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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호떡

1부. 일하는 사람들.

by 김현정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을 지나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머물다 갔다. 호떡 시식 행사였다. 마트에 오면 즐거운 것 중 하나가 시식하는 것이었다. 물건을 사지 않아도, 그 물건을 맛볼 수 있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 늘 감칠맛나게 먹는 시식용 음식들이 그렇게 맛있었다. 늘 시식행사를 하면서 한입만 먹고 가라는 아주머니들이 내어주던 음식을 받아먹고 지나갔었는데, 이제는 내가 그 일을 하게 된 것이었다.

나는 손님으로 마트로 왔을 때 시식 만하고 사가지 않으면, 직원분들이 싫어하진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시식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그럴땐 나를 붙잡는 아주머니들이 안사가도 되니 맛만 보고 가라고 하셨었고 늘 시식을 할때면, 내가 음식 평론가가 된 듯이, 진지하게 맛을 음미하고, 가격을 보면서 고민을 하다가 은근하게 발길을 돌리곤 했었다. 그렇게 돌리는 발걸음은 너무 부끄러워 먹을때는 천천히- 등을 보일땐 재빠르게 뛰어달아났었다. 그랬던 나였다. 다들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서 그냥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일을 하다 보니, 호떡은 꾸준하게 굽는데, 손님들에게 전달되지 못한 시식용 호떡이 식어가는 것을 보니 애가 탔다. 맛이 없어진 호떡을 먹는 사람들이 우리가 판매하고 있는 호떡믹스를 외면해버릴까 두려웠다.


“동글아! 호떡 식는다. 먹어라.”

“진짜요? 이거 먹어도 돼요?”

“얼릉! 손님 없을 때 퍼뜩 먹어라. 맛없는 호떡 시식으로 주면 오히려 팔기 어럽다.”

“네!”


맞는 말이었다. 맛이 없는 음식을 먹고 누가 사가랴. 특히 호떡은 따뜻해서, 설탕이 흘러나올 정도가 되어야 최상의 맛인데, 이미 식어버린 호떡은 설탕이 굳어 모래알 씹히듯이 씹히는 맛은 볼품이 없었다. 따뜻하게 호호 불어먹던 어제 먹은 호떡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그래도 반죽이 걸쭉하게 발효되어 바삭하게 구워진, 반죽 맛으로 먹었다.


“이모! 식었는데도 맛있어요!”

“여기 설명서대로 구우면 된다. 그리고 이 이모의 손맛이제. 호떡 발효시간이 좀 있긴 한데- 이거는”


호떡이모는 나에게 호떡 굽는 법을 알려주었다. 발효하는 시간과 온도를 이야기를 해준다. 하루에 8시간 이상씩 굽고 있는 이 호떡장인의 맛을 누가 이기랴. 호떡이모는 거의 한달째 여기를 지키고 있었다. 주문이 들어와서 굽는 호떡이 아니다. 계속해서 붙이는 호떡이었다. 사람들은 호떡이모의 호떡을 좋아했다. 손님들도 좋아했고, 마트의 직원들도 좋아했다. 물론 마트의 직원들은 몰래몰래 지나가면서 한입씩 먹곤 했다.


“언니, 새로 보조?”

“어! 보조! 왔어, 예쁘지?”

“안녕하세요.”

“인사도 잘하네- 안녕.”


지나가던 마트 이모들이 저마다 인사를 하면서 지나갔다. 어린 나이에 이런 일을 하냐며 기특하다고 했다. 등록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한다며 인사를 드리면 내 손에 소시지부터 빵과 과자가 늘 많이 들려있었다.

이름에도 동그라미가 많고, 동글동글하다고 해서 이모님들 사이에서 나는 동글이라고 불렸고, 나도 일하시는 아주머니들께, 아줌마, 여사님 보다는 다들 이모라고 부르라고 하셔서, 이모라고 부르고 다녔다. 통칭 이모라고 생각하고 서로 편하게 대하는 분위기였다.

나는 직접 호떡을 굽지 않았다. 기름이 팔에 튀면 다친다며 호떡 이모는 나에게 호떡을 맡기지 않았다. 이모는 팔 토시를 걷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한달동안 기름과 사투를 벌이면서, 팔뚝에 난 기름데인 자국들이었다. 처음에는 집에서 쓰던 후라이팬과 다른 전기팬이 어색해서 데이고, 잘박한 기름에 튀어서 데이고, 갓구운 호떡을 자르다가, 튄 설탕에 데이고, 비좁은 공간에서, 기지개 겨우 켜다가 데이고- 이모의 팔은 그렇게 성한 곳이 없었다.


"호떡 무섭다. 이봐라- 이걸 우애 니한테 시키겠노."

"안 아프세요?"

"아프지. 그래도- 내는 나이가 있어가, 살가죽이 두꺼워서 이정도라- 니는 손도 대지 마라. 알겠제?"


