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공그림책⑭ 겁쟁이 빌리

by 맑은샘

어릴 때 나의 큰 걱정은

엄마가 사라지고

친엄마가 나타나면 어쩌나 하는 거였어.


동화책이나 만화책을 많이 읽다 보니

처음에는 혹시 그런 거 아닐까 하다가

점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타난 친엄마는 어떤 사람일까?

책처럼 부자이거나 멋진 사람이면 좋은데

아주 흉측한 사람이면 어쩌나 걱정했어.


조금 더 자라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시험을 망칠까 봐

원하는 대학에 못 갈까 봐

하고 싶은 일을 못 할까 봐

걱정이 되었어.


무사히 학교를 졸업하고

원하던 일을 하며 결혼을 했어.


이젠 걱정이 없을 줄 알았어.

그런데 웬걸!


아기가 안 생겨서 걱정

아기가 생기니

손가락은 열 개 일지,

말을 잘할지,

남과 잘 어울릴지

여전히 걱정, 걱정, 걱정.



빌리는 걱정이 많은 아이였어.

정말 많은 것들을 걱정했지.

모자 때문에

신발 때문에

구름마저도 걱정했어.


비도 역시 걱정거리였어.

커다란 새 때문에

걱정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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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엄마는 빌리를 도와주려고 했어.

“걱정마라. 그런 일을 절대 일어날 수 없단다.

다 네 상상일 뿐이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널 꼭 지켜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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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전히 걱정거리 투성이었어.


어느 날 빌리는 할머니 댁에서 자게 되었어.

하지만 잠을 이룰 수가 없었어.

다른 집에서 자면 걱정이 더 많아지거든.


결국 할머니께 말씀드리러 갔어.

좀 바보 같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말이야.


할머니는 말씀하셨어.

“참 재미있는 상상이로구나.

나도 너만 했을 때는 걱정을 많이 했지.

마침 네게 줄 것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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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뭔가를 들고 나오셨어.

“이 애들은 걱정인형이란다.

잠들기 전, 이 인형들에게 너의 걱정을 한 가지씩 이야기하고

베개 밑에 넣어두렴. 네가 자는 동안 이 인형들이 대신 걱정을 해 줄 거야.”


빌리는 걱정 인형들에게 온갖 걱정을 다 얘기했어.

그러고는 곤히 잠이 들었지.

빌리는 다음 날에도 잘 잤고

또 그다음 날에도 계속 잘 잤지.


그런데 다음 날 밤이 되자 빌리는 또 걱정하기 시작했어.

불쌍한 인형들이 자꾸만 걱정되는 거였어.

온갖 걱정거리들을 인형들에게 다 떠넘겨 버렸으니

그 애들은 얼마나 걱정이 많겠어.

그건 불공평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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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빌리는 좋은 생각을 해냈어.

하루 종일 넓은 식탁에서 일을 했어.

그리고 마침내……

빌리는 아주 특별한 것을 만들어냈어.


걱정 인형들을 위한 또 다른 걱정 인형들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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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빌리와 빌리의 걱정 인형들은 모두 모두

새근새근 잠이 들었어.


그 후로, 빌리는 걱정을 그다지 많이 하지 않았어.

인형 친구들도 마찬가지였어.

빌리가 모두에게 걱정 인형을 만들어주었거든.



나도 걱정 인형을 만들어야 할까 봐.

걱정이 생각날 때마다 걱정 인형을 하나씩 만들어

비밀스러운 나의 걱정을 얘기해 주고

걱정 없이 푹 자고 싶어.

물론 걱정 인형의 걱정 인형도 만들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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