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언 Sep 06. 2021

게으름

생각과 행동이 견고히 연결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제 아무리 거대한 포부를 품어봐야 첫발을 디디지 않는다면 그저 공수표일 뿐인데.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게으른 나는 몸을 움직이는 대신 부러움을 한가득 담아 시샘만 해댄다. 침대에 누운 채 생각만 얼기설기 덧대며.



'피곤하다'라는 마법 같은 변명으로 운동을 미루고 독서를 미룬다. 당면한 일을 해치우기에도 벅차다 되뇐다. 계획한 바를 모두 이루기엔 하루가 너무도 짧다 변명한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최소한 생각한 바를 행하지 않고 있단 자각이라고 하고 있잖아. 비판 의식 없이 살아가는 것보단 낫다 위로해 본다. 그러면 무엇할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았단 자괴감은 필연적으로 묻어온다.



한심하지 어리석지 참으로 멍청하지.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몸을 움직이면 되는 것을. 그것이 귀찮아 스스로 비난을 던지고 만다. 수백 수천 번 반복된 비난은 생채기를 남겼고, 어느새 그 위로 두꺼운 굳은살이 앉았다. 둔감해진 감각엔 비난은 별반 소용없다. 내리쳐봐야 타격도 크지 않다. 속 편히 살아가고자 한다면 필시 유용하겠지.



괜찮아, 다들 이러고 살아. 편하게. 어제와 같이. 부끄러운 말을 마치 주문처럼 읊조린다. 차마 큰 소리는 내지 못한 채.



답답하지 않다면 불편하지 않다면 거짓말일 테다. 생각한 바를 행해보고 싶고, 진실로 행하는 이들을 부러워하니까. 몸 편안한 상황이 마음 편치 않다. 그러나 자각도 잠시,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나는 여전히 게으르다. 깨고 나갈 마음은 조금도 먹지 않고 그저 몸을 웅크릴 뿐이다. 더욱, 더더욱. 그렇게 나의 삶은 좁아져 간다.

이전 21화 언젠가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