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뉴욕박변 Jul 11. 2024

뉴욕박변: 오늘 마지막 항암을 마쳤다.

오늘로 마지막 항암을 마쳤다. 유방암이 림프까지 전이되어 3기 삼종유방암 진단을 받고, 항암을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일주일 만이다. 아직 3번의 방사선이 남아있지만, 그것으로 표준 치료는 우선 마무리가 된다. 그동안, 책을 읽기도 글을 쓰기도 싫었다. 치료하는 내내, 내 병 때문에 일을 소홀히 한다는 말이 나올까 봐 더 늦게까지, 더 열심히, 더 완벽하게 업무에 집중했다. 암수술 후에도 연차하루를 쓰고 직장에 복귀했고, 방사선 치료 중에도 3개월 연달아 매달 미국으로 출장을 갔고, 출장이 없는 달에도 항암을 시작하고, 매달 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틈만 나면 떠났다. 회사에서도 빠진 머리카락을 제외하고는 내가 암환자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싶었고, 실제로 꽤 성공한 것 같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회식도 참여했고, 큰 프로젝트들을 연이어 맡아 진행하고 있다.


10번째 항암을 마치던 즈음, 난 이미 이긴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잘 이겨내고 일상으로 돌아올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난 오늘 내가 그걸 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음 주면 벌써, 수술한 지 6개월이 도래해 첫 재발 검사가 있다. 잘 될 것이라고 본다.


이제 나는 다시 항암 시작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다시 책도 읽고, 글도 쓰고, 줌바도 하고, 더 원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성장하고 노력하는 삶을 살 것이다.


코앞으로 다가왔던 죽음의 그림자가 가르쳐준, 돈보다 더 소중한 나의 시간을 절대 허투루 쓰고 싶지 않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자주 볼 것이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할 시간을 늘릴 것이고, 스스로를 절제하는 법을 연습할 것이다.


지난 일 년간 너무 수고 많았다.

매주 수요일 5시까지 근무를 마치고 병원 앞 모텔에 밤 11시에 도착해, 소독약 냄새가 짙게 나는 침대에 누워  잠깐 눈을 붙이고, 새벽 6시에 모텔을 나와 6시 반에 피검사 등록을 하고, 7시에 피검사를 하고, 7시 40분까지 요가수업을 갔다가 8시 50분에는 모텔을 체크아웃하고 병원에서 진료 등록하고, 진료 후 항암실 등록하고 대기가 길어질 때는 5시간까지도 기다렸다가 4시간 동안 7개의 다른 항암제 및 주사들을 맞고 다시 집에 돌아오면 거의 자정이었다. 항암실에서도, 대기실에서도, 기차에서도, 버스에서도 아무 데서고 컴퓨터를 열고 일을 했다. 항암을 하면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것 외에 글 한 줄 읽기 싫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분단위로 쪼개 살아도 아까운 내 삶.


나를 좀 더 잘 돌보며 의미 있는 삶을 살자고 다짐한다.


#뉴욕박변 #항암완료 #유방암 #삼종음성유방암 #수고했다 #축하한다 #잘해보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