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나도 모르는데.
열심히 하고 있던 일을 멈추고,
이제는 쉬어야겠다고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확실히 내렸을 때.
부부니까,
가족이니까
배우자나 부모님께
나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자세히 설명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에서
가족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애초에 아무리 부부라도,
배우자가 나를 온전히 이해해 주길
바라는 건 실현 불가능한
소망입니다.
그저 미루어 짐작할 뿐이지요.
그마저도 어려운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친정 부모님은 여전히 제가 왜 병원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약 없이 잠을 못 자는지 이해하지 못하십니다. 시부모님은 아예 이 상황을 모르시고요.)
그래서 처음 남편에게 진심으로,
더 이상 출근을 못하겠다고
짧으면 반년, 길면 일 년을
쉬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냐고 물을 때
속으론 많이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티를 안 내려고 엄청 노력했어요)
남편은 뼛속까지 이과생,
숫자 감각이 뛰어난 사람이라
제 말을 듣는 순간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계산기를
두드렸을 겁니다.
맞벌이에서 외벌이가 되니
당장 양가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도
끊길 것이고,
그동안 제 급여로
우리집 생활비를 충당해 왔는데
그 부분까지 전부
혼자 감당해야 하니까요.
제가 얼마나 아픈지
스스로도 정확히 파악을 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에게 완벽히 설명하거나
전달할 수도 없고,
당장 숨만 쉬어도 계좌에서 빠져나가는
대출 상환금과 생활비는 현실이기에.
남편 입장에서는 충분히 반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속으로 만반의 준비를 하며
이미 어느 정도 반대하는 말을 들을
각오를 하고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남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제 곧 다음 달이면
휴직을 시작한 지 일 년이 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남편에게 서운함을
느끼는 일이 생길 때마다(>.<)
1년 전 남편에게 느꼈던 고마운 마음을
기억하려고 애쓰면서,
고맙다고, 가장 노릇하느라
고생이 참 많다고 말하며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못 벌어오는 만큼,
남편이 더 애써야 했고
바쁘게 일해야 했으니까요.
자, 지금까지 남편에게
감사하는 마음에 대해
충분히(?) 적었으니
이제는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만약에,
남편 또는 부모님이
끝까지 반대한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치열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것을
번복하고,
다시 출근 준비를 하실 건가요?
제가 여러분의 인생을
대신 살아드릴 수 없고,
선택의 결과를 감당하는 것 또한
온전히 각자의 몫이기에
정말 조심스럽습니다만
용기 내어 적어봅니다.
만약 작년의 제가
그런 상황을 마주했다면,
저는 조용히 직전 12개월 동안
급여 통장에 들어온 액수만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출을 받고 휴직을 시작했을 겁니다.
그 정도로 절박했습니다.
실제로 위에 적은 금액만큼은 아니지만,
대출을 받았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정말 많았거든요.
직장에서 하는 일 외에
내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이 있는지,
꼭 찾아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있었고
그걸 찾지 못하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니
직장에 못 돌아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엄청 컸습니다.
새로운 배움,
새로운 경험에
할 수 있는 선에서
시간과 에너지와 비용을
아끼지 않았어요.
하고 싶었던 걸
다 해봤습니다.
아쉬움이 없어요.
휴직을 시작할 때보다
직장에 돌아갈 용기도
많이 모았습니다.
여러분, 꼭 기억하세요.
가족은 '내'가 아닙니다.
때로는 나조차 내 마음을 모르는데,
내가 가족들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걸 생각 못하고
나의 아픔을 가족들이
이해해 줄 거라는 기대,
이해해줘야 한다는
욕망을 붙잡고 있으면
제일 불행한 건 본인,
'나'입니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온전히 내 몸과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고,
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꼭 발휘하시길.
온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