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네가 말한 피사에 왔는데 왜 웃지를 않는 거야?

-처음 만난 투어 가이드 붙잡고 하소연한 사연

by 나로작가

"이번에 이탈리아에 가면

꼭 가보고 싶은 장소 있어?"

물어본 엄마에게

아들이 대답해 준 곳은

딱 하나.

피사였다.

(결국 나머지는 모두

엄마가 가고 싶어 한 곳이라는 뜻)


피렌체에 머무르는 기간에

피사를 다녀와야 하는데,

고민하다

피사&친퀘테레를

함께 보고 올 수 있는

단독 투어를

마이리얼트립에서 예약했다.


단독 투어인 만큼

가격이 높은 편이라

예약해 놓고도

한참을 고민했는데,

결론은 우리처럼

엄마와 아이 둘이서

자유여행할 경우(여행인원이 두 명일 경우)

강추!

-숙소 근처까지 데리러 온다. (승용차로 투어 진행)

-피사, 항구도시 라 스패지아, 친퀘테레 다섯 마을 중 알짜배기 두 곳만 지치지 않을 정도의 일정으로 함께 투어 하며 멋진 포토 스팟에서 사진 정말 많이 찍어줌.(나중에 숙소에서 사진 확인하며 깜짝 놀랐을 정도)

-점심을 친퀘테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먹는데, 미리 맛집 예약/ 당일 메뉴 보고 주문까지 모두 도와준다.

-투어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숙소 근처까지 다시 데려다준다.


피사

투어 가이드였던 피렌체 사람, 루카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피사와 피렌체는 오래전부터 라이벌 도시였다고 한다. 둘 다 옛날부터 잘 사는(힘센) 도시였기에, 두오모 건축 갖고도 경쟁했다고.(누가 더 멋지게, 화려하게 만드나 경쟁)

그 지역의 대표 성당을 Duomo라고 부르고, 우리가 알고 있는 피사의 사탑(Leaning Tower)도 사실 피사 두오모의 종탑이다. 사탑 오른쪽엔 항상 앰뷸런스가 대기하고 있고, 사탑에 오르는 관광객들에게 만약 올라갔을 때 사탑이 무너질 경우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겠다는 동의 서명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는 올라가지 않고 밑에서 구경만!

20250528_091432.jpg
20250528_092827.jpg
이 날도 날씨가 다했던 하루

항구도시, 라 스패지아

피사를 둘러본 뒤 차를 타고 이동하다

잠깐 멈춘 곳.

라 스패지아의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었다.

항구에 정박 중인 요트들. 한 달 정박비용이 무려 수천만원!!
아픈 거 아닙니다 피곤한 거 아닙니다 그냥 사춘기인 거예요. 아오. ㅠㅠ

친퀘테레

친퀘테레 투어의 첫 번째 마을, 리오마지오레. 친퀘테레 전체가 유네스코 문화유산.
알록달록 집들이 정말 예뻤던 곳. 자기 집인데도, 마을 전체가 문화유산이라 다른 색깔로 못 바꾼다고.


리오마지오레 안에 있는 Rio Bisto.

식당도 아름답고, 음식도 정말 맛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꼭 다시 가고 싶은

식당 세 곳 중

여기가 두 번째!

맛있게 점심을 먹고 향한 두 번째 마을. 마나롤라.

20250528_140036.jpg
20250528_140431.jpg

우리가 지금 여기, 이걸 함께 보고 있다니!

이 풍경 안에 같이 서 있다니.

너무나 감사했던 순간.

풍경을 가슴에 담으며

마을을 걸어본다.

-마을 전체가 경사져있고 계단이 많으니

편한 신발 필수.

-5월 말이었는데 이미 충분히 더웠다.

우리가 이용한 투어는 7,8월엔

아예 진행하지 않는다고.

(기온이 40도가 넘는 시기)


이날 저녁,

숙소에 돌아와

결국 아들과 한바탕 했다.

하루 종일 너무 민망해서....


아들 녀석이 하루 종일

무표정에 만사 심드렁,

사진 찍는 내내 아예 웃질 않으니

부부였던 가이드 둘 다 계속

아이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투어 계속해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고 걱정했다.


결국 투어 마지막에

숙소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일부러 아들이 못 알아듣게

피렌체 사람이었던 가이드에게

영어로 한참 하소연을 했다.

"루카! 이 녀석 아픈 거 아니고요,

피곤한 것도 아니에요.

그냥, 좋아도 NO

싫어도 NO

만사 귀찮은 시기.

호르몬이 날뛰는 그 시기여서

그런 거랍니다.

이 여행은 엄마인 제가

오고 싶었던 여행이고,

아이는 집에 밥 해줄 사람 없이

혼자 있을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따라온 거니까

많은 것을 바라지말자.

아이를 다그치지 말자.

스스로 계속 다짐하고 있는데

이 시니컬한 모습,

나는 저 나이 때 꿈도 못 꾸고,

상상도 못 해 본 곳을

보고 경험하고 있는데

감사함이 1도 없어서,

너무 속상하고 힘들어요."


가만히 들어주던 가이드 루카,

자신 역시 그런 아이였다며.

'부모'가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역할인 것 같다고.

"You need to be patient"


<엄마가 시켜서 쓴 아들의 여행 일기>

피사의 사탑과 피사의 사탑 옆에 있는 성당을 보러 갔다. 옛날보다 많이 세워져 있었다. 거기서 카라라 대리석 자석을 샀다. 기분이 좋았다. 다음엔 친퀘테레에 갔다. 등산 같은 걸 해서 힘들었지만 풍경이 좋아서 괜찮았다. 재밌었다.


keyword
이전 06화이탈리아에 다시 간다면, 피렌체부터 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