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까뮈, 『안과 겉』·『결혼』·『여름』을 읽고
알베르 까뮈는 종종 실존주의자로 오해받으나, 그는 일찍이 그 범주화를 거부했다. 오히려 그는 ‘삶을 어떻게 감각하고 감내할 것인가’를 문장을 통해 탐색한 작가다.
『안과 겉』, 『결혼』, 『여름』이라는 세 편의 산문집은 까뮈 사유의 가장 순수한 형태가 응축된 작품으로, 문학적 스타일과 철학적 입장이 거의 완벽하게 합치되는 지점이다.
(그림 1. 호아킨 소로야 작품)
무화과나무 그늘 아래의 자의식
까뮈의 첫 산문집 『안과 겉』은 그의 문학 스승 장 그르니에에게 헌정된 작품으로, 작가 자신이 “가장 서툴고 애정이 가는 글”이라 회고한 바 있다.
단편적인 단상의 모음처럼 보이지만, 내면에는 응고된 감정의 비극성과 고립감이 짙게 깔려 있다.
그는 햇빛, 바람, 모래, 바다 같은 ‘겉’의 세계를 동경하면서도, 끝내 자신은 ‘안’에 갇혀 있다는 자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인간이란 결국 세계에 속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갇혀 있는 존재라는 까뮈의 초기 인식은, 훗날 그의 부조리 철학으로 발전해 나갈 기반이 된다.
세계와 육체로 맺는 계약, 결혼
『결혼』에서는 새로운 까뮈가 등장한다. 젊은 시절 결핵으로 죽음의 그늘을 체감한 그는, 이 산문집에서 오히려 삶에 대한 결연한 긍정을 드러낸다. 인간이 세계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은 이념이나 초월이 아니라, 육체적 감각과 순간에 대한 몰입이라는 사실을 그는 역설한다.
“나는 태양 아래의 육체를 사랑한다.”
이 문장은 까뮈 철학의 축약이다. 자아의 내면에서 외부 세계로 시선을 돌려, 자연과의 조화를 통해 존재를 긍정하려는 태도. 플라톤적 이원론의 거부, 니체적 생의 찬미가 녹아 있는 이 문장은 ‘감각의 윤리’를 천명한다.
부조리의 윤리에서 태양의 미학으로
『여름』은 까뮈 철학의 절정이자, 그의 문장이 가장 유려하며, 절제되고 고전적 균형을 획득한 산문집이다. 그는 여기서 인간이 부조리를 극복 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서 품위 있게 ‘살아갈 수는 있다’고 말한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 대한 경탄, 아크로폴리스의 질서와 균형, 이성에 대한 신뢰는 곧 ‘한계를 인식한 인간’에 대한 찬사로 이어진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것 안에서만 행동해야 한다.”
그는 초월이나 역사, 미래의 이상보다는 지금 이 순간, 감각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삶과 타자를 윤리의 기준으로 삼는다.
〈알제의 여름〉에서 그는 태양이 작열하는 해변에서 인간의 조건을 다시 바라본다. 인간은 고통받는 존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아름답다. 그러므로 우리는 고통받으면서도 세계를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까뮈의 ‘비극적 윤리’이며, ‘반허무주의’의 핵심이다.
〈아크로폴리스에서〉는 고대 그리스의 조화와 절제에 대한 찬미로 읽힌다. 그는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를 오만으로 간주하고, 그 한계를 수용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는 태도를 제안한다.
이 세 산문집은 ‘내면’에서 ‘자연’으로, ‘부정’에서 ‘긍정’으로 이행하는 까뮈 사유의 흐름을 보여준다. 사르트르가 투쟁과 역사, 결단의 철학을 말했다면, 까뮈는 지중해의 태양 아래에서 인간의 유한성과 세계의 찬란함을 함께 껴안았다.
그가 평생 사랑한 태양은 감각의 은유이자 윤리의 기준이다. 그것은 인간의 자기기만을 드러내는 뜨거운 빛이며, 동시에 세계를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마지막 남은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묻는다.
“인간은 고통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세계를 사랑할 수 있는가?”
그리고 까뮈가 대답한다.
“그렇다, 태양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