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아침을 기점으로, '어떻게 하루아침에...'라는 말로 시작되는 문장을 거듭 되뇌는 날이 늘었습니다. 그리고 매번 그 문장은 끝을 내지 못했습니다.
아무 일이 아닌 일들에도 쉬이 눈물이 쏟아내던 사람이었지만 막상 눈물도 흐르지 않았어요. 어마어마하게 큰 사건 앞에 닥치고 나니 사소한 일들에 푸지던 알랑한 눈물들이 쏙 들어가 버릴 만큼 온 신경들이 멈춰 섰습니다.
어느 하루아침에, 30대 초반의 청년이 아스라 져갔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긴 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그 만의 차분함과 배려를 확인했고 여전히 온화한 모습으로 주변을 챙기는 모습을 고마워했는데... 뒤늦게 소식을 접하고 한 달음에 달려간 길에서야, 겉으로 보이는 근황이 아니라 내면의 안부를 확인하려 애쓰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궁금해했습니다. 죽음을 결심했던 그의 어제, 일주일 전, 한 달 전, 일 년 전.
“저는 기억하는 것보다 상상하는 게 더 좋아요. 왜 끔찍한 기억이 제일 오래갈까요?”
(빨간 머리 앤)
그러다 추측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어릴 적 몇 년의 아픈 기억들 때문에, 앞으로 몇십 년의 창창할 날들을 더 이상 즐거울 거라 생각하지 않은 걸까?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하고 아스라 져간 청춘을 아쉬워했습니다.
지금 얼마나 멋진 지점에 서있는지 그에게 한 번도 말해준 적이 없었음이 아쉬웠고 아주 많은 날을 살아본 것도 아니지만, 이유 없던 순간들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해주지 못해 후회가 들었습니다.
좀 더딜 뿐이지 늦게 피는 꽃도 있더라며...‘대부분, 모두가’ 각자 피는 시기가 다른 것 같더라며_술 한 잔 사주지 못한 무심함을 탓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느 하루아침에 또 다른 비보를 접했습니다. 비통해했다가, 멍했다가, 울었다가, 많은 감정들 속을 오갔지만 넋 놓고 있을 여유는 없었어요.
일상의 흐름이 깨져버린 틈 속에서 다섯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해야 할 일을 찾아 주섬주섬 간극을 메워나갔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작은 뇌 속에서 터져버린 한 줄기 피는, 한 순간에 많은 것들을 꺼트렸습니다.
위로 대신 담담한 응원을 담아 한 걸음, 한 걸음 같이 걸을 거라고 맹세하면서 저는 저대로 살기 위한 시간들을 쌓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고자 하는 생의 의지는 더 강해져서 건강하고 밝은 기운들로 채워나갈 시간들을 궁리합니다.
잠시 비극이었을 지언 정, 이 불행이 우리를 덮쳐 잠식하게 만들지 않을 거라고 견고해질 시간들을 탐색합니다. 그리고 여전히 해맑고 아름다운 그녀가 다시 온전한 일상을 되찾는 그날을 세 알립니다.
단란하던 우리 가족들 앞에서, 어느 날 아침 예고도 없이 무참히 터져버린 그 시한폭탄의 잔해들이 서서히 걷어지길 기도하며...
그날이 언제가 될지, 기간을 단정 지을 수 없기에, 딱 하루씩만큼만 힘을 낼 겁니다. 딱 하루씩 각기 다른 온기를 채워나갈 겁니다.
나를 살리는 시간을 더하고, 살기 위해 어떤 시간들을 빼기로 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나를 알아차리는 시간들을 갖습니다. 과거의 시간들을 훑어, 쓸만한 시간들을 건져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