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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Mar 15. 2024

각자의 동백꽃을 응원하는 시간

애기 동백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말에,

친구란 이름의 누군가가 내게 말했다.


아이 둘 사이, 육아 전쟁터 속에서

한껏 스산해진 마음에

주절거려 보던 경력단절녀, 육아맘의

하소연이었을 뿐이었는데


"넌 결혼 전에도,

네 일을 찾는 게 쉽지 않았지 않니?"


넋두리에 대한 대답지 곤

꽤 뼈 아픈 공격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때, 무슨 말을 했어야 했을까.

대답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일이란 것을 하고 있긴 했지만

정작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 지 나도 몰랐으니까.


하지만, 난 그 한 마디에

오랫동안 아팠다.


아픈 말들은

유독 귓가에 맴돌고

머릿속에 자주 스친다.


털어내버려야 할 말들은

유독 마음속에 깊이 파고든다.     

내가 그동안 흩뿌려놓았던 숱한 노력의 점들을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은 느낌이었다.

그것도 형편없는 별점으로.


그 점들을 잇고 이어,

간신히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와중에

누군가, 짓밟아버리고 간 기분이었다.


그 그림이 작품이 될지도 모를 일인데

연습 삼아 그리던 도화지를

멋대로 찢어버린 기분.


(넌 이제껏 형편없는 그림을 그려왔잖니.)

혹평하며.


유독 추운 겨울날

꽃망울을 빼꼼히 터트리며

황량함 가운데, 홀로 빛나는 꽃나무.


한 해의 끝자락, 초겨울에,

꽃망울을 터트리며 늦게 피지만

애기동백은 동백에 견줘 더 붉고

봉오리가 활짝 열린다.      


동백나무는 내한성이 강하고 꽃이 오래간다.

잎으로 차를 우리고, 이국적으로 핀 꽃은 오래도록 눈으로 담으며, 씨앗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윤기를 더한다.


사람에 따라서

꽃 피우는 시기가 다른 것을


추운 날에 홀연히 피어

더 찬란할 수도 있는

그런 꽃일 수 있는 것을.


(네 인생에서, 아직_꽃 피운 적이 한 번도 없지 않니)

묻던 너에게 이제야 대답한다.


애기동백이

늦게 피는 꽃이 될 수도,


봄을 재촉하며

일찍 피는 꽃일 수도 있지 않겠니.


꽃을 피우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 저마다의 싹을, 잎을, 꽃을

터트리는 때가 오지 않겠니?


하지만 아마 난 이 말을 전하지 못할 듯했다.


불필요한 인간관계가 주는 감정 소모로

시간 낭비, 에너지 낭비할 필요는 없으므로.


친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그런 인간관계는 가지치기가 답이므로.     


흔하지만, 제 때에 피는 꽃나무가 아니라고 해서 조바심 내지 않기로, 나에게 말한다.


잎으로, 꽃으로, 씨앗으로, 오래도록 쓰임이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다독거린다.


이 세상 모든 화려한 꽃들을 제치고 동백꽃이,

모두가 선망하는 코코 샤넬의 꽃이 될 줄 누가 알았겠어.      


혼잣말을 읊조리고 있던 와중에, 나의 동백꽃을 응원해 주는 누군가의 말을 들었다.


모두, 각자의 동백꽃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날을,

나 또한 응원한다.



세상에는 참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걸 보면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꿋꿋이 그리고 또 열심히 자기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똑같은 결과가 주어지는 건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망하거나 지치지 마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이 무엇을 하든 간에 그 일을 계속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책하지 마십시오. 여러분 탓이 아닙니다. 그냥 계속하다 보면은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여러분들을 찾아오게 될 것입니다. 저한테는 동백이가 그랬습니다. 여러분들도 모두 곧 반드시 여러분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힘든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속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곧 나만의 동백을 만날 수 있을 거라고요. 여러분들의 동백꽃이 곧 활짝 피기를 저 배우 오정세도 응원하겠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 오정세 배우님의 수상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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