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엄마 집에 갔다가 남동생이 데려온 고양이 '하루'를 만났어.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할 때 너무 외로워서 같이 살기 시작한 고양이라는 데 어쩜 이렇게 예쁠 수가!
동생은 '하루'와 살면서 알레르기 약을 먹는대. 세상에나!
한국에 들어올 때 검사받고 뭐하고 뭐하고 아주 힘들었대.
동생은 '하루'랑 같이 못 올까 봐 조마조마,
하루는 검사받느라 조마조마.
'하루'를 보니 백만 번 산 고양이가 사랑한 바로 그 하얀 고양이가 살아온 것 같더군.
백만 번이나 죽지 않은 고양이가 있었어.
백만 번이나 죽고 백만 번이나 산 멋진 얼룩 고양이였어.
한때 고양이는
임금님, 뱃사공, 서커스단 마술사, 도둑의 고양이었어.
고양이는 이들을 싫어했어.
한때 고양이는
홀로 사는 할머니, 어린 여자 아이의 고양이였는데
고양이는 이들을 아주아주 싫어했어.
백만 명의 사람이 그 고양이를 귀여워했고,
고양이가 죽었을 때 울었어.
고양이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어.
한때 고양이는 누구의 고양이도 아니었어.
도둑고양이로 처음으로 자기만의 고양이가 되었어.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어.
고양이는 멋진 얼룩 도둑고양이가 되었어.
암 고양이들은 모두들 그 고양이의 신부가 되고 싶어 했어.
그런데 딱 한 마리,
고양이를 본 척도 하지 않는 새하얀 고양이가 있었어.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죽어봤다고,
서커스단에 있었던 적이 있다며
공중 돌기를 세 번이나 해도
하얀 고양이는 고개만 까닥했어.
고양이는 “네 곁에 있어도 괜찮겠니?” 물었고
하얀 고양이는 “으응.” 대답했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 늘 있었고
하얀 고양이는 귀여운 새끼 고양이를 많이 많이 낳았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새끼 고양이들을
자기 자신보다 더 좋아할 정도였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와 함께 오래오래 살고 싶었어.
어느 날 하얀 고양이는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어.
고양이는 처음으로 울었어.
밤이 되고 아침이 되고
밤이 되고 아침이 되도록
고양이는 백만 번이나 울었어.
아침이 되고 또 밤이 되고,
어느 날 낮에 고양이는 울음을 그쳤어.
고양이는 하얀 고양이 곁에서 조용히 움직임을 멈췄어.
그러고는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어.
고양이는 주인을 주인으로 여기지 않는다며?
고양이는 자기를 기르는 사람을 집사로 여기며 도도하게 산대.
주인이 애타게 불러도 자기 기분이 좋을 때는 가지만
졸리거나 가고 싶지 않으면 꼼짝 안 한대.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얼마나 싫었을까?
누구의 고양이로 백만 번이나 살았으니 정말 괴롭고 힘들었을 거야.
임금님이든 도둑이든 다 맘에 들지 않았을 거야.
처음으로 맘에 든 건 누구의 고양이가 아닌 자기만의 고양이로 살 때였어.
고양이는 자기를 무척 좋아했고
당연히 자기를 좋다고 따라다니는 많은 고양이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어.
그러다가 운명의 사랑, 하얀 고양이를 만났지.
자랑을 해도 잘난 척을 해도 넘어오지 않고
자기에게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 하얀 고양이.
처음으로 백만 번 산 고양이는 자기보다 더 좋아하게 된
하얀 고양이가 눈에 가득 들어왔지.
사람도 그런 거 같아.
사랑을 받는 것도 물론 좋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함께 있고 싶은 사람을 찾는 거 아닌가?
백만 번이나 산 고양이가 두 번 다시 되살아나지 않았다니
그건 하얀 고양이와
아쉬움도 바람도 없는 행복한 삶을 살았던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