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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50대 사오공그림책 이야기
13화
사오공그림책⑬ 야광귀신
by
맑은샘
Oct 13. 2021
일 학년 우리 반에서 신발을 잃어버리는 커다란 사건이 일어났어.
유난히 볼이 발갛고 웃을 때 보조개가 예쁜 윤서.
그날은 우느라 눈까지 다 붉었어.
윤서는 새로 산 신발이라며 꼭 찾아야 한다고 했어.
바로 뒤에 앉은 훈이는 그런 윤서를 보며 어쩔 줄 몰라했어.
윤서를 좋아하는 훈이.
괜히 주변을 맴돌면서 툭툭 건드리다가
윤서의 구박을 받았는데
그렇다고 신발을 가져갔을까?
나는 아이들을 휙 둘러보며 큰일이 났다는 듯 속삭였어.
“얘들아, 설날도 아닌데 귀신이 왔었나 봐.”
아이들 눈이 휘둥그레지며 무슨 귀신이냐고 물었어.
“야. 광. 귀. 신.!”
자, 어떤 얘기인지 궁금하지?
하늘나라 야광귀신인 키다리와 큰눈이는
구름 위에 올라앉아 은실이와 태광이가 사는 마을을 구경했어.
큰눈이가 커다란 눈을 굴리며 말했어.
“난 은실이 신발이 맘에 드는데.”
키다리가 기다란 목을 빼며 소리쳤어.
“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신발은 복주머니래.
사람들이 우리보다 행복한 건 신발을 신기 때문이래.”
“정말? 그럼 우리가 신발을 훔쳐 오자!”
큰눈이가 맨발을 흔들어대며 소리쳤어.
“그렇게 쉬운 게 아니야.
작년에 아빠와 신발 훔치러 갔다가 허탕만 치고 왔단 말이야.”
“왜?”
“몸에 구멍이 엄청 많은 놈이 집 앞에 떡 버티고 있는데 그걸 세느라 혼만 났지 뭐야?”
“구멍이라고?”
“우~우.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둘
은 호박에 구멍을 뚫고 구멍 세는 연습을 했어.
키다리와 큰눈이는 다투어 구멍을 세었어.
“한 구멍, 세 구멍, 다섯 구멍, 열 구멍…….”
키다리는 엉터리로 구멍을 세었어.
큰눈이는 눈만 컸지 코 앞에 구멍도 못 찾았어.
구멍 세기 연습을 하던 둘
은 버럭 화를 내고는 팽 돌아가 버렸어.
설 저녁이 되자, 태동은 아빠와 같이 마당 어귀에 땅을 팠어.
아빠가 태동에게 말했어.
“설 저녁에 ‘야광’이라는 귀신이 와서 신발을 훔쳐 간단다.
그런데 그 야광 귀신이 체 앞에선 꼼짝도 못 하거든.”
태동이는 아빠와 함께 장대 끝에 체를 걸었어.
은실이는 신발을 곳간에 감추었어.
“은실아, 꼭꼭 숨겨야 한다.”
“엄마, 야광 귀신한테 신발을 도둑맞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식구들이 아프고, 흉년 들고, 복도 달아나버리지.”
엄마가 작은 소리
로 말했어.
캄캄한 밤이 되자, 키다리와 큰눈이가 마을로 내려왔어.
키다리는 태동이네 집으로 갔어.
툭툭! 머리 위로 체 두 개가 떨어졌어.
“으억! 올해는 두 놈이렷다.”
키다리는 여전히 숫자를 뒤죽박죽 세었어.
“큰눈이한테 숫자 세는 법을 배워둘걸.”
은실이네 집에서는 큰눈이가 곳간 앞에서 쩔쩔매고 있었어.
“요 구멍인가? 조 구멍인가?”
시력이 나쁜 큰눈이는 구멍을 찾다가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어.
그때 키다리가 큰눈이를 찾아왔어.
“큰눈아, 구멍 다 찾았니?”
“아니.”
큰눈이가 힘없이 대답했어.
“넌, 벌써 숫자 다 센 거야?”
“아니, 자꾸 헷갈려서.”
“우리 둘이 힘을 합치자. 넌 구멍을 찾고, 난 숫자를 세는 거야.”
큰눈이가 키다리의 등에 업혔어.
바로 그때 꼬끼오,
멀리서 장닭의 힘찬 울음소리가 들려왔어.
키다리와 큰눈이는 체를 집어던지고 허둥지둥 달아났어.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은 설날이 아닌데 야광 귀신이 있겠냐,
밤도 아닌데 귀신이 어떻게 교실에 오냐며
똑똑한 척, 이야기를 제대로 들은 척을 팍팍 내더군.
그러면서도 모두 교실 구석구석을 살폈는데
아무리 찾아도 윤서의 신발은 없었어.
이제 비장의 카드를 꺼낼 때가 되었어.
“흠, 얘들아. 윤서 신발을 찾기가 정말 어렵구나.
야광 귀신이 아니라 태왕 귀신이 숨겨 놓았나 봐.
그럼 지금부터 윤서랑 둘이 찾으러 다닐 사람을 딱 한 명만 정할게
둘이 학교를 돌아다니며 찾기로 하자.”
윤서랑 둘이 다닌다는 말에 훈이 눈이 반짝 빛났어.
“누가 갈까?”
내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훈이가 손을 번쩍 들었고,
나는 웃음을 참으며 훈이에게 같이 가라고 했어.
둘은 나가더니 금방 신발을 찾아서 돌아왔어.
우리는 신발을 찾아온 윤서와 훈이에게 박수를 쳐 주었지.
우리 반은 올 한 해 아프지도 않고 복도 많이 받을 거
라
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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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래 머무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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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오래 머무는 아이들> 저자 학교에서 배우고 자라는 아이들 곁에서 편을 들어주고 응원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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