데인 상처들은 유독 아파보였다. 그런 팔을 토시로 다시 가리는 이모였다. 살가죽이 두껍다라고 하였지만, 팔뚝 여린 살 안 쪽은 여리디 여리고 뽀얀 살결을 가진 이모님인데, 칼자국 마냥, 길게 지져진 그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웃고 있지만,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 나의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였다.

나는 그저 옆에서 호떡이 팔린 개수를 세고, 물건이 떨어지면 물건을 채워주는 분에게 부탁을 하거나, 급하면 카트를 끌고 창고에 가서 물건을 가져왔다. 그리고 매일 호떡을 먹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다. 기름냄새가 점점 익숙해질쯤 물려가고 있었다. 덕분에 점심값도 별로 들지 않았다. 항상 부른 배를 움켜지고 점심시간에는 잠깐 탈의실에 앉아서 쉬었다. 화려한 마트에는 손님들의 휴게공간은 있어도 직원들의 휴게실은 따로 없었다.


“동글아, 니 쉬고 온나.”

“네.”


호떡이모와는 교대로 쉬었다. 하지만 호떡을 굽는 일이 익숙하지 않는 나였기에, 손님없이 한적할때, 다 구워진 호떡을 3개정도 남겨놓고, 이모님은 쉬러 갔다. 손님이 보일때, 다 구워진 호떡을 가위로 잘라서 올려놓기만 하면 되었다. 이모의 배려덕에 나의 손과 팔은 늘 하얗고 뽀앴다. 그저 이모님의 배려덕으로 편하게, 조용히 일만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작한 대형마트의 알바는 웬만한 직장인들의 월급보다 높았다. 몸을 써야 했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붙이면서 물건에 대해 설명하고 팔아야 했다. 근무시간에는 하루종일 서 있었다. 화장실도 최대한 참았다가 갔다. 원래 화장실을 가는 횟수도 제한이 있었다는 말이 있었는데, 화장실 가는 횟수까지 누가 체크를 하겠냐며, 눈칫껏 오갔다. 시간은 쉬이 흘렀다. 빛이 하나 들어오지 않는 마트내에서 밝은 인공조명 아래에- 시간의 흐름도 느낄 새 없이, 기름에 절이고, 마감시간을 알리는 안내 방송이 들리면 하루의 일과는 끝이 났다. 그런 곳이었다. 학교때는 쉬는 시간, 수업시간, 점심시간. 숨막히는 일과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마트일에 비하면 무척이나 배려깊은 일과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함께하는 이 덕에 마트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호떡 반죽이 질다. 맛이 없네.”

“아, 진짜요? 아이다- 다시 묵어보이소, 따끈한 거 하나 새로 구워줄게.”

“이래 줘도 되나? 뭐 이렇게 다 퍼주면 장사되나.”

“에이- 맛없는 건 안 팔지! 자신 있으니까 파는 건데, 우리 손님 입에 안 맞다 하면, 한 번 더 드셔보시라는거지”

“그럼 한 번 더 먹어볼까?”

“안 사도 되니까 드셔보이소.”


호떡이 맛이 없다는 손님들은 가끔씩 있다. 맛에 대한 호불호일 수도 있고, 괜한 핀잔일 때도 있었다. 사이사이에는 맛이 없다는 손님도 있고, 너무 뜨겁다고 화를 내는 손님도 있었다. 그럴 때면 호떡 이모는 손님의 성향에 맞게 응대를 했고, 호객을 했다. 그런 이모를 보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물건을 사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맛있지 않냐며, 먹어보라고 호탕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그 매력에 비싸지 않은 호떡을 쉽게 담았다. 항상 이모는 웃고 있었다. 서서 다리가 아파, 앉았다 일어났다를 하기도 하고, 호떡 굽느라 목을 빼꼼히 계속 빼고 있던 이모은 뒷목 잡기 일쑤였다. 얼굴은 뜨거워 벌겋게 달아올랐는데, 그런 이모를 보면서 나는 안마도 해주고, 손 선풍기를 들고와 얼굴에 바람을 쐬여드렸다. 하루종일 기름불앞에 있는 이모는 그렇게 웃으면서 손님들 앞에 서있었다.

“호떡 사 와.”

“지겨워.”

“가족들 생각은 안 하냐? 우리가 먹을 거다. 세일 마지막날이라며.”

“알았어.”


엄마는 내가 판매하는 호떡믹서를 좋아했다. 이모에게 전수받은 내용으로 호떡을 집에서 붙이곤 했다. 호떡믹서를 처음으로 산날, 이모가 알려준대로 굽다가, 손가락을 데였었다. 따끔거렸다. 큰소리를 냈다. 지글거리는 호떡을 보면서, 이걸 굽는게 일이니까- 하고 열심히 굽고 있던 이모의 얼굴이 생각났다. 그런 이모를 보면서 나는 퇴근 시간에 맞춰서 집에 호떡믹서를 사갔었다. 그럴 때면 이모는 증정품을 조금씩 더 붙여주곤 했다. 그렇게 나는 평생에 먹을 호떡을 다 먹고서야 처음 맡은 상품을 끝을 냈다.


