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따로, 때로는 함께
로마에서 피렌체로 이동하는 날
장시간 토스카나 투어에 참여해서,
피곤해할 아이를 위해
일부러 아무 일정도 넣지 않았던 날.
자유여행의 백미는
늦잠과 브런치!
아이가 맛있게 먹어서 정말 좋았던 곳.
충분히 재우고 일어난 거였는데,
아이가 많이 힘들어했다.
숙소에 데려다주고
좀 더 푹 자라고 한 뒤
가볍게 피렌체 산책.
(아이와 저 모두 로밍 사용 중이었고 실시간으로 카톡, 전화 연락 모두 가능했기에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겁니다. 초등 저학년 이하 자녀와 함께 가신다면 혼자 두시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발길 닿는 대로, 눈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걸었다.
피렌체 중앙 시장
정말 매력적이었던 북카페!
브런치스토리에 함께 하는 사람들은 모두 좋아할 것 같은 공간. 꼭 가보시길.
오후 내내 푹 쉰 아이와 저녁을 먹으러 간 곳.
숙소 바로 근처에 있던 인도음식점!
이번에 아이와 유럽여행을 하며 배운 점이 참 많은데,
그중 하나가 '쌀밥'이 먹고 싶을 땐
내가 여행하는 곳 어딘가에 분명히 있을
(진짜 셋 중에 하나는 꼭 있다)
중식당/ 한식당 / 인도음식점 중에
가능한 곳으로 가면 된다는 거다.
부모님들, 햇반 챙겨가지 마세요. 무거워요.
피렌체 여행 사진 검색하면,
제일 많이 나오는 풍경!
피렌체 두오모의 둥근 지붕 위에서 찍은
빨간 지붕들 사진.
이 풍경을 눈에 담고, 사진을 찍고 싶다면
관련 입장권 중 가장 비싼
브루넬레스키패스를 구입해야 한다.
좁고 가파른 계단 463개!
계단 오르기에 성공한 사람만
그 풍경을 두 눈에 담을 수 있다.
피렌체 다른 곳은 다 포기해도,
여기서는 꼭 너랑 사진을 찍어야겠어!!
아들에게 전날부터 사전멘트를 열심히 날렸다.
"내일 진짜~ 힘들 거야. 그런데 그거 끝나면
다른 일정은 하나도 없어.
네가 원하는 대로 자유시간 줄게!
어른들도 힘들어하는 곳이래.
그런데도 엄마는 너랑 같이 가보고 싶어."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고 또 오르다가
드디어 천장화 '최후의 심판' 발견!
(이제 반 정도 올라온 거다. 후후)
계단 옆에 중간중간
힘든 사람들이 잠깐 옆으로 빠져
쉴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중간에 쉬면 더 힘들다.
때로는 그냥 버티고 끝까지 올라가는 게
정답일 때가 있다.
드디어 도착!
와~ 힘들게 올라온 보람이 있네!
파란 하늘,
아름다운 피렌체 풍경.
엄마와 끝까지 함께해 준 아들.
폭풍 칭찬해줬다. (이때만큼은)
다시 그 가파른 계단 463개를 내려오니
다리가 후들후들
도넛 맛집에서 당 충전하고
젤라또도 사 먹고
혼자 걸었던 거리를 오늘은 함께.
힘들어하는 아들을 살살 달래 가며
혼자 봤던 아르보 강 위 멋진 풍경도 같이 보기!
욕심이 많은 엄마 때문에,
아들은 숙소 밖에 나온 날은
항상 최소 일만보 이상씩 걸어야 했다.
한국에서 그렇게 걸어본 적이 한 번도 없던 아이다.
(엄마 아빠 둘 다 걷는 걸 참 좋아하는데
어찌 된 일인지 이 녀석은 일관되게 걷기 NO를 외치는..)
정말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이렇게 활짝 웃어줘서 고마워 아들.
우리 둘 다 100퍼센트 만족했던
인생 피자 레스토랑!!
