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나 (1)

by 김모씨

스무 살이 되고 나서 동생과 나는 일 년 중 반은 자취방, 반은 엄마의 원룸에 살았다.

작은 드레스 룸이 있는 좁은 집이지만 즐거운 추억들이 쌓인 고마운 공간이었다. 몇 년 후 엄마가 재혼을 한 후 미국으로 떠나고 동생과 둘이서 남게 되자 아빠는 딸 둘이 사는 집에서 밥도 얻어먹고 자고 가고 싶다고 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래, 그럴 수 있어.’ 하고 생각하는 정도로 응어리가 사그라들었지만 당시에는 너무나 싫어서 몸서리 칠 정도였다. 나도참...


어쨌든 그 집은 내가 처음으로 가진 집 다운 집이었고 소란 없이 평화롭고 아늑한 장소였다.

그런 ‘엄마 집’에서까지 아빠와 티격 대고 싶지 않았다. 아빠와 나는 만났다 하면 열 번 중 다섯 번은 티격태격하기도 하고 솔직히 말하자면 그때는 아빠가 그 집의 소중한 추억들을 망쳐버릴 거라고까지 생각했었다.

망치로 내려쳐 뚫린 흉한 구멍을 가리기 위해 항상 크리스마스 리스가 걸려있을 수밖에 없었던 오래전 우리 집 방문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너무 컸다. 중3 이후로 아빠에게 맞은 적은 없지만 내가 여전히 아빠를 무서워하고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걱정과 달리 아빠는 작업하느라 밤새는 나를 안쓰러워했고 다음날 카레를 먹고 오전 중에 후다닥 내려가버렸다. 동생은 별거 아니었지? 하며 웃었지만 여전히 별거 아닌 것에 짜증내고 큰소리치면서도 딸 눈치는 보게 된 늙어가는 아빠의 모습을 확인한 나에게는 별거 있던 날이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