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 거부한 컴플레인 손님

아이를 수업에 데려다주고 밖에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있어 오전 시각에 한 카페를 찾았다. 매장 안에서 취식할 계획으로, 따뜻한 카페라테를 주문했다.

매장 내 직원은 내가 영어수업할 때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아주 간단하고도 최소한의 표현으로 for here or to go. 여부도 묻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재차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커피를 받아 들고 보니 에스프레소 머신 거품기로 우유가 거품이 될 지경이 이르도록 한껏 가열된 나의 라테는 동의한 적 없는 일회용 컵에 버젓이 담겨 나왔다.


원래 카페 안에서의 취식의 경우, 테이크아웃 잔 사용이 법으로도 금지되어있지 않았던가?


커피를 받아 들고 나서 "매장에서 마시는 경우에도 일회용 잔이 나오나요?" 물었다.


"여기는 일회용 잔으로만 나와요. 다회용 잔은 아예 없어요."



한참을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매장 내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는 법이 바뀌었나?


카페나 식당 내에서 취식할 경우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되어있기도 하지만... 일회용 컵에 뜨거운 음료를 마셨을 경우 종이컵에서의 발암물질에 대한 기사를 본 이후로, 또 플라스틱 쓰레기 산에 대한 환경오염 기사를 자주 접한 뒤로, 난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려 노력해 왔다.


따뜻한 라테를 좋아하지만 밖에서 불가피하게 테이크아웃 잔을 사용해서 마셔야 할 경우 아이스 카페 라테로 주문한다.


좋아하는 커피를 마신답시며, 환경오염에 일조하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엔 아이스커피라떼라도 플라스틱 컵에 마시고 분리배출로 재활용 쓰레기에 버린다. 요즘엔 1일 1잔 커피 줄이기 운동도 하고 있어, 그 마저도 빈도수가 많지 않다.


- 플라스틱 컵 대신, 개인 텀블러를 사용하기.


- 산책 나갈 때마다 산책길 위에 떨어진 쓰레기 주워오기.


- 식당에 가는 일이 생기면 미리 통을 챙겨갔다가 손 안 댄 내 테이블 위의 반찬들은 챙겨 와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 애초에 남기지 않을 양만큼, 좀 부족하다 싶게 음식 주문하기.


-자의든, 타의든, 철마다 사고 싶어 하던 옷 쇼핑 줄이기.


-금방 크는 아이들, 옷이나 장난감 등은 주변에서 물려 입히고 받아쓰기.


- 책 전집들 물려 읽히고 좋은 책들은 이웃과 공유하기.


- 헌 옷들은 헌옷수거함에 넣지 않고 굿윌스토어에 기부하여 장애인 일자리 창출과 옷 재활용에 일조하기.


- 그때그때 요리하고 최대한 한 끼니로 해결하여 남는 음식 없도록 하기.


탄소배출 최소화를 위해 쌍둥이들을 이고 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지는 못할지언정 내 바운더리 안에서 환경 보호를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환경부에서 권고하던 그 법이 바뀌어,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아르바이트 생으로 보이는 직원은, 매장에서 마실지, 테이크아웃으로 가지고 나갈지, 여부도 묻지 않았나?


동의한 적은 없지만 커피를 일단 받아 들었으니 환경오염이나 환경 호르몬 생각은 멈추고 닥치고 커피를 마셔야 하나?


한참을 생각하며 테이블 위, 라테를 보고 있으려니 건너편에서 세 잔의 음료를 받아 든 학원생 어머님들 모두 테이크아웃 잔을 받아 들고 웃으며 대화 나누고 계셨다.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새 커피를 들고 가, 테이크아웃 잔에 커피를 요청한 적이 없으니 환불해 달라는 어려운 요청을 드렸다.


MZ세대로 보이는 직원은, 매장 취식 or 테이크아웃 여부를 묻는 단계가 불필요한, 테이크아웃 잔으로만 서브되는 매장이라 했다. 내 컴플레인이 기이하면서도 무리한 요구라는 양.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짧은 답변엔 비아냥이 실렸다.


당당하면서도 무례해 보이기까지 한 태도에, 난 또 흔들렸다.


"원래 매장 내에서 마실 경우, 일회용 컵 사용이 금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 여기 매장만 제외라는 건가요?"


전 사장이 아니어서 잘 모르지만, 여긴 애초에 일회용 컵만 사용한다고 그녀는 대답했다.


한참 동안 그녀와 실랑이를 벌이다, 3,300원의 돈을 환불받았다. 그리고 무리한 요구로 아침부터 컴플레인을 내던지는 몰상식한 손님인 건가, 아리송한 마음 반, 억울한 마음 반으로 글을 썼다. 그런데 쓰다 보니 난 아침의 컴플레인 손님이었네.


환경부의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에 따라 2022년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규제 차원에서 시행된 법으로 업소 내 음식 및 주류 판매업인 식품접객업에서 각종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하지만 1년간의 계도기간이 끝난 후 2023년 11월 24일부터 위반 시 최대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었던 관련 규제는 환경부의 조치로 백지화되었다.

그리고 식당과 카페에서 일회용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기로 했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에서 일회용품 규제가 자영업자의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이유에서다.

일회용 종이컵 대신 다회용 컵을 쓸 경우 컵 씻을 직원을 따로 고용해야 하고 세척 시설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가중된다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다. 다회용 컵을 비위생적이라고 기피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와 플라스틱 빨대 대체품인 종이 빨대의 독특한 냄새 탓에 음료 맛이 떨어진다는 소비자 불만이 감안된 조치라고 한다.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강제성이 없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사실상 일회용품 과태료 부과 조치를 하지 않으니, 카페 업주나 이용객 공히 '모든 일회용품 규제가 없어졌다'는 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자영업자 커뮤니티에선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과 관련해 "요새 단속 안 해서 그냥 쓴다"거나 "민원 들어오지 않는 한 사용하는 게 이득이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이전 08화 무더움 속 수고로움 앞에 돌을 던지는 자, 누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