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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Jul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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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SNS 일기>


수요일, 장애인 복지관 봉사활동.


(어두운 비밀은 결코 나누는 법이 없는, SNS 공간.

굳이 비밀을 나누지 않아도, 좋다.


모든 진실을 다 말할 수는 없다.
때로는 우리 자신을 위해서.
간혹은 다른 사람들 때문에.



군더더기 없이, 올린 사진 한 장.


장애인 복지관 봉사활동 있던 수요일 오전이었다.  올빼미 그림 한 장을 건졌다. 미술심리공부 기수들 중, 3기 선배 중 한 명이 도맡아 하고 있다는 장애인 복지관 미술 활동 수업에, 수업 보조로 참여서 그중 찍은 작품 하나.


집을 나서기 전, 이 집, 저 집을 오가며 아이들 다섯을 돌보고 내 가정도 돌보고, 요양병원에 입원 중인 아빠도 들여다보고... 여기저기 들여다봐야 할 곳이 많은 이 와중에 누가 누구한테 봉사를 해, 하는 마음이 일었다.


장애인 복지관에 도착해선, 입구에서부터 발걸음이 무거웠다. 미술심리수업의 연장 선상에서 진행되는 자원봉사활동이었지만 실은 무적으로, 얄팍한 마음으로 내던 시간이었다.


변명을 해보자면, 우리 집에 장애인 등록증을 갖게 된 사람이 생겼다는 현실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한 나라서 그렇다. 난 그 단어를 애써 회피하는 중이었다. 정작 당사자는, 새로 받게 된 장애인 혜택을 차근차근 알려주었건만 그때마다 나는 늘 딴청을 부렸다.

어쩌다 장애인 화장실에 들어선 아이들이 "여긴 몸 아픈 사람들이 사용해야 하는 화장실이야!" 이야기하면 괜히 부아가 치밀어 아이들에게 화를 냈다.


또 구차하게 핑계를 대보자면, 우리 집에서 유일무이하게 서울대 합격 타이틀을 거머쥐고 현수막에 이름이 내걸렸던 사람이 갖게 될 타이틀이라고 평생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그랬다.


편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말이 길어짐을 인정한다. 감히 말하건대, 아직 담담하게 그 단어를 인정할,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죄송하지만 솔직한 마음이 그렇다.


하지만 다소 무거운 마음, 복잡한 심경으로 들어간 장애인복지관에서의 공기는 생각보다 한결 가벼웠다. 뚜뚜 한 표정으로 들어가 형식적으로 봉사활동에 임하던 나보다 더 먼저 마음을 열고 무작정 반겨주는 솔직함이 나를 부끄럽게 했다.


색종이 두 장으로 올빼미를 접기 위해서 더 많은 이해와 여러 번의 설명과 도움이 필요했을지언정, 모두들 경쾌하게 올빼미 종이접기를 완료했다. 저마다 눈, 코, 입을 그리고 날갯죽지를 장식했다. 나뭇가지에 앉아있는 밤의 올빼미를 그려보라는 오더에, 핸드폰으로 올빼미 이미지부터 검색하기 시작하던 나와는 다르게 모두가 저마다의 올빼미를 완성했다.


밤의 올빼미라고 했지만 쨍한 태양 아래 색색의 꽃잎이 빛나던 꽃을 그려내고 눈이 시뻘건 올빼미를 그려낸 두 손이 다부져서 마음껏 칭찬해 주었다.


스케치북에 그림을 완성하고서 다 쓴 재료를 반납한다며 신이 나서 자리를 일어서려던 그림의 주인공은 내 칭찬에 수줍은 듯 미소 지었다. 나보다 등치가 3배는 큼지막한 거구의 30대 남성이었지만 그는 해맑게 웃으며 연신 '고맙습니다' 이야기했다. 발랄하게 일어서려다 더 어정쩡하게 일어서고 말았던 그가 내 뒤로 넘어질 뻔하려던 걸 가까스로 잡는다는 게 그의 흥건한 겨드랑이 사이로 내 두 손을 집어넣어 일으켰다는데 아찔하긴 했지만. 우린 멋쩍어하며 깔깔 웃고 인사를 나눴다. 그의 겨드랑이 땀이 스며진 내 손을 당장이라도 씻어야 할 것 같았지만 아무렇지 않은 듯 나 역시 해맑게 '안녕'.


내 가족이 새롭게 발을 내딛게 되었다던 그 그룹은 내가 생각한 것처럼 무겁디 무거워 절망의 늪을 헤매는 게 아니었다. 높게만, 멀게만 생각했던 그 경계는 사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감정이입이 되지 않아 마지막까지 홀연하게 나왔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충분히 가치 있었던 귀한 시간들이었던 터라 감사하는 마음에, SNS 감사일기에 기록했다.


나와 내 가족의 지인들로 넘쳐나는 SNS에선 절대 이야기한 적이 없는 이 비밀 이야기를 브런치북에서 쏟아낸다는 게 아이러니할 일이지만. 우리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그들이 내 글들을 애써 찾고 찾아 읽을 만큼 훌륭한 글을 써내는 사람이 아님을 다행스럽게 여길 뿐이다. 이미 휴직계를 몇 번이나 연장하면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 그런 슬프고도 핫한 뉴스이지만 SNS엔 절대 이야기하지 않는 비밀 이야기를 대나무숲 삼아 두서없이 적어 내려간다.


올빼미 그림만은 밝고 경쾌해, 다행이다.


Anyway, life is about how we find something, not what we lose


https://youtu.be/3D0PlwGIyW0?si=xrYFq5YyJMixFKJ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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