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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시간 속에서 길을 잃는다.
길모퉁이에 선다.
바람이 스치고,
잊힌 발자국들이 한 걸음씩 돌아온다.
한 사람이 있다.
멀어졌으나 사라지지 않은 이름,
손끝에서 사라진 체온,
그러나 마음속에서는 아직 따뜻한 온기.
기다림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시간의 파도에 깎이고도 사라지지 않는 돌멩이,
새벽녘 우는 풀벌레 소리에 묻어 있는 숨결,
겨울이 끝나도 남아 있는 마지막 한 송이 눈꽃.
나는 묻는다.
“기다리면 다시 돌아올까?”
시간이 답한다.
“기다림이 네 것이면, 돌아옴도 네 것이리라.”
그러나 기다림은 약속이 아니다.
그것은 손을 뻗지 못한 사랑,
도착하지 않는 편지,
차마 꺼내지 못한 말 한마디.
그럼에도 기다린다.
눈물이 흐르는 날에도,
지나온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밤에도,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도,
나는 기다린다.
어느 날, 문득.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린다.
그리고 나는 안다.
기다림은
그리움이 가닿을 곳을 만들어 주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