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의 산골, Getaway Cabin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점심으로 근처 BBQ집을 찾았다.
Cleveland, GA의 Rib Country BBQ.
이 지역 로컬 체인인데, 인생 립을 맛본 곳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 동네가 전형적인 조지아 시골이라
손님 대부분이 백인이었다는 점.
감기 후에 마른기침을 간간히 하던 일행이
“요즘 같은 시국에 여기서 기침했다가 오해받으면 어쩌냐”며
다른 곳으로 가자고 했다.
결국 오전 11시, 식당 문 열자마자 들어가
평소처럼 립을 주문했다.
식사 중, 앞 테이블에 혼자 앉은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전화 너머로 “주식이 많이 떨어졌으니 좀 사둬야겠어”라며
담담히 이야기하고 계셨다.
나는 일행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시골 할머니까지 주식 얘기 나오면, 아직 바닥은 아닌가 봐.”
그게 할머니와의 전부였다.
눈을 마주치지도, 인사를 나누지도 않았다.
식사가 끝나고 계산서를 기다리는데,
서버가 와서 이렇게 말했다.
“아까 그 혼자 오신 할머니가 이미 계산하셨어요.
가끔 이런 일이 있어요. 그냥 가시면 됩니다.”
순간 말문이 막혔다.
뉴스나 SNS에서만 보던 ‘누군가 대신 계산해준 이야기’가
내게도 일어난 것이다.
전화를 마치고 조용히 일어나던 그 뒷모습이 떠올랐다.
생색 한마디 없이 자리를 뜨던, 평범한 한 사람의 선의.
무엇인지 모를 고마움이 밀려왔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저런 모습을 보여준 적이 있었을까.”
세상은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조지아의 시골 BBQ집 한켠에서
나는 오랜만에 ‘살만한 세상’을 맛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