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저층 주택가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주거용 건물 중에 한 건물 안에 칸을 나누어 여러 세대가 함께 사는 건물을 우리는 '빌라'라 부르는데, 이 중에는 다가구주택도 있고 다세대주택도 있다. 그런데 요즘 새로이 지어진 건물들은 대개 겉모습이 수려하고 주차장도 잘 갖추어져 있어, 어떤 건물이 다가구인지, 다세대인지를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옛날에는 다가구주택은 붉은 벽돌 벽에 기와 지붕을 얹은 2층 집이었고, 다세대주택은 칙칙한 외벽을 한 육면체 건물이어서 쉽게 구별되었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다.
그런데 이 두 주택의 차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소중한 임차인의 재산인 임차보증금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 또한 장ㆍ노년층들이 자기의 자산을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꾸준한 고정수입을 원하는 차원에서 적당한 주택을 찾아내는 데 기본적인 검토 사항이다.
두 유형의 주택은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법적인 성격과 임차인의 권리 확보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그 차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투자자나 임차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하다.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의 구별
두 주택 유형을 구별하는 핵심 기준은 바로 ‘소유권’이다.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를 한 명이 소유하는 단독주택¹인 반면, 다세대주택은 각 세대별로 소유권이 분리된 공동주택이다. 이러한 차이는 전입신고 방법부터 보증금 보호 방식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다가구주택은 집주인이 한 명이기 때문에 건물 전체가 하나의 등기부등본으로 관리된다. 한 건물이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여러 칸(호실)으로 나뉘어 있어도 여전히 단독주택으로 분류되어 한 채의 주택인 것이다. 그리고 각 호실마다 여러 세입자가 살더라도, 법적으로는 모든 세입자들이 한 집에 사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에 비해 다세대주택은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각 호실마다 개별 등기부등본이 존재하며, 한 사람이 여러 호실을 소유(심지어 전물 전체를 소유)할 수도 있고, 호실별로 소유자가 각기 다를 수도 있다. 그러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호실 하나(다세대주택 한 세대)만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나 같은 건물 안이라도 하나 이상의 다세대를 보유하게 되면(기존 소유주택 수와 더하여) 다주택자로 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께서 이 같은 건물의 법적 성격을 직접 확인하려면 ‘건축물대장’이나 ‘등기부등본’을 떼어보면 된다. 건축물대장에 "단독주택(다가구주택)" 또는 "공동주택(다세대주택)"인지를 명시하고 있고, 등기부등본에는 소유권 정보가 명확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거용 건물을 사기전에 다가구, 다세대인지를 반드시 살펴야
주택을 취득하고 보유함에 있어, 다주택자는 여러 면에서 세무 부담이 가중된다.
취득 단계에서 취득세가 중과(조정대상지역² 2주택부터, 그 외 지역 3주택부터)되며, 보유 단계에서 과표 합계가 9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부터 종합부동산세³⁴가 부과된다. 그리고 임대소득에 관해서는 소득세가 부과될 수 있다.
처분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1주택만 남기기 전까지는 1세대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러니 이러한 과세 정책을 고려할 때, 주택을 거주 및 임대 목적으로 취득하려는 투자자는 다세대보다 다가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개인의 사정에 차이가 있을 것이므로 신중한 판단이 선행되어야 한다.
임대차계약에 앞서 임차인이 주의해야 할 사항
다가구와 다세대 중 어떤 주택을 임차하는가에 따라 임차인의 주의사항이 달라진다.
먼저 임대인에게 맡기는 보증금의 안전 여부를 꼼꼼히 따져야 한다. 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한다 하지만, 임차인의 보증금 채권의 변제우선 순위는 이미 등기부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 등기된 권리(물권)⁵에 뒤지며 앞선 임차인이 있다면 그들의 보증금보다 후순위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세대주택은 내가 계약하는 호실의 등기부등본⁶에서 선순위 권리를 확인하면 되지만, 다가구주택은 건물 전체가 경매에 넘어갈 수 있으므로 건물 전체의 근저당 등 여러 권리의 설정금액과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총액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 총액과 내 보증금을 더했을 때 그 합계액이 주택 시세의 일정비율⁷을 초과하면 보증금을 잃을 위험이 크므로 임대차계약을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전입신고 때 주소를 기재하는 데도 차이가 있다.
다세대주택에 입주할 경우 반드시 계약한 세부주소(동, 호수)까지 정확하게 기재해서 전입신고를 해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만약 호수를 잘못 기재하면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아 보증금을 잃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다가구주택은 건물주소(또는 지번)만 정확히 기재해도 대항력이 인정되지만, 나중에 분쟁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 호수까지 정확하게 기재하는 것이 좋다.
그 밖에 알아두어야 할 상식
다가구 또는 다세대인지를 확인하거나, 그 주택의 권리 설정 상태를 보려면 다음 공부(公簿)를 발급받아야 한다.
등기부등본(등기사항전부증명서): 계약하려는 주택의 소유권, 저당권 등 권리관계를 확인한다.
건축물대장: 주택의 용도, 층수, 면적 등 기본적인 건축 정보를 확인한다. 불법 증축이나 위반건축물 여부를 파악할 수 있다.
특히 임차인은 임차보증금의 안전 여부 검토에 필요한 다음 서류 제시를 임대인에게 요구하기 바란다.
다가구주택 확정일자 부여 현황: 다가구주택의 경우, 임대인에게 먼저 거주하고 있는 다른 세입자들의 ‘보증금 총액과 확정일자 부여 현황’을 요청하여 선순위 보증금의 규모를 확인해야 한다.
임대인의 국세 및 지방세 납세증명서: 임차인은 계약 전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임대인의 ‘미납 국세 및 지방세’를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임대인이 세금을 체납했다면 경매에 부쳐질 경우 세금 채무가 임차인의 보증금보다 우선변제권이 있을 수 있으니 중요한 확인 사항이다.
끝으로 임차인은, 임대인이 등록임대사업자인 경우 미리 ‘임대보증금보증’⁸ 증서를 확인하여야 한다. 그가 이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등록임대사업자가 아닌 임대인과 계약을 할 경우 계약 당시에 ‘전세보증금 반환보증’⁹ 등에 가입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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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단독주택에는 다가구주택 이외에도 순전한 단독주택, 다중주택이 있으며 상가주택도 이용이나 권리관계 등에서 유사하다.
(2) 정부는 “주택 가격 급등이나 투기 우려가 있는 지역”을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데, 2025년8월 현재 서울 서초구, 강남구, 송파구, 용산구가 지정되어 있다.
(3) 1주택자이더라도 과표가 12억원을 넘으면 종합부동산세가 과세되는데, 참고로 1주택자라도 12억 초과 다가구주택을 보유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다.
(4) 소유자가 ‘법인’일 경우 주택수에 불문하고 종합부동산세의 과세대상이며, 비과세부분인 ‘기초공제’ 금액도 없다.
(5) brunch.co.kr/@whitebirch/120의 내용을 참고.
(6) 신축주택의 경우, 전유부분의 기재사항은 물론 ‘1동의 건물의 표시’에 건물 전체에 설정된 근저당권 등 물권이 있는지도 살피는 것이 좋다.
(7) 전문가들은 통상 주택 시세의 70~80%를 권고하고 있으나, 전세금반환보증 등을 받는 경우에는 달리 살펴야 한다.
(8)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게 제공하는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
(9) HUG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임대인이 보증금을 제 때 반환하지 않을 경우 대신 임차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책임지는 보증. 유사한 상품으로 SGI서울보증보험의 ‘전세금반환보증보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