아과 외래에는 육아종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세균 감염으로 생긴 노란 분비물을 닦아냈다. 새로 자란 분홍색 육아 조직은 질산은으로 치료했다. 간혹 치료가 잘 안 되는 경우 탯줄 폴립을 의심하기도 했다. 외과 수술이 필요한 사례이다.
그날 이후 아기 배꼽 관리에 신경을 썼다. 통목욕은 1주일 정도 하지 않았다. 기저귀를 채울 때마다 기저귀가 배꼽을 가리지 않도록 잘 접어주었다. 배꼽의 물기를 말리기 위해서 배꼽을 억지로 벌리거나 알코올 솜으로 소독을 하지는 않았다. 배꼽이 잘 마를 수 있게 기저귀 밖으로 노출시켜주는 것으로 배꼽 관리는 충분했다. 1주일 뒤 통목욕을 한 뒤에도 배꼽에서 피가 나지 않았다. 그제야 배꼽이 다 아물었음을 알 수 있었다. 지금은 아주 예쁜 배꼽으로 자리 잡았다.
신생아를 돌보던 시절을 되돌아볼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에피소드이다. 아기가 가장 어렸을 때 일어났고 피를 봐서 그런지 인상 깊게 남아있다. 가슴이 조마조마했던 시건을 통해 신생아 배꼽 관리가 중요하다는 배움을 얻었다. 무엇이든 기본이 가장 중요하다.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무시하면 안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