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동안 우리들의 집에 있던 엄마가 어느 날 어렵사리 선언을 하였다. 엄마의 홈그라운드를 잠시 떠나, 이제 가족을 위해서 사는 엄마가 아닌 엄마 자신이 원하는 걸 찾아 하는 그런 엄마가 되고 싶다는 거였다. 그와 같은 선언엔 자의든, 타의든 ‘사정’이란 게 급작스럽게 작용하긴 하였지만 딸들을 결혼시키고, 손주들을 맞이하였으며, 이제 오랜 교직생활마저 스스로 끝맺음한 엄마에게_’자유’와 ‘오롯이 즐김’이란 어쩌면 당연한 단어일 지도 몰랐다. 그럼에도 난, 집을 비우겠다는 엄마의 말에_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온전히 박수쳐주지 못했다. 마치 엄마의 할 일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처럼. 엄마는 여전히 엄마의 자리에_
아빠를 위해, 우리를 위해, 손주들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남았다는 양. 거베라를 꼽던 어느 날,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거베라는 꽃다발, 꽃바구니 뿐만 아니라 화훼장식기능사에서도 늘 메인 꽃으로 중심을 잡는 역할을 했다. 중심에 서서, 늘 꼿꼿하게 쨍한 색감을 드러내는 꽃.
그런데 막상 안을 들여다보면, 꽃 주변으로 플라스틱 캡을 무겁게 두르고 줄기 안엔 철심까지 박혀 나와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제거할 잎은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