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2)

by 김모씨

졸업작품을 준비하던 2011년 가을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학교 작업실로 가던 중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 하는데 이미 머리끝까지 화가 난 아빠는 엄청난 목청의 육성으로 나에게 분노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아빠의 생신을 잊고 아침밥 먹기 전 축하한다는 전화 한 통 하지 않은 나는 이미 세상에게 가장 파렴치한 딸에 ‘되지도 않는’ ‘만화 같은 공부 같지도 않은 것을 배운다고 난리 치고 있는’ ‘등신 같은’ 딸이 돼있었다. 가슴이 어찌나 쿵쾅거리던지. 맘이 복잡해 긴 디자인관 복도를 왔다 갔다 하는데 작업실을 같이 쓰긴 하지만 크게 가까운 사이가 아니었던 친구가 내 얼굴을 보더니 다가와 안색이 나빠 보인다며 다독여주자 참았던 눈물이 창피한 줄도 모르고 터져 나왔다. 속상한 맘을 털어놓자 작업실 친구들은 아빠 맘이 풀릴 수 있도록 작은 이벤트로 다 같이 생신 축하한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주었는데 정작 아빠의 답장은 ‘축하해줘서 고맙다 딸한테 가장 받고 싶었는데’ 하는 식이어서 조마조마한 심정은 아빠의 화가 완전히 풀릴 때까지 길게 이어졌었다.


졸업 후 나를 다독여준 친구와 같은 곳에서 일을 시작하면서 가까워졌을 때 친구는 아빠가 충분히 그럴 수 있긴 했지만 그런 행동과 말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닌 것 같다고, 그날 하얗게 질린 내 표정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리고 내가 뭐라고 대답했었더라?

그건 기억나지 않는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