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공그림책⑤현덕의 '고양이'

새가 되어 하늘을 날다

by 맑은샘

앵두나무 밑으로

노마가 살살 가고

다음에 똘똘이가 노마처럼 살살 가고

그다음에 영이가 똘똘이처럼 살살 가고.


노마는 고양이처럼

등을 꼬부리고 발소리 없이 살살.

아까 여기 앵두나무 밑으로

고양이 한 마리가 이렇게 갔거든.

검정 도둑고양이.

고양이5.jpg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노마는 고양이 모양을 하고 고양이 목소리를 하고,

고양이 가던 데를 가.

노마는 고양이처럼 되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똘똘이도, 영이도 그래졌어.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노마는 고양이처럼 사람이 다니지 않는 데로만 가.

마루 밑으로 해서 담 밑을 돌아 살살 뒤꼍으로 가.

그러니까, 노마는 아주 고양이가 되었어.

똘똘이도, 영이도 그대로 되었어.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고양이니까, 노마는 굴뚝 뒤에 웅크리고 앉았어.

쥐란 놈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야.

똘똘이도, 영이도 그랬어.


암만 기다려도 안 나오니까, 노마는 일어섰어.

그리고 뒷간 앞을 돌아 마당으로 나갔어.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아옹아옹.


이번에 노마는 닭을 노렸어.

마당귀에서 모이를 찾고 있는 흰 닭 뒤로

살금살금 가까이 가서 후다닥 덤비니까,

푸드득 날아 닭은 장독간께로 달아났어.

그대로 노마는 따라갔어. 똘똘이도, 영이도 그랬어.

고양이4.jpg


닭은 더욱 놀라 지붕 위로 피해 달아났어.

지붕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꼬댁, 꼬댁.

노마, 똘똘이, 영이는 마당에서 위를 쳐다보고 아옹아옹.

고양이처럼 지붕 위까지 쫓아 올라가지 못하는 것이 큰 한이야.


노마는 고양이처럼 부엌으로 들어가.

선반 위에 얹힌 북어 한 마리를 물어 내왔어.

고양이란 놈은 이런 걸 곧잘 물어가거든.

노마는 똘똘이, 영이와 조르르 둘러앉아서, 입으로 북북 뜯어 나눠 먹어.


그걸 어머니가 방에서 나오다 보고 놀라.

“쟤들이 뭘 해?”

그것이 북어인 줄 알자, 더욱 놀래서

“이따 저녁 찌개 할 부게를. 노마 요 녀석 허는 장난이.”

하고 마루를 구르며 쫓아 내려와.

고양이3.jpg


노마는 정말 고양인 양, 후다닥 뒷문으로 달아나며

아옹 아옹 아옹…….



우연히 본 고양이를 따라 노는

노마, 똘똘이, 영이.

마치 내 어린 시절을 보는 것처럼 반가웠어.


나도 어릴 적 그랬거든.

연년생 동생과 개미떼를 보면 개미를 따라가며 놀고

메뚜기를 보면 긴 풀에 한 줄 가득 메뚜기를 잡았어.

나무 밑동 구멍을 보면 요새를 만든다고 정신이 없었지.


한 번은 철새 수 백 마리가 하늘을 날아가더라고.

무리 지어 날아가는 새들은 하늘에 그림을 그리듯 멋있었어.


하늘을 나는 새들은 참 좋겠구나

올려다 보는데 동생이 앞장서서 담 위로 올라갔어.

자기도 새처럼 날아보겠다면서.


동생은 큰소리로 외치며 담에서 뛰어내렸어.

"나는 새다."


동생이 얼마나 멋져 보이던지 나도 하고 싶었어.

무서워서 육교도 혼자 못 가던 내가 말이야.

발발 떨리는 다리로 담 위에 올라섰어.


동생 따라 나도 뛰어내렸어.

"나도 새다."

정말 새가 되는 기분이 들었어.


동생은 담보다 더 높은 축대에 올라갔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나는 더 높이 날 수 있다고!”

동생은 양팔을 넓게 벌리며 소리쳤어.

마치 커다란 새처럼 사뿐하게 내려왔어.


나는 고개를 흔들었어. 축대가 너무 높았거든.

축대에 올라갈 때부터 동생은 내 손을 잡아줘야 했어.


“누나, 한번 해 봤으니 괜찮아. 할 수 있어!”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속이 울렁거렸어.


나는 축대에 앉아 앞을 보았어.

그러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소리를 들으며 축대에서 일어섰어. 그러고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리쳤어.

“나는 큰 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내려왔어.

그나마 바닥이 모래라 푹신했어.


“누나, 새 중에 가장 높이 나는 새가 뭐지?”

“독수리.”

“나, 독수리처럼 날아 볼까 봐.”

동생은 높은 곳을 찾아 두리번거렸어.


축대 보다 높은 건 커다란 나무였어.

동생은 나무에 올라가려고 신발을 벗고

옹이 진 곳에 손을 넣고 짧은 가지를 밟고

나무 중간쯤 올라갔어.


아래서 올려다보는데 내가 막 떨렸어.

동생은 옆에 있는 나뭇잎을 입으로 따고

가지를 잡고 몸을 흔들어보기도 했어.

그러다가 떨어질까 봐 나는 무서웠는데

그 높은 곳에서 자유롭게 노는 동생은 아주 신나보였어.

정말 새가 된 것처럼 말이야.


드디어 동생은 양팔을 활짝 펴서 소리쳤어.

“나는 독수리다!”

눈 깜짝할 사이에 땅으로 내려왔는데 어쩌나. 큰 새라 착지하는 게 어려웠나 봐.

동생 발바닥에서 피가 났어.

불쑥 솟은 돌멩이에 부딪쳤나 봐.


다른 때 같으면 피를 보면 놀라서 울거나

엄마한테 달려갈 텐데

그날은 우리 둘 다 그러지 않았어.


진짜 새가 되어 하늘을 날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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