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건축물, 불법건축물, 위반건축물
파주 외곽의 어느 조용한 거리, P씨는 은퇴 후의 삶을 꿈꾸며 평생 모은 돈으로 작은 상가주택을 샀다. “노후를 편하게, 월세로 취미도 하고 세계여행도 다니겠다”며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그는 1층의 베이커리와 지하의 카페, 그리고 2층부터 4층까지 알뜰하게 나눠 임대를 줬다. ‘내 집에서 매달 월급처럼 들어오는 월세!’ 항상 통장이 차오르는 맛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행정서류 한 장이 날아들었다. "불법건축물 적발 통지. 법령에 따라 시정할 것." 파주시청이었다. 처음엔 오기라도 부린 듯 쿨하게 넘기려 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서류 안을 꼼꼼히 뜯어보니, 문제가 된 건 바로 2층. 준공검사 당시 '1가구'로 신고된 공간이 현재는 '6가구'로 쪼개져 있다는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전기세 분할, 우편함 개수, 세입자들과의 계약서까지 스쳐 지나갔다. 그간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굴러갔던 월세 화수분(貨水盆)이, 한순간에 ‘불법’이라는 이름 아래 무너질 판이었다. 건축사와 상의해보니,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가 주차장이었다. 건물을 양성화하려 하니 6가구에 법적으로 필요한 주차면수가 턱없이 부족했다. 그냥 두고 싶어도 불법, 원상복구하려니 리모델링 공사비에 임대료 상실까지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급하게 이전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제 내 알 바 아니다. 맘대로 하쇼.” 무작한 ‘배째라’에 답답해서 주먹으로 가슴을 치고 있다.
P씨는 밤새 검색을 해 봤다. 위반건축물의 이행강제금, 원상회복 명령, 심지어 거래 지장까지…. 월세 신화는 깨지고, 그의 노후 설계에는 빨간 불이 켜졌다. ‘이건 사기 아닌가’라는 의심부터 ‘이럴 바엔 차라리 1가구 합치고 매달 손해 보나?’ 하는 체념까지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갔다. 결국 시청 건축과, 법률 상담, 세입자 회의, 전임 집주인과의 실랑이까지… 그에게 펼쳐지는 ‘건축법 모험기’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되었다.
누구라도 마주칠 수 있는 난처한 경우
쉽게 보면, 아파트나 오피스텔처럼 규격화되고 표준화된 부동산이 아닌 경우에 불법건축물이나 위반건축물일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단독주택, 다가구주택, 상가주택 등은 허가 없이 증축하거나 용도변경을 한 사례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심지어 상업용, 사무용으로 쓰이는 대형건물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또한 아파트나 오피스텔이라도 내부를 무단 개조하거나 구조 변경을 하면 불법건축물에 해당할 수 있다.
부동산을 매매하거나 임차할 때는 이런 점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불법건축물 여부와 위반사항은 거래 후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으며, 시정명령, 이행강제금, 심지어 강제철거까지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현장 점검 등을 통해 꼼꼼히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해외에서는 이런 건축물 상태는 물론 각종 시스템을 미리 점검하여 문제를 알려주는 ‘property (home) inspection service’가 보급되어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몇몇 업체가 비슷한 점검 서비스를 시작하며 시장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나, 장래에는 부동산 거래 때 널리 채택되는 중요한 절차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 이에 관련된 용어를 하나하나 공부해보자. ¹
무허가건축물
‘무허가건축물’은 건축법 상 건축허가를 받지 않거나 건축신고를 하지 않은 채 신축, 증축, 개축 또는 용도변경을 한 건축물을 의미한다. 관할 행정기관의 허가를 받지 않고 건축 공사를 시작할 때, 또는 사용승인·준공인가 등을 받지 못한 경우도 포함된다.
