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오공그림책⑫100만 번 산 고양이

by 맑은샘

추석에 엄마 집에 갔다가 남동생이 데려온 고양이 '하루'를 만났어.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너무 외로워서 같이 살기 시작한 고양이라는 데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동생은 '하루'와 살면서 알레르기 약을 먹는대. 세상에나!


한국에 들어올 때 검사받고 뭐하고 뭐하고 아주 힘들었대.

동생은 '하루'랑 같이 못 올까 봐 조마조마,

하루는 검사받느라 조마조마.

'하루'를 보니 백만 번 산 고양이가 사랑한 바로 그 하얀 고양이가 살아온 것 같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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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어.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산 멋진 얼룩 고양이였어.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 뱃사공, 서커스단 마술사, 도둑의 고양이었어.

고양이는 이들을 싫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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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는데

고양이는 이들을 아주아주 싫어했어.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어.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어.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어.

도둑고양이로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어.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어.

고양이는 멋진 얼룩 도둑고양이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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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어.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얀 고양이가 있었어.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이 있다며

공중 돌기를 세 번이나 해도

하얀 고양이는 고개만 까닥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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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물었고

하얀 고양이는 “으응.” 대답했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있었고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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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었어.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어.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어.

밤이 되고 아침이 되고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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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어.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어.




고양이는 주인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고양이는 자기를 기르는 사람을 집사로 여기며 도도하게 산대.

주인이 애타게 불러도 자기 기분이 좋을 때는 가지만

졸리거나 가고 싶지 않으면 꼼짝 안 한대.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얼마나 싫었을까?

누구의 고양이로 백만 번이나 살았으니 정말 괴롭고 힘들었을 거야.

임금님이든 도둑이든 다 맘에 들지 않았을 거야.


처음으로 맘에 든 건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자기만의 고양이로 살 때였어.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고

당연히 자기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많은 고양이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어.


그러다가 운명의 사랑, 하얀 고양이를 만났지.

자랑을 해도 잘난 척을 해도 넘어오지 않고

자기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하얀 고양이.

처음으로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자기보다 더 좋아하게 된

하얀 고양이가 눈에 가득 들어왔지.


사람도 그런 거 같아.

사랑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찾는 거 아닌가?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가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니

그건 하얀 고양이와

아쉬움도 바람도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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