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공그림책④
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버지

by 맑은샘

화창한 봄날,

튼튼해 보이는 수평아리가 태어났어.

달리기도, 높이뛰기도 잘하는 씩씩한 병아리였어.


하루가 다르게 이 병아리는 늠름한 수탉으로 자라났어.

힘자랑 대회에서 이 수탉을 이긴 닭은 하나도 없었어.

세상에서 제일 힘센 닭이 된 거야.


다른 수탉들은 부러워했고

젊은 암탉들은 졸졸 따라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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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더 힘이 센 수탉이 동네에 나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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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 이 수탉은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이 되었어.

술에 취하면 ‘라떼는 말이야’

큰 소리로 떠들어댔지.


또 세월이 흘렀어.

수탉은 점점 자신이 늙어가고 있는 것을 느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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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탉이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수탉의 아내가 다가와 말했어.

“보세요. 당신 손자, 손녀들이 얼마나 씩씩하게 자라는지.

당신 아들들은 또 얼마나 힘이 센데요.

당신 딸들은 동네에서 제일 알을 많이 낳는다고요."


“당신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제일 힘세고 행복한 수탉이에요.”

수탉은 세상에서 제일 멋진 꼬리 깃털을 활짝 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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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을 읽는데 아버지가 생각났어.


아버지는 아기 때, 할머니 등에 업혀서 길을 알려 줬대.

길눈 어두운 할머니가 어디로 갈지 몰라 헤매니까

아기가 이쪽, 저쪽이라고 가리키더래.


집에서 시루떡을 하면 몰래 숨겨놓았대.

어릴 때부터 팥 시루떡을 무척 좋아해서

나중에 먹으려고 말이야.


시골에서 처음으로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녔고

총각 때 자기 사업을 한 패기 있는 사람이었어.


결혼하고 사 남매의 아버지가 된 후

소박하고 검소한 습관이 몸에 뱄어.

자식 결혼식에도 십 년 된 양복을 입고 갈 정도였어.


그토록 원하던 사 남매 대학 공부 끝나고

편한 노후를 보내야 하는데

덜컥 찾아온 암


평생 한 번도 입원한 적 없던 건강한 아버지는

처음으로 구급차에 실려 병원에 갔는데

그날로 하반신을 못 쓰는 환자가 되었어.


뼈까지 전이된 암세포 때문에

아버지는 정말 많이 고통스러워하셨어.

병원, 요양병원, 요양원에서 지내셨는데

엄마가 있는 집을 무척 그리워했어.


결국 아버지는 암이 아니라 폐렴으로 돌아가셨어.

암은 치료가 되었는데 폐렴은 이겨내지 못하셨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의과대학에서 연락이 왔어.

아버지가 생전에 약속하신 시신 기증을 알고 있냐고.

물론 아버지가 말씀하셔서 알고 있었어.


우린 입관 예배만 겨우 드리고

아버지를 의과대학에 보내드렸어.


아버지는 그렇게 서둘러 가셨다가

일 년 반 후에 돌아오셨어.


우리는 아버지의 화장을 위해 다시 추모공원에 모였어.

두 번 장례식을 하는 기분이 들었어.


우리는 다시 아버지를 보내는 슬픔에 복받쳤는데

의과대학에서는 감사하다며 계속 아버지 곁을 지켜 주더라고.


그때 깨달았어.

아버지가 참 대단하다는 걸 말이야.

땅 한 평 없어 사회에 기부는 못 했지만

아버지는 당신 몸으로 할 수 있는 걸 하신 거야.


어차피 화장하면 없어지는 몸,

의학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은 일이냐 하면서.

말만이 아닌 끝내 약속을 지킨 아버지.


받은 큰 사랑을 조금이라도 갚고 싶은 마음

작은 거라도 내가 가진 것을 주고 싶은 마음


우리에게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하는지

마지막 떠날 때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걸

한 줌 재만 남는다는 걸

제대로 보여준 아버지.


세상에서 제일 멋진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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