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써인 Oct 27. 2020

너의 행동이 들리기 시작했어

사랑하는 방법

첫째인 인덕이를 키우면서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은 힘든 일이구나 보통일이 아니구나 라는걸 느꼈다. 아이가 한 달 , 한 달 자랄수록 화장실 가는 일도 불편해졌다. 앉아서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는 나에게는 육아라는 것은 계속 몸을 움직이는 일을 해야 하는 힘든 일이었다.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야 집안이 깨끗하고, 아기도 신랑도 편하기에 몸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

그렇게 첫째를 2년이란 시간 동안 키우는 도중에, 둘째를 임신하게 되고 둘째를 임신하고 낳기까지 몸이 참 많이 힘들었었다.

그나마 첫째 때보다는 나은 입덧으로 인해, 인덕이 때보다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고 울렁거림도 심하지 않아

밖을 돌아다니며 활발하게 움직였다.

산부인과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오는 도중에 먹고 싶은 음식을 사고 집으로 오는 길은 내내 행복했었다.

둘째가 또 아들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날은 딸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둘째를 낳고 나서는, 조리원으로 가있었는데 첫째가 눈에 밝혀 그 기간은 일주일로 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나는 쉴 수 있었고 지금도 사실 돈만 충분하다면 어딘가 가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싶다.

조리원에서의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와서 첫째와 둘째를 케어하는 동안에는 첫째가 나에게 집착을 많이 했다.

엄마와 떨어져 있던 시간들이 길었는지, 화장실에 가서 있는 동안에도 아이는 문 앞을 지키며 대성통곡을 했다

우리 집이 1층이기 때문에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 우리 집에서 나는 냄새, 소리들이 들리는데 다른 사람이 인덕이의 울음소리를 들었다면 어디서 애를 혼내는 건가 하고 생각할 정도로 아이는 서럽게 울었다.


그렇게 첫째와 둘째를 키우는 시간은 둘째가 돌이 되기 전까지 무척이나 길게 느껴졌다. 1분에서 5분으로 가는 그 잠깐의 시간조차도 길었다. 아이는 첫째로 태어나 많은 사랑을 받다가 동생이 태어나자 그 사랑을 뺏긴 걸 알았는지 동생이 크면 클수록 앞에서 밀고 뒤에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장난감으로 때리고 그런 행동들을 해왔다.

그래서 나는 인덕이가 동생을 미워하는 마음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둘째인 현덕이가 거의 15개월이 지나고 인덕이를 쫓아다니며 같이 노는데 , 우당탕 하는 소리에 놀라서 가보니 책장에 있던 많은 책들이 나와있었다. 그래서 인덕이에게 "인덕아 책장에 책 집어넣어 , 책 넣어야지 "

단호하게 말했다. 아이는 내 눈치를 살피다가 갑자기 웃음을 보였다.

아마 엄마에게 혼나기 싫은 마음이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의 표정을 보고 아이에게 다시 말했다.

아이가 발달이 느리기 때문에, 나는 정상적인 아이를 키우는 육아보다는 조금은 순한 훈육을 하고 있다.


"인덕이가 다 어지른 게 아니라 , 현덕이랑 같이 했는데 맨날 인덕이만 엄마가 혼내지?"

라고 말하니 아이가 서럽다는 듯이 우는 흉내를 보였다. 거기서 나는 더 이상 혼낼 수 없었고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서 다시 말했다


"그러면 엄마가 현덕이도 혼낼까?"라고 말하니

인덕이는 " 응 " 이란 대답이 아닌

아니라는 식의 도리도리를 하며 싫다는 표현을 했다. 아직 4살이지만 인덕이는 형으로서 동생을 사랑하고 있었다. 동생에게 격하게 표현을 하는 것도 어쩌면 나와 같이 신나게 놀자는 사랑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서 내가 인덕이에게 혼을 내는 것도, 현덕이를 혼내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었다.


4살인 아이는 아직 아가였지만, 이미 마음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나는 부끄러워질 때가 있다. 저렇게 어린아이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방법보다 사랑하는 방법, 표현하는 법을 먼저 알고 깨우치는데 나는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고 내가 더 잘나 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누군가를 사랑하는 법이 먼저인 법인데, 나는 4살인 아이보다도 못한 엄마였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이는 내게 많은 언어를 하며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지는 못하지만 아이는 4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며, 사랑하는 법을 깨닫고 있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