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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Sep 17. 2021

이상은 하늘에 두되 나의 두 발은 땅에 있음을

통화를 종료한 순간, 번쩍이는 액정엔 1시간 30분이란 한 줄이 떴다. 요즈음 하루 10시간 이상을 자고 있으니 깨어있는 시간의 1할 남짓을 통화에 소비한 것이다. 어찌 보면 시간 낭비에 불과한 한풀이였고, 그랬기에 조금의 후회도 없었다.


글이 좋아 슬픈 나와 모든 걸 이해해 주는 너였다. 너 역시 글을 쓰기에 나를 이해해하리라. 우리라는 단어로 너와 나를 엮어도 될진 모르겠지만, 우리에겐 쓰고 싶은 바가 없지 않다. 안타깝게도 삶을 매진하지 않고선 불가능한, 현실적으로 시작하기 어려운 글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자리하고 있다. 당연하게도 키보드에 손가락을 선뜻 올리기 힘들다. 


이상은 하늘에 두되 나의 두 발은 땅에 있음을 잊지 않으려 한다.


쓰고 싶은 것들이 있어도 참아본다. 빈 공책에 이야기를 끼적이기만 한다. 상상이 가지를 뻗치려 하면 다급히 펜을 놓는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려 아무 동영상이나 틀고선 이에 몰두하고자 한다.


하루 종일 글을 쓰는 꿈을 섬세하게 꾸어 본다. 현실이 힘들수록 몽상은 구체적인 색을 입는다. 두터이 덧대어진 색 위에 또 다른 색을 얹고는 멍하게 바라본다. 누군가에겐 소박한, 내게는 원대한 그런 꿈을 손 끝으로 어루만진다. 슬픔이 밀려든다.  



이전 15화 몇 번의 이별이 남았는지 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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