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마음에 날이 좋은 금요일마다 가방 2개에 킥보드 2개, 도시락 가방까지 챙겨 집을 나섰었다.
몇 번 하다 보니 어느새 '금요일의 이벤트'가 되었다.
날짜 감각이 명확하지 않아도 '킥보드 타고 학교 가는 날'이라고 또렷이 말하는 걸 보면 즐거운 이벤트임이 분명했다.
보통 금요일 아침 산책 도시락 주 메뉴는 아침에 만든 멸치 치즈 주먹밥과 계란과 고구마나 감자를 으깨서 넣은 모닝빵 샌드위치다. 그리고 한 입에 쏙 먹기 좋은 과일을 하나 챙긴다. 킥보드를 타다 빈 입으로 온 아이들에게 차례로 과일을 한 입, 주먹밥을 한 알 넣어준다. 신나게 킥보드를 타고 꽃잎 위 몽글몽글 맺힌 이슬도 톡 털다 8시 30분이 되면 킥보드를 반납한다.
여유가 허락되는 날엔 아이들이 킥보드를 타는 동안 나는 조깅을 시작한다. 내가 아이들을 좇는 건지 아이들이 뛰는 나를 따라오는 건지 모를 일이지만 속도감이 붙은 우리들은 저마다 즐겁다. 내가 뛰지 않는 날엔 내 쓰레기를 담은 종량제 봉투에 산책길 위 쓰레기들을 주섬주섬 담아 온다. 아이들이 등원하고 돌아오는 내 양 어깨엔 킥보드가 두 개 그리고 한 손엔 종량제 봉투가 걸려있을 때가 많다. 양 어깨가 묵직하지만 마음만은 상쾌하고 가뿐하다. 금요일 킥보드 산책 등교는 나에게도 즐거운 이벤트.
단짝 친구처럼 든든한 산책길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차 다니는 도로 대신 산책길을 건너 학교에 갈 수 있는, 등원길인지 산책길인지 모를 이 아름다운 동선이 있는 우리 집은 얼마나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