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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Sep 07. 2021

글을 잘 쓰고 싶다. 아니, 그건 너무 큰 욕망이니 얼마나 못쓰는지라도 알고 싶다.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정확하게 안다. 이걸 알아채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으니까. 삼십여 년간 읽어온 글이 얼마던가. 척이면 척이다.



실눈으로 얼핏 훑어도, 두 눈 부릅뜨고 단어 하나하나를 뜯어봐도 내가 쓴 글은 수작이라 말하기 힘들다. 간단히 말하면 못 쓴 글. 조금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두서없이 막 써 내려간 근본 없는 글. 이 정도의 평가는 누구나 해 줄 수 있을 테다. 문제는 '얼마나' 잘 못쓰는지 그 깊이를 모르겠다. 대충 감이라도 잡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고 싶다.



자기 평가가 이토록 중요한지 여태 몰랐다. 이런 말을 하게 될 줄 몰랐는데 차라리 수능 때가 나았다. 오지선다 객관식과 오엠알 카드가 사무치게 그립다.



모의고사가 끝나기 무섭게 등급이 툭 튀어나왔는데. 객관적으로 어디까지 도달했는지, 몇 명만 제치면 괜찮은 위치에 도달하는지 차고 넘치게 인지할 수 있었다. 네가 이래서 이걸 틀렸다는 친절한 해설까지 곁들여지지 않았던가. 그땐 평가받는 것이 소름 끼치게 싫었는데 이젠 누가 내 글에 빨간색 색연필로 밑줄 그어가며 고칠 점 좀 말해주면 좋겠다.



오늘도 요령 하나 없이 무식하게 일단 써내려 본다. 뭐가 부족한지 모르니 어쩌면 공들여 시간 들여 나쁜 습관을 고착화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별수 있나. 쓰지 않으면 불안하니 이말 저말 머릿속에 있는 것을 모조리 꺼내 타자 위로 올려 본다.



문장 몇 개를 완성하고도 여전히 불안하면 뭐라도 읽어 본다. 그리고 슬퍼한다. 세상에 이리 훌륭한 글이 많은데 나 따위가 몇 줄 써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타고난 재능을 가진 것도,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서도 글을 잘 써보고 싶단 생각은 결단코 놓지 않는다. 아주 건방지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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