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눈에는 내가 어찌 보이는지 너무도 선명히 알 수 있었다.
네게 받은 그림을 몇 번이고 다시 보았다. 수 만장의 그림을 섞어 놓은들 네가 그린 나를 어찌 모를 수 있을까. 세상 일에 곁눈질을 하는 관객으로서 너는 나를 그려내었다.
인생의 반을 너를 알아가며 지냈다. 그러나 정작 나를 알아보는 것엔 서툴렀나 보다. 너의 눈을 빌려 본 나는 물에 비친 나보다, 거울 속의 나보다 더욱 선명했다.
너의 재능을 마냥 부러워하던 과거가 있다. 손 끝으로 새로운 세계를 빚어내던 네가 그저 놀랍기만 했다. 나는 너를 존경하고 경애했다. 아니, 존경하고 경애해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이다.
네가 부끄러워하는 과거의 흔적마저 내게는 하나의 유산으로 남아있다. 매일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네가 자랑스럽다. 그런 너를 뒤쫓아가며 연신 감탄을 하고자 한다.
우정 위에 덧대어진 수많은 감정이 무엇인지 나는 이름을 붙여보고 싶다. 여전히 서툴러 단어를 꼽아보고 다시 지운다. 나 역시 너만큼 성장한다면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일 수 있으려나, 조금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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