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으려 해도 내 속에 희뿌연 공기와도 같은 덩어리가 남았다.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덩어리는 점점 더 또렷하고 단순한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나는 그 덩어리를 말로 바꾸어 낼 수 있었다. 바로 이런 말이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
우리는 분명 자신의 뒤틀린 부분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건지도 몰라. 그래서 그 뒤틀림이 불러일으키는 현실적인 아픔이나 고뇌를 자기 내면에서 정리하지 못하고, 그런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여기 들어온 거야. 여기 있는 한 우리는 남을 아프게 하지 않아도 되고 남에게 아픔을 당하지 않아도 돼. 왜냐하면 우리 모두 스스로에게 '뒤틀림'이 있다는 사실을 아니까.
- 노르웨이의 숲
우리는 살아 있고, 살아가는 것만을 생각해야 했다.
뮤즈의 영혼이여. 평안히 잠드소서.
나는 아직 좀 더 애써볼 테니까.
- 무라카미하루키
적당히 오염됐다면 난 외면했을 것이다.
모른 척할 정도로만 썩었자면
내 가진 결 누리며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내 몸에서 삐걱 소리가 난다.
더 이상은 오래 묵은 책처럼 먼지만 먹고 있을 수 없다.
- 비밀의 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