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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Sep 09. 2021

언젠가

궁금한 게 없다. 알아야 할 것도 더는 없다. 궁금한 것도, 알아야 할 것도 없는 상황이 얼마나 무서운지 맞닥뜨리고서야 알게 되었다.



스물일곱의 일월을 기억한다. 꿈에도 그리던 것을 얻어내고 나니 세상이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을 꼽아보라면 당당하게 손을 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



스물일곱의 사월은 또 어떠했던가. 가장 큰 고민이 내일 무슨 옷을 입을까였으니 더 이상 말을 보탤 필요도 없을 테다. 아무런 근심도 걱정도 없었다. 열두 시간 뒤처진 나라에서 나는 참으로 행복했다.



스물여덟의 언젠가, 나는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것이냐 스스로 묻곤 했다. 나 따위가 이런 행복을 감히 누릴 자격이 되는지, 조심스레 질문을 던졌다. 내일이라도 이 행복이 부서질 것 같아 무서워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알차게 살아갔다. 지금으로서는 당최 믿어지지 않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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