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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언 Jul 15. 2023

샘의 역사

나는 샘이 참 많다. 그것도 아주 많이.


샘의 역사는 서른세 살 내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꽤 크다. 기억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나는 주변 이들 중에서 내가 가장 빼어나길 원했다. 언제 어디서나 무엇이든 남보다 잘하고 싶다.


우스갯소리를 하나 하자면 때론 사람으로 태어나 조금 아쉽다. 나는 내 앞사람을 제치려고 달리는 사람이다. 말로 태어났다면 빼어난 경주마가 되었을 텐데. 옆 말이 내 앞을 가로막는 꼴을 절대로 못 봤을 테니.


옆 사람보다만 잘하면 된다는 이 확고한 기준을 버리고 싶다. 타인은 객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 다른 이와 비교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타인보다 나아봐야 얄팍한 자존심만 잠시간 부피를 더할 뿐, 성장을 제대로 재어보기 힘들다.


그걸 잘 아는데. 안타깝게도 자각한들 변화랄게 없다. 그저 알기만 안다.


샘이 많은 덕에 많은 것을 이루어내고 또 성취했다. 여태껏 얻은 것을 열 손가락을 넘게 꼽을 수 있을 테다. 때론 남을 이기지 못했단 자괴감에 정신을 좀먹어도 어찌 되었건 나를 여기까지 올린 팔 할은 샘이다.


서른의 나는 스물아홉의 나보다 자라긴 자랐나 보다. 이젠 샘의 방향을 돌리고자 한다. 타인에게 뻗치지 않고 어제의 나로 그저께의 나로 돌리고 싶다. 어제의 나보다 더 성장했는지 드디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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