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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낭화 Oct 09. 2020

신생아 태열은 정확한 의학용어가 아닙니다

(신생아 태열)

"어제 조기를 튀겨서 그런다냐..."


생후 40일, 아기 피부를 보고 어머님이 말씀하셨다. 어머님은 삼칠일 동안 조심하며 지내라고 한 옛 어른들 말씀에 따르셨다. 집에서 단 한 마리의 생선 한 마리도 굽지 않으셨다. 하필 조기를 기름에 구워 먹고 난 다음날 아기 피부에 좁쌀 같은 것이 생겼다. 어머님은 본인의 잘못으로 돌리고 계셨다. 


"그럴 리가요... 괜찮아질 거예요."


라며 어머님의 마음을 달래 드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아기의 얼굴과 몸엔 하얗고 오돌토돌한 것들이 떼를 지어 생기기도 하고 붉어졌다. 심지어 50일 기념촬영을 가는 날에는 눈 주위까지 붉게 번져 마치 피에로 얼굴이 되었다. 


'한 달 전만 해도 뽀얗고 광채가 나던 피부였는데...'

'아기의 피부가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엄마의 마음을 '심쿵'하게 하는 태열을 우리 아기도 앓았다. 인터넷으로 '태열'을 입력하니 수많은 정보들이 올라와 있었다. 대부분 제품을 홍보하는 글이나 한의원 관련 광고였다. 사실 '태열'은 의학용어가 아니다. 신생아 시기에 피부가 붉어지고 뾰루지 같은 것들이 생기는 것들을 넓게 아울러 태열 또는 영아기 습진이라고 부른다. 모양이 엇비슷해 자칫 헷갈릴 수 있는 땀띠, 신생아 여드름, 유아 지루 피부염, 접촉피부염, 유아기 아토피 피부염 등이  대표적이다. 아기의 증상 및 피부 병변을 보고 위의 질환들로 진단하여 알맞게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조리원에서 나와 소아과 전문의 시험을 치를 때까지 약 3주간 시부모님께서 아기를 봐주셨다. 아기를 애지중지 키워주셨다. 겨울에 태어난 아기라 따뜻하게 해 주신다고 방 온도를 높이고 속싸개로 꼭꼭 씨 놓으셨다. 12월의 추운 기온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아기방에 들어가면 후끈함이 느껴졌다. 생후 40일경부터 아기 얼굴과 몸에는 하얗고 작은 물방울 모양의 발진이 생겨났다. 당시는 땀띠라고 생각을 못 했다. 집안의 높은 온도 때문에 아기 피부가 건조해졌다. 나는 아침저녁으로 아기 피부에 어른이 쓰는 보습제를 듬뿍듬뿍 덧발랐다. 아기의 땀이 배출되지 못하고 땀구멍이 막혔다. 분비물이 축적되어 붉게 악화되었다. 


시험을 마치고 한 달간 병원을 출근하게 되면서 아기를 친정집으로 옮겼다. 집의 평균 온도는 19-20도였다. 시원한 곳으로 오면서 아기 피부는 급격하게 좋아졌다. 붉었던 기운이 많이 사라졌고 가끔씩 이유 없이 오돌토돌한 좁쌀들이 올라왔다. 일명 '신생아 여드름'때문이었다. 엄마 뱃속에 있을 때 전달받은 호르몬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매일 아기 얼굴을 미지근한 물로 잘 닦아주고 아기 전용 보습 제품을 발랐다. 초기 염증이 심했던 때는 가장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 로션을 사용기도 했다.


생후 56일에는 두피 앞쪽 부위로는 하얗게 각질이 일어났다. 유아 지루 피부염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억지로 떼거나 약을 바르지는 않고 그대로 두었더니 나아졌다. 이 시기 동안 매일매일 아기의 얼굴만 쳐다보고 지냈다. 아기가 자고 일어났을 때 괜찮았는데 아기가 얼굴을 비벼 붉어지는 날도 있었다. 친척들이 놀러 와 아기를 안아주면 아기의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기도 했다. 아기 및 어른 옷에 사용하는 세제에 대해서도 신경을 쓰고 면제품을 입었다.


생후 100일 정도가 되어 아기의 태열은 서서히 진정된 것 같다. 매일 아기의 얼굴을 미지근한 물로 잘 닦아주고 순한 보습 제품을 발랐다. 간헐적으로 가장 낮은 단계의 스테로이드 로션을 사용하기도 했다. 방 온도를 시원하게 하고 면제품을 입혔다. 시간이 지나자 아기 얼굴은 예전의 모습을 되찾았다.


아기 피부는 엄마의 걱정거리이다. 초보 엄마일수록 걱정의 정도가 크다. 그러나 의사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고 방법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 진단 없이 하는 치료는 피부를 악화시킬 수 있다. 땀띠 위에 어른 보습제를 덕지덕지 바른 나처럼 말이다. 그 외에 필요한 것은 시간인 것 같다. 아기가 성장하면서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의외로 많다. 그중 하나가 피부다. 아기가 자랄 수 있는 시간을 엄마는 조급해하지 말고 기다려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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