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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여희 Nov 07. 2024

49재, 전은 부치지 않았습니다.

001화 임종을 기다리는 딸 vs 시댁 제사를 앞둔 며느리라는 제목의 글을 쓰고 가슴 아픈 댓글들을 몇 받았다.

그 이후로, 다른 글에서도 종종.


https://naver.me/FoEtcMD0


댓글을 써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이지만 언젠가부터 댓글을 열기 전에 두려운 마음이 먼저 들어

이제 댓글을 피한다. 여태 확인 안 한 댓글들도 있을 정도니... 이쯤 되면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다.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어서 뼈 아픈 팩트에 다칠 내 마음을 지키고 싶어서이다. 내 의도와는 달라, 속상한 말들을 비켜가고 싶고. 가치관과 상황이 '다른' 것을 '틀렸다'라고 하 말 억울했다. 모른 척하고 싶다.


'산 사람이 먼저지, 제사가 뭣이 중하다고' 


며느리와 딸 사이. 갈팡질팡하던 끝자락 한 구석에 있던 내 마음과 같았어서, 마음이 저릿했다.


아비의 죽음을 통보받을 그 몇 시간 동안 안절부절못하는 손으로 무슨 일이 잡혔겠냐마는. 이런저런 생각이 왜 안 들었겠냐마는. 제 마음은 오죽했겠습니까.



하지만 생각해 보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일. 학원으로 픽업을 가는 일. 밥을 먹이는 일처럼. 시댁 제사 준비를 하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일 중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음 한편 새어 나오는 눈물을 참고 이를 앙당 물고 준비를 했던 것은 맞다. 끓는 속은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해 보이던 남편에게 화가 났던 것도 맞다.


육전까지, 여섯 가지의 전을 준비하면서 아무 감정이 안 들었다면 오히려 이상할 일일 지도.


힘든 마음이었지만 여느 때보다 더 정성껏, 마음을 다해 준비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리를 다한 며느리에게, 복이 깃들기를. 가엾이, 갸륵히 여겨주기를 바랐다. 이런 딸을 아빠도 이해해 주리라 생각하며.


"아무리 10년 넘게 투병하셨다지만, 그 상황에 제사 준비라니. 이해가 안 되네요."



하지만 다시 울그락푸르락. 화가 나고 억울다.


내 마음도 모르고.

내 상황도 모르고.

알 지도 못하면서.


앙탈 부리고 싶었다기보단

(내 현실을 알고나 하시는 말씀이신지)

푸념하고 싶었달까.


주제 상관없이 자주 아팠던 마음을 부여잡고 장례식장 단막극장 글을 몇 개 썼고. 소심해진 마음에 댓글을 이리저리 피해 가는 동안 시간은 흘렀다.


어느덧 49재. 독일에 간 가족들 없이, 조촐하게 49재를 지냈다. 하지만 아빠를 위한 전 부치지 않았다. 댓글로도 마음을 후려치던 전. 천주교 묘원에 모셨던 탓도 있지만 아빠가 생전에 전을 찍어드시는 걸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 오는 날, 파전에 막걸리 한 잔 먹는 것도 본 적이 없었으니. 빠가사리 탕만 먹을 줄 알았지... 민물매운탕집에서 바삭 짭조름한 민물새우전엔 눈길주는 걸 본 적도 없었으니. 아귀찜 집, 서비스 부추전은 온전히 우리 몫이었으니.


대신 아빠가 좋아하는 음식들로만 꽉 채운 식탁에 앉아 저마다 아빠를 이야기하고 추억했다. 죽은 사람의 명복을 비는 천도(薦度) 의식이 아니더라도, 99%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아빠는 이미 좋은 생을 받았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그리고 꼭 49재가 아니더라도, 아빠와 좋았던 날들을 추억하며 다정했던 아빠를 떠올린다.


우리를 위해 가나 초콜릿을 박스채로 사두었다가 하루 하나씩 꺼내어 딸들에게 선물하곤 했던 그 따뜻함을.


마트에서 초코송이 과자를 마주치면 손녀들을 위해 숫자별로 꺼내어들던 자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기라도 한 듯 반가워한다.


좋은 날이 아니었다. 오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날이어서 다. 할아버지는 초코송이를 줬다. 너무너무 슬퍼다.



군데군데 쌍시옷은 여럿 빠트렸을지라도, 짧은 네 문장에 마음을 꽉 채워 일기를 쓰기도 한다.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뜬금없이

(할아버지 덕분에, 햇볕이 따뜻한가 봐) 따사로운 가을볕을 할아버지 공으로 돌리기도 한다.


너, 기억나니? 동화책을 읽다가 할아버지 곰을 할아버지로 대입해 읽기도 한다.


49재를 끝으로, 이상한 나라의 장례식 단막극장은 막을 내린다. 일상에서 아빠를, 할아버지를 추억할 날이 줄고 슬픔도 희미해져 갈 테지만. 아이들을 잘 키워내고 건강하게, 씩씩하게, 우리의 생을 잘 살아내는 것으로 효도로 갈음하려 한다.


멋졌던 우리 아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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