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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Sep 14. 2021

차가운 새벽에서 더운 노을을 맞았다.

시간에 이끌려 잊지 못한 곳을 다시 찾았다. 새로운 도전이 무서워, 실패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발걸음이 그리 닿아서.



차가운 새벽에서 더운 노을을 맞았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서서 어설픈 언어로 색을 읊었다. 보잘것없는 나의 말로는 담기 힘든 아름다움에 슬퍼하고 또 기뻐했다. 

점점 흐려지는 의식 속에 펜을 찾았다. 글을 쓰겠다면서 종이 한 장 지니지 않는 나에게 한 자루의 호의는 참으로 컸다. 그래서 웃었다. 아무것도 아닌 말에 길게 웃었다.



겉멋만 들어선 글을 쓴다 주절거렸다. 책임감 없이 뱉은 말에 많은 질문이 달려갔다. 어설프게 답하고 익숙하게 고개를 숙였다. 내린 시선엔 색 없는 허공만 잡혔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새삼스레 초라했다.



차가운 새벽, 침전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했다. 먹지도 못할 술을 앞에 두고선 나는 가라앉았다. 심연의 끝은 빛일지, 차마 상상할 수 없을 어둠일 지 궁금해졌다. 때늦은 우울이 나를 좀먹었다. 진득한 우울에 발을 들이며 그렇게 젖어갔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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