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 코눈물관 막힘증)
아기가 생후 50일이 될 때까지 전문의 시험을 준비했다. 시험을 마친 후에는 한 달간 전공의로서 병원생활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낮 동안은 시부모님과 친정엄마 손에 아기를 거의 맡기다시피 했다.
"아기가 일어났을 때 오른쪽 눈에만 자꾸 눈곱이 낀다."
"눈물이 그쪽에만 고여있어."
생후 50여 일쯤 됐을 때 엄마 말씀대로 배고프다고 울고 보채는 아기의 한쪽 눈에서만 눈물이 흘렀다. 눈물이 코눈물관을 타고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는 '선천 코눈물관 막힘증'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주 증상인 눈곱과 눈물 흘림이 신생아 시기에 거의 없었다. 의사인 나도 초기에 진단하지 못했다. 신생아는 눈물샘 기능이 미숙해 눈물을 잘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자고 일어나도 눈곱이 거의 끼지 않았다. 아기가 울면 불편한 사항을 바로 해결해 줬기 때문에 눈물이 흐를 새도 없었다. 보통 코눈물관은 자연적으로 생후 첫 주 내에 뚫리나 1~3개월까지도 지연될 수 있고 대부분 1세 이전 96%에서 자연히 호전된다.(안효섭·신희영, 『홍창의 소아과학』, 미래엔, P.369)
증상이 심하거나 시간이 지나도 계속될 때는 코눈물관더듬자 검사를 시행한다. 안과에서 인턴실습을 하면서 이것을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 시술하는 동안 아기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히 붙잡는 것이 내 역할이었다. 가느다란 탐침을 눈물길로 넣어 폐쇄된 부위를 뚫는 간단한 시술이었다. 하지만 내 아기가 그 사례가 되는 것은 싫었다.
코눈물관 막힘증의 기본 치료인 마사지를 매일 했다. 마사지를 하기 전 일회용 멸균 거즈에 생리식염수를 충분히 묻혀 눈꺼풀에 붙어있는 눈곱을 닦아줬다. 눈곱이 말라붙어있을 땐 눈 위에 젖은 거즈를 올려뒀다. 눈곱을 불려서 눈 안쪽에서 바깥 방향으로 닦았다. 두 번째 손가락을 이용해 아기 눈 앞머리에서 코 아래 방향으로 쓸어내리며 눌러줬다. 마사지를 5회씩 아침저녁으로 하루 2회 정도 했다. 행여 내 손톱으로 아기 눈에 상처를 낼까 봐 매일 손톱 정리를 했다. 내 손톱 아랫부분을 사용해 손가락 자국이 날 정도로 꾹꾹 눌렀다.
아기 눈이 충혈이 되고 노란 눈곱이 껴서 눈을 잘 뜨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이런 날엔 항생제 안약을 하루 1번 넣어줬다. 다음날 눈곱이 끼지 않으면 안약을 쓰지는 않았다. 화농성 눈곱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생제 안약을 쓴 날은 초반 2~3회 정도였던 것 같다. 생리식염수로 눈꺼풀을 닦아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마사지를 할 때마다 아기는 싫은 듯 얼굴을 찡그렸다. 하지만 인턴 때 봤던 탐침 시술이 떠올라 마사지를 열심히 했다.
생후 80일, 이날의 아침이 기억이 난다. 우리 아기가 처음으로 새벽 수유 없이 8시간 통 잠을 자고 일어난 날이기도 하다. 아기가 눈을 떴을 때 눈곱 없이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엄마, 나 이제 코눈물관 뚫렸어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마사지는 더 이상 필요 없었다.
진료실에서 아기의 코눈물관 막힘증을 걱정하는 부모를 만나면 눈물관 마사지 방법을 일러준다. 인터넷을 통해 어렴풋이 알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내 아이를 통해 살아있는 지식을 체험했기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 바른 의학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의사의 의무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