관할 행정기관에서 시정명령(원상복구), 과태료, 이행강제금, 강제철거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공적 문서로 권리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재산권 행사, 은행 담보 설정 등에서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불법건축물
‘불법건축물’은 건축법, 주차장법, 개발제한구역법 등 여러 관계 법령을 위반해 건축된 모든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포괄적으로 의미한다. 허가 없이 지은 건물뿐만 아니라, 허가는 받았지만 조건을 위반한 경우, 사용승인 후 불법적으로 증·개축이나 용도변경, 건폐율·용적률 초과, 대수선, 기능변경 등이 모두 해당된다. 행정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경우에도 불법건축물로 분류될 수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1) 허가나 신고 절차를 무시하고 진행한 형식적 불법건축²과 2) 건축 기준, 용도, 구조, 면적, 주차장 등 건축물의 내용 요건을 위반한 실질적 불법건축이 모두 포함된다.
불법건축물 역시 적발되면 행정기관으로부터 시정명령, 철거명령, 사용중지명령, 이행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 처분을 받게 된다.
불법건축물이 공부를 갖춘 경우 건축물대장에 위반사실이 기재되면서 ‘위반건축물’로 표시되어, 부동산 거래, 담보설정, 재개발·재건축 자격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
위반건축물
‘위반건축물’은 법령을 위반해 건축된 부분이 행정기관의 단속에 적발되어, '건축물대장'에 그 위반 내용이 등재된 건축물을 의미한다. 달리 말하면, 무허가건축물이나 불법건축물 중에서 행정상 적발되어, 시정명령의 대상이나 이행강제금 등의 제재를 받는 상태가 된 것을 말한다. 그러니 이쯤 되면 해당 건축물의 하자가 낱낱이 공적으로 까발려지는 셈이다. 그래도 모든 불법건축물이 곧바로 위반건축물로 공부(公簿)에 등록되는 것도 아니며 모든 위법 사항이 적발되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러니 매수인이나 임차인은 공부와 현장을 교차 확인하며 누락된 위반사항이 없는지도 살펴야 한다.
건축물대장에 위반사항이 기재되어 있으면 부동산 거래 및 대출, 재개발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 이 상태인 건축물을 믿고, 원상회복이나 보상 없이 매매나 임대차 등 거래를 하는 무지한 상대방을 찾기 힘들 것이다.
부동산 거래 앞서 건축물대장 확인을 철저히
이 글의 서두에서 만난 P씨 사례의 경우, 건축주가 준공검사를 마친 뒤 큰 주거공간 하나를 구획하여 임대수익을 높이기 위하여 여러 세대가 거주할 수 있는 6개로 구분한 것이다. 이럴 경우 필요 주차면수가 늘어나는데 건축물을 이미 건폐율을 꽉 채워서 지었기 때문에 더 이상 주차공간을 늘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지금 이 상가주택의 건축물대장 첫 장의 우측 상단에는 ‘빨간 네모안에 위반건축물’이란 주홍글씨가 박혀져 있다.
이처럼 무허가건축물이나 불법건축물·위반건축물은 매매, 임대차 등 거래나 재산권 행사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한 강제철거나 이행강제금 등의 불이익과 함께 민·형사상의 책임도 따를 수 있다.
어쩌다 부주의하여 불법건축물을 매수하는 경우 매수인에게 중대한 손해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사전에 건축물대장, 등기부등본, 현장 확인 등을 통해 꼼꼼히 검토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특히 준공검사 이전 단계의 건물은 더 큰 위험을 가진다. ⁴ 이 경우에는 건축물의 권리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등기부등본, 유치권 성립 여부도 함께 살피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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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들 용어는 행정처분의 대상, 세제, 보상, 거래 적법성 등에서 서로 직결된 다양한 법적 효과를 가져오므로 부동산 실무 및 투자, 관리에서 반드시 정확히 구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2) 2024년에 국회에서 대통령실 및 관저의 건축물 불법 증축 여부가 문제된 일도 이에 관한 논란으로 볼 수 있다.
(3) 아파트, 오피스텔 또는 다세대주택의 내력벽 철거, 이전도 대수선에 포함된다.
(4) 건설중인 건물에 관해 건축주 또는 시행사가 사실상의 소유주 역할을 하지만, 법적으로 완벽하게 소유권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다.