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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Feb 09. 2024

오늘도 추억을 모읍니다.

나중에 그 기억으로 산다잖아요.

"엄마, 오늘은 우리 어디가?"

차키와 카드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는 극강의 P가 바로 나! 아이들이 원하면 바로 시동을 켠다. 부릉부릉~

아빠가 없는 주말이어도 개의치 않는다. 우리 셋의 잊지 못할 달콤한 비밀 추억이 생긴다고 생각하면, 마냥 즐거운 엄마이다. 엄마가 없는 날도 있다. 그런 날은 엄마는 쉽게 해주지 않는 몸에는 안 좋지만 남자 셋의 잊지 못할 추억들을 만들어 온다. 아빠 친구들과 아빠 어디가를 떠나기도 하는 날들도 있다. 길고 긴 겨울 방학 중에, ‘아빠 어디 가’는 엄마에게 마른 가뭄에 단비마냥 행복함을 선사해 준다.


온 가족이 하나가 되는 아빠가 있는 주말은 조금 더 즐겁다. 엄마보다 파이팅이 과하게 넘치는 아빠이기에, 아이들은 함께 웃고 떠들며 신나 한다. 축구, 농구, 캐치볼 등을 하면서 다이내믹하게 놀 수도 있지만, 파이팅 넘치는 남편은 주말마다 여기저기 예약을 해놓고 우리 가족을 즐겁게 해 준다. 새로운 곳을 가서 세상을 호기심 있게 탐험하는 탐험가 마냥, 아이들은 그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 그 힘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몸소 느끼는 우리 가족은 주말을 기대하고, 또 열심히 한 주를 살아간다.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마음먹기 나름이다. 가서 추억을 가득 쌓아, 우리 가족의 추억방에 하나씩 둘씩 차곡차곡 쌓아둔다. 이  추억은 나중에 이맘때가 그리워지면 꺼내어 볼 수 있다. 추억이 있다는 것은 참 따뜻하고 마음마저 훈훈하게 해 준다. 추운 겨울에 벽난로를 켜고, 노곤노곤해질 때 그 앞에서 군밤과 군고구마를 까먹는 것처럼, 이 추억도 그렇게 꺼내어 볼 수 있는 스위트한 이야깃거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


한 번씩 거하게 보너스를 주는 남편. 처음엔 10만 원이었다가, 100만 원이었다가 어느새 내가 원하는 가방하나는 거뜬히 사고 남을 돈을 건네주며, '사고 싶은 가방 있으면 하나 사.'라고 무심히 말한다. 처음엔 쇼핑하는 게 좋았고 무한 쇼핑데이를 만들어 아이들의 킥보드와 패드를 챙겨 함께 쇼핑을 하러 다녔다. 아들들은 쇼핑은 치가 떨려하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신나게 쇼핑을 하며 플렉스를 했다. 그때뿐이었다. 그때의 즐거움은 생각보다 얼마가지 않았다. 옷이나 신발, 가방은 쌓여만 갔고, 오히려 집 안을 가득 채운 물건이 많아지면서 마음은 공허함을 느낄 때쯤부터는 필요한 물건 외에는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않았다.


대신 그 돈으로 아이들과의 여행을 계획했고, 이주살이를 다니기도 했다. 한달살이는 남편과 아이들이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야 하는 시간이었기에 내 스스로가 썩 내키지 않았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 또한 큰 낙인 남편에게 회사와 집만 오가게 할 순 없었다. 통영, 제주의 이주살이를 시작으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기 시작했다. 오래 살지 않더라도, 평일 주말 가리지 않고 틈을 내어 여행을 다니고, 맛집과 체험들로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갔다. 아이들은 그렇게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며 커 나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한창 공부하며 몸과 마음이 지치거나, 취직을 해서 일이 힘들거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기력함이 들 때 또는 나이가 들어 인생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을 때 꺼내어 볼 수 있는 어릴 적 기억들이 많은 어른으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곱씹어보며 훌훌 털어내고, 또 다시 힘차게 나아가는 어른으로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저기, 발 닿는 곳으로 오늘도 떠나본다.


그렇게 우리가족의 추억수집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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