“동글이 수고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모 덕분에 많이 배우고, 편히 일 할 수 있었어요.”

“말도 참 예쁘게 하제.”

“아니에요.”

“오늘 호떡 행사 마지막인데, 오늘도 사가나?”

“네, 이모는요?”

“아이고 – 나는 지겨워서, 한동안은 굽는 요리도 못하겠다.”

“따님이 아쉬워하겠어요. 이렇게 맛있는 호떡 이제 못 먹는다고. ”

“무슨- 기름냄새 이제 안 난다고 좋아할걸?”


호떡이모에게는 두 딸이 있는데, 한 명은 대학생이고 한 명은 올해 결혼한 딸이 있다고 했다. 호떡이모의 딸들은 우리 마트 근처에 살지만 오지 않는다고 했다. 정확하게는 마트 근처에도 못 오게 한다고 하셨다. 혹여나 호떡을 굽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여, 행사 때마다 시식코너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본인의 모습에, 또는 진상 손님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보게 될까, 그 모습에 아이가 주눅 들까, 본인이 너무 우스워보일까 싶어 그렇다고 했다.

“아니, 니는 알반데, 나는 이거밖에 할 줄 아는 게 없으니까. 우리 아덜이 내 모습 보면 부끄러울 거 같은 기지. 우리 아덜들은 공부 잘하거든. 똑띠다. 야무지고.”

“이모님도 대단하신걸요. 이렇게 맛있는 호떡을, 거기다가 영업도 엄청 잘하시고, 손님들한테도 붙임성도 좋으시고, 배울 점이 정말 많은걸요?!”

“고맙다. 그래도 이건 먹고살라고 하는 기고, 내는 중학교밖에 못 나왔다. 배움이 짧아가.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요리하는 거밖에 할 줄 모른다.”

“뭐라노! 너 그래도 여기서 일해서, 그 똑똑한 딸내미들 대학 보내고, 시집도 보내고 했으면서! 실없는 소리를 왜 동글이한테 하고 있노! 그리고 그 잘난 딸내미들 마트에 좀 오라고 해. 얼굴 좀 보자!”

“뭐라노, 우리 아덜이 왜 여기 오노- 그리고 뭐, 내가 일해서 대학 보내고, 시집보낸 건 맞는데, 근데 그건 뭐- 내가 잘나서 한기가, 그냥 버티다 보니 그래 된 거지”


지나가던 빵이모는 호떡 이모의 말을 듣고는 어깨를 툭 쳤다. 호떡행사 마지막날의 호떡이모와의 짧은 대화 속에는 씁쓸함이 묻어있었다. 당당히 일하고 있는 이모의 모습은 멋있고, 판매수량을 체크하면서 자부심을 느끼시는 이모였지만, 자식 앞에서는 스스로가 하는 일을 부끄럽다는 이모가 이해가 되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 나랑 같이 일한 호떡이모 있잖아.”

“응, 사람 성격 좋고, 일 잘한다며.”

“응, 그런데- 딸한테 일하는 모습 보이기 싫어하시더라. 당일 판매개수 보고 엄청 자부심 느껴하시거든, 오늘도 내가 젤 많이 팔았다! 하면서? 근데, 딸한테는 부끄럽대. 그렇게 일하는 게. 하루종일 기름냄새가 베여있어서, 냄새난다고, 퇴근할 때도 섬유방향제 엄청 뿌리시더라고.”

“그렇지.”

“뭐가? 난 호떡이모 옆에서 보니까 되게 대단하고 멋있던데. 본인도 아시는 거 같던데, 그 멋짐을?”

“정당하게 일하는 노동은 당연히 멋지지, 당당하지. 근데- 남이 그걸 다 알진 않아. 그리고 넌 옆에서 봤으니까 그리 생각하는 거고.”

“응?”

“넌 옆에서 직접 봤고, 딸이 오면 옆에서 지나가면서 보게 될 모습이고, 기름 베인 냄새만 맡을 거 아냐. 엄마도 너한테 그런 모습 보이긴 싫다?”

“그래도 일을 한다는 게 대단한 거 아닌가?”

“그건 니 생각이고, 뭐 대단한 일 한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쉽게 보이고, 무시하기 좋아.”

“너무한데.”

“사회가 그래. 대게 그렇게 봐. 열심히 일하는 사람한테 너무한다고 해도, 어쩌겠어. 그렇게 보는 걸. 생각해 봐라. 교수엄마와 마트에서 일하는 엄마. 직업에 귀천 없다 하지만, 자식한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 엄마는 생각이 많아.”


엄마와 나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질 수가 없었다. 나도 알고 있었다. 좋은 직업을 가진 부모와 그렇지 못한 직업을 가진 부모.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같지만, 사랑하는 아이에게 보이고픈 모습은 부모마다 같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난처한 상황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프로의 모습을 보여준 우리 호떡이모가 멋있었다. 나는 그런 엄마가 멋있을 것 같았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엄마를 생각하면 더 마음이 아프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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