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안승용
2011년 말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제가 퇴직 후 초등학교에서 보안관 업무를 수행하던 중 겨울 방학을 맞아 두 번째로 떠난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이 책의 저자인 홍 선생을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되어가는 시점이나 인연과 친교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순례 시작 며칠 후 순례자 숙소(알베르게)에서 만나 같이 길을 걸었습니다. 2012년 1월 1일 아침에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가장 좋은 숙소인 부르고스(Burgos, 산티아고로 가는 길의 경로상 1/3 정도에 위치한 도시)의 순례자 숙소에서 같이 나와 점심시간이 되기 전 헤어지게 되었습니다.
이 순례길에 만난 동행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다시 만나기도 헤어지기도 하며 자유로이 걷기도 합니다. 부르고스에서 다음 목적지인 온타나스(Hontanas) 사이는 스페인의 메세타(Meseta 고원) 지역으로 밀밭이 펼쳐진 고원 위의 구릉 구간입니다.
마침 이 고원에 겨울 안개가 자욱했지만 비포장도로(농로)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자 안내 표시인 노란 화살표에 의지하여 목적지인 온타나스에 무사히 도착하였습니다. 이런 기상 상황에선 조금만 방심하면 길을 잃을 수밖에 없으며 민가도 없는 위험한 구간이었습니다.
숙소에 도착하고 얼마 후 스페인 경찰이 찾아와 홍 선생의 신상을 확인하고는 돌아갔습니다. 실종되었다는 말은 없었습니다. 한참을 기다려도 홍 선생이 오지 않아 궁금하여 밖으로 나가서 기다렸습니다. 이미 저녁 식사 시간이 지났고 동절기여서 어느덧 주변은 캄캄했습니다. 얼마 후 스페인 경찰차가 홍 선생을 숙소까지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사연인즉 자욱한 안개로 고원에서 홍 선생은 길을 잃었던 것입니다. 몇 시간을 헤매다 휴대전화로 한국의 외무부에 구조요청을 하고 다시 스페인 경찰에게 연락하여 구조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구조를 나온 경찰도 인근까지 왔다가 홍 선생을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다가 재차 구조요청을 하여 구조된 것입니다. 20대 중반의 여성인 홍 선생이 공황 상태에서 공포에 빠졌으리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중간에서 헤어졌다가 최종 목적지인 산티아고에서 우연히 기쁘게 상봉하였습니다.
저에게 이 인연은 다른 인연과는 달리 매우 특별합니다. 몇 년 전 홍 선생의 결혼식에도 참석하였고, 작년에는 제 아내와 같이 홍 선생의 거주지인 강원도 평창까지 찾아가 함께 식사했습니다. 홍 선생은 다정이란 이름과 같이 홍 선생의 아버지 나이 또래인 저에게도 다정다감한 사람입니다.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된 홍 선생은 10년 전 경험하지 않아도 될 절체절명의 큰 경험을 했습니다.
이런 홍 선생의 경험과 인성으로 보아 가정에서는 현명한 아내와 엄마로서의 역할을, 직장에서는 미래의 주인공이 될 아이들을 키우는 선생님의 역할을 다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동행자
안승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