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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Jul 17. 2024

푸념도, 신세 한탄도 없는 나라

기분이 좋아지기위한 구체적인 노력, 카페 행

<SNS일기>

뭘 해도, 뭘 먹어도 한국이 너무 좋다는 친구들!

마음껏 즐겨.


-


엄마에게,

마 나 돌봐서 힘들었지요.

힘내요.

인제 내가 있으니까?

나보면 웃는 얼굴 해줘서 고마워요.


힘든 하루 끝, 똘똘한 쪽지 한 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



난임 일상에 허덕이 그때, 때때로 조카까지

아이 다섯 육아에 허덕이게 될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그때에도, 지금에도, 보물 같은 다섯 아이일 테지만 왜 육아 앞에 빈번히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꺼내어드는가.


30대에 자궁선근종이라는 단어를 받아 들고 자궁적출수술을 해야 하는 어느 날을,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할 거라고... 누군들 짐작할 수 있었을까.


창창한 30대의 어느 날, 독일 출국 비행기 티켓을 들고 떠나는 대신 재활병원 입원 팔찌를 차고서 일상이 갇히게 될 줄 상상조차 할 수 있었을까.

 

고위 공무원 퇴직 후, 여행 일상으로만 빼곡할 줄 알았던 60대에, 소변줄을 꽂게 될 줄은.


그리고 산부인과 퇴원시켰다가,

재활병원에 입원시키고

요양병원에서 '고정'에 관한 전화를 는 일이,

하루 한 날 일어나게 될 줄은?



어른들에게도 저마다의 위치에서 버거운 시간들일테지만, 자세한 사정을 알 리 없는 아이들에게도 고된 하루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았던 독일에선, 정작 엄마 없이 이모의 돌봄 에 타국 생활을 시작해야 했고.

한국에 돌아와선 엄마들이 이 병원, 저 병원 가있는 통에 또 다른 이모와 외할머니 손을 오가야 했다.


또 다른 이모는 나고, 외할머니는 세 딸을 낳은 친정 엄마다. 엄마 입장에선 딸 셋을 낳아 다행인 건지, 수고로운 일일런지.


네 팔로, 안겨드는 열 팔을 어찌할 재간이 없고

네 손으로, 7인분을 요리해 5명의 아이들의 입에 떠먹어줄 여유가 없다. (남편 상차림은 따로 +)


그런데도, 사정을 알든 모르든

아이를 맡겼든, 안 맡겼든

그 와중에 육아에 대한 방관, 참견, 질책, 오지랖은

사방 군데에서 간간히 날아었다.


SNS엔 푸념도, 신세 한탄도 없다. 그리고 하루 반나절 사이에 상관 관계없는 병원들 사이에서 뛰다, 하루 온종일 다섯 아이들 사이를 오가다, 번아웃을 외치는 나도 없다.


제법 맷집이 생긴 나는, 바꿀 수 없는 상황 속에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지 않는다. 묵묵히 내 선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해나갈 뿐이다. 친정 쪽에서의 과다한 업무에, 행여 핀잔이 날아들까 싶어 선제 조치를 하느라고 더 열심이었던 통에, 오히려 여유로워진 손도 있을 정도.


행복하기 위한 최적의 마음가짐을 위한
행복일기 쓰기

1. 오늘 좋았던 것
2. 다행인 것
3. 고마운 것
4. 기여한 바

- 지식인사이드, 조벽 교수님


그게 거짓이든, 허영이든, 인생의 낭비든 뭐든.

짧게 기록하는 SNS 행복 일기 속 나는 행복해 보인다.


그 안에 내 하루 행복을 위해 구체적으로 노력하는 내가 여실히 담겨있으니까. 속사정은 잠시 넣어두고 한숨 몰아쉬는 심호흡 속에 찍는 사진 한 컷이라.

 

우울증 환자분들을 진료하다가
본인의 기분을 좋게 하기 위하여
특별히 무엇을 하셨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기분이 저절로 좋아진다고 생각하고
되게 추상적으로 말씀하세요.
기분은 분명히 구체적으로 좋아지기 위한 노력을
해줘야 합니다. 기분이 좋아질 만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기분이 좋아지고요. 기분이 나빠질만한 구체적인 것은 나쁜 것은 버려야 해요.

- 의정부 성모병원, 이해국 교수


병원이라는 단어들을 털어버리고서 쏟아지는 비를 피해, 카페로 어갔다. 창문 너머로 비를 구경하는 아이 하나가 중얼거렸다.


"엄마는, 이모보다 괜찮아 보이던데... 왜 이렇게 병원에 오래 있는 거야."


비를 더 자세히 보려고 내딛는 꽃발인 줄 알았는데, 어느새 창문너머로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안아주고 또 안아준다.

금방 이 비도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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