아이는 토마토소스가 들어간 모든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이탈리아를 가다니.
역시, 이번 여행은 온전히 나를 위한
여행이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그래서 다른 음식은 몰라도,
피자를 시킬 때는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거의 없었는데
이 피자집은 시그니처 메뉴가 까르보나라 피자!!!
(정말 토마토소스가 하나도 안 들어간 피자다)
아이가 너무 맛있다며,
한 판을 혼자 다 먹었다.
토마토소스를 좋아하지 않는 모든 사람들에게 강추!
여기도 아들이랑 같이 가고 싶었는데
바티칸 박물관과 보르게세 미술관 봤으니
자기는 충분하다며,
혼자 잘 있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맘껏 보고 오라고 한
아들 덕분에(?) 고민하다 결국 혼자 갔다.
'아휴. 데리고 왔으면 또 한바탕 했겠다'
생각이 들었던 곳.
우피치 미술관은,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회화 컬렉션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
그래서 훌륭한 작품도 많고,
사람도 정말 많다.
미술 공부를 제대로 한 적 없는
비전공자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며
끌리는 작품과 유명한 작품들만
설렁설렁 봤는데도
2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
관람 후 나왔을 때 체력 방전.
멋진 작품들 많았는데,
유독 이 장면이 제일 마음에 남았다.
잘은 모르지만, 미술관 소장품 중 하나를
복원 작업 중인 것 같았다.
이 과정을 관람객들 바로 앞에서 하는 거다.
박물관/미술관 통틀어 이런 모습을
눈앞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그냥, 느껴졌다.
이탈리아인들이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해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느끼는지.
피렌체는 골목 구석구석
수공예 작업을 하는 공방들이 참 많았다.
인생이 그렇듯
이번 여행도
무언가를 선택하면
무언가는 포기해야 했는데
그중 하나가 기념품 구입.
이탈리아에선 뭘 마음 놓고 살 수가 없었다.
(아직 스위스 일정이 남아있음/
기념품 구입=감당해야 하는 짐의 무게가 늘어남!!)
돈도 돈이지만, 무게 때문에
'다음에 이거 사러 다시 오자. 꼭 오자'
아쉬워하며 구경만 실컷 하고
내려놓고 온 것들이 정말 많았다.
그럼에도 결국 포기하지 못하고 사온
수제 안경 케이스.(선글라스용 아니다. 안경!)
친절하신 사장님 덕에
아들이 직접 찍어준 각인.
로마는 정말로 어딜 가든 항상 사람이 많았는데,
피렌체는 로마보다
훨씬 한적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정말 도보 관광 맞춤 도시인 곳.
(물론 하루/이틀 만에 다 보겠다 생각하면
엄청 많이 걸어야 하지만)
일주일 정도? 넉넉히 기간을 잡고
날마다 조금씩 구획을 다르게 일정을 짜면
구석구석 자세히 보고 올 수 있을 것 같다.
5월의 피렌체.
비가 온 날이 하루도 없었다.
매일 맑음!
햇볕 쨍쨍!
다음 이탈리아 여행은
피렌체부터 시작해야지.
<엄마가 시켜서 쓴 아들의 여행 일기>
1. 아침에 카페에 가서 맛있는 에그베네딕트를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먹고나서 나는 머리가 아파서 방에서 쉬고 엄마는 다른 곳에 갔다. 엄마가 오고 나서 좀 더 쉬다가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근데 거기가 무척이나 맛있었다. 인도 음식점이었는데 또 가고 싶다.
2. 어제 두오모 대성당에 갔다. 전망대까지 무려 463개의 계단을 오르느라 짜증이 났다. 다시는 안 간다. 그 다음에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고 젤라또도 먹었다. 성당 빼면 다 좋았다.
3. 오늘 아침엔 카페를 갔다. 엄마는 나가고 나는 방에서 놀았다. 정말 좋았다. 엄마가 오고 나서 같이 한식집에 갔는데 너무 맛있었다. 오늘 일정이